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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719048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1-11-05
책 소개
목차
제1부
사계四季 철학관/ 정육면체/ 병원 레시피/ 실리카겔/ 봉투/ 나무 속의 나무/ 맨홀/ 모나크나비/ 울음을 키우는 하루/ 저녁을 모르는 태양의 노트에는/ 접어 놓은 가을에는/ 종달리
제2부
초포다리/ 국숫집에서/ 주목의 본적/ 뉴욕의 방/ 새만금/ 재단사 은주/ 결핍/ 독백/ 마터호른에 가면/ 조금씩 당신을 생각하는 시간/ 알감자/ 동백
제3부
에코백/ 구피와 나/ 이석증/ 죽음을 감춰 두고 산다/ 배경이 되는 일/ 하지/ 곤줄박이/ 그녀, 이정이/ 지우개/ 90년 여름/ 후정리/ 허밍/ 밤비/ 얼굴
제4부
웃음의 거리/ 대설 무렵/ 금상동 하늘 자리/ 쓸쓸함을 응시하고 있는 풍경은/ 만경강/ 해장국/ 겨울밤/ 금덕여인숙에서는/ 어떤 사이일까/ 흰목물떼새와 노는 밤/ 라임트리 줄기를 쳐다보며/ 재채기/ 완주 적바림 별곡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검은 새를 담아 주세요
장대비의 퀭한 어깨 토닥이는 소리
처마 밑 나무 의자에 쪼그려 앉은 속울음을 넣어 주세요
당신에게 못 가는
이슬의 숨소리
여문 뿌리를 씹다 뱉어 내는
시궁쥐 한 마리 발자국도 담아 주세요
멈추어 선 행인이 구두끈을 매는
친절한 시간을 적어 주세요
환기구로 들어오는 바람은 생각보다 깊고
어둠의 찌꺼기들은 아직 쓸 만해요
정오를 굴러가는 쉬땅나무 잎 내부에 물의 근육을 뿌려 주세요
검은 머리카락이 날리는 날이면
허물어진 내 몸을 기억해 주세요
―「맨홀」 전문
어긋난 선을
오탈자를 원해요
많을수록 좋아요
흔적은 그럴듯해요
언제나 모아지는 용량
어느 곳에서나 걷어낸 한 더미
삐딱하게 그어진 것, 생채기가 난 마음, 타인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이중적인
생활도 깔끔하게 지워 줄게요
누군가 그어댄 선
틀린 글자
찌그러진 면
어깃장 난 마음
잘못 나간 흔적을 지우는 몫
내 생각과 다른 것들을 골똘히 바라보다가
쉽게 지워 버리는
나를 잊을 때도 있어요
물컹한 조각을 주워 들고서
딱딱한 면을 돌고 돌아
투명한 흐름을 다시 또 흘려보내는
나로 인해 작아지는 지우개를 다시 바라보죠
―「지우개」 전문
닭똥 냄새는 비비정 너머 달려오고
베란다로 들이치는 바람 소리는 차다
아버지는 터미널 국밥집에서 배추 뿌리와 곤달걀을 놓고 막걸리 마신다
나는 동생과 라면을 먹으며 이야기 나눴다
술만 아니었어도, 아니 그놈만 아니었어도
9층 건물은 남아 있었을 건데
몇 가닥 건지다 만 라면발처럼
터미널 바닥에 드러누운 아버지 데리러 동생은 나가고
베란다 건조대 위로 바람 소리가 내려앉았다
나는 뒤집어진 양말을 개고 동생 등에 업혀 온 아버지는 술병 내놓으라 하고
끈적한 기운은 바람 따라 엎치락뒤치락
금암동으로 가고 싶다고 아버지는 소리 지르고
한진고속 너머 이만이가 개 그슬리던 곳,
진밭다리 밑으로 개울이 흐르는,
겉절이 잘해 주던 쌀집 형수가 있는
온전하게 젊은 그를 만날 수 있는 금암동에서
후줄근한 어깨를 올리며 들어온 삼례
바람은 오늘따라 차게 후정리를 끌어안는다
―「후정리」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