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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719260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4-06-15
책 소개
목차
제1부 숲길
숲길/ 고사리/ 동백대교 지나며/ 배추/ 무화과/ 이소離巢/ 콩 타작/ 옥산댁/ 빨간 고무장갑/ 연분홍 원피스/ 부소산 내림길/ 개조심/ 빈집/ 고사목에게/ 박대
제2부 조찬
물수제비/ 조찬朝餐/ 물까치 한 마리/ 뼈다귀해장국/ 쏙소리감 1/ 쏙소리감 2/ 아몬드와 땅콩/ 염소는 힘이 세다/ 아버지/ 눈이 녹던 날/ 엄마 목소리/ 맥문동 솔숲/ 맹꽁이/ 미역국/ 여행의 조건
제3부 피아노
피아노/ 피아노 머신/ 물집/ 업둥이/ 비밀/ 풍장風葬/ 사기구슬/ 하관下棺/ 무너진 구두/ 호두/ 말벌의 영역/ 탱크/ 고백/ 나비는 끝없이/ 유혹의 무게
제4부 빨간 리본
역린逆鱗/ 빨간 리본/ 뜬장/ 리볼빙revolving/ 꽃을 베다/ 취명吹鳴 / 연탄불탑/ 지붕에 올라갔던 소들은/ 지옥의 길 마다가스카르/ 봉사/ 봄날의 꽃잎들/ 내동생 크리스티나/ 남수단/ 철까마귀의 날들/ 접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릴 적 다녔던 산길을 갔었네
내가 멀리 객지로 떠도는 세월에도
무심한 듯 시냇물은 흐르고 흘러
육십 넘어 돌아오는 길목으로
늙은 나무들은 쓰러져 썩어가고
옛길은 숲이 되어 지워져 버렸네
나무꾼 되어 다니던 길은 사라지고
멧돼지 고라니 다니는 길이 새로 생겼네
나도 엎드려 네발짐승이 되어 기어갔다네
멧돼지 발자국 고라니 똥을 밟으며
내 발자국도 거기 남겨 두었다네
사람들 다니면 길이 되듯이
동물들 다녀서 길이 되었네
나도 이제 그 세상의 길로 들어섰다네
- 「숲길」 전문
새들이 조잘거리며 아침 식사를 한다
서릿발 투명하게 반짝이는 겨울 아침
푸른 날개 날렵한 물까치들
수십 마리가 나무에 매달려
피라칸사스 붉은 열매를 딴다
마을 감나무의 까치밥 모두 사라지고
논밭들 눈이 덮여 하얀 새벽으로
밤새 허기진 새들이 몰려오는 시간
몇 년 전 황량한 겨울 화단에 겨우내
붉은 열매를 보려 심었던 나무
내 허락도 없이 날마다 일용할 그들의 양식
나무는 기꺼이 열매를 모두 내어준다
더불어 내가 덤으로 얻는
아침마다 들리는 새들의 지저귐 소리
- 「조찬朝餐」 전문
예초기로 밭 언덕 풀을 베다가
날카로운 회전 칼날에 튕겨 나간
개구리 한 마리 하얗게 뻗었네요
며칠씩 마음 불편하여
소화도 안 되고 밥맛도 없었네요, 그래서
밥 먹다 아내에게 고백했어요
풀 베다가 개구리 한 마리를 죽였다고
아내가 말했네요
내가 붕붕거리던 그날 오이밭 가에서
등에 길게 상처가 난 얼룩 개구리 한 마리
뛰어가는 걸 보았다고
오늘 아침 오이 따러 가다가
등에 상처가 아물고 있는
그 개구릴 만났다고
- 「고백」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