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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1744033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1-11-0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다시 시작
1부 티 블렌더입니다: 향미는 소리도 없이
향미는 소리도 없이 / 티 블렌더입니다 / 조 말론 / 그르누이의 불행 / 최초의 냄새 / 물 / 베네치아 / 오트 티 쿠튀르 / 프랑스적이라는 말 / 야근 단상 1 / 저도 차 좋아해요 / 이내처럼 고요한, 수선 / 향미라는 악보 / 비밀을 아는 사람 / 야근 단상 2
| 작업노트 | 일장춘몽 / 화사집 / 백야
2부 나의 샹그릴라: 사루비아 다방에서
뉴욕에서 / 질문의 책 / 사루비아 다방 / 우리 셋이 언제 다시 만날까 / 나의 샹그릴라 / 영혼의 음식 / 마지막 밤 / 수업시대 / 수강하는 마음 / 번아웃 / 제일 싫어하는 일의 즐거움 / 돈과 나 / 만약에 돈이 / 출근하는 기쁨 / 무슨 차야?
| 작업노트 | 분홍반지 / 물랭루즈
3부 예술이란 대체: 차에 스민 것들
좋은 벽 / 아테네 학당 / 토끼 케고르 / 검은 짐승 / 예술이란 대체 / 이것은 항아리가 아니다 / 도자기 문제 / 가늘고 긴 곡선 / 보는 것과 만지는 것 / 고양이와 와비 / 어떤 작가론 / 그늘에서
| 작업노트 | 여름에숲 / 램프와 소설
에필로그
참고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차를 마시고서야 비로소 식물을 알게 됐다. 이곳이 식물의 행성이라는 것도 알게 됐고, 식물이야말로 내가 상속받은 가장 위대한 유산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나는 식물의 아이였다. 허락 없이 나무를 탔고, 그것의 과실을 마음껏 따 먹었으며, 가지와 꽃도 예사로 부러뜨렸다. 나는 식물의 보호와 너그러움 속에서 이만큼 성장했다.
차는 잊고 있었던 기억을 되살려줬다. 영영 의식의 표면 위로 떠오르지 않기를 바랐던 기억도 있었지만, 차를 마시면 그런 기억마저도 견딜 만한 것이 됐다. 향미는 내게 고통이나 상처보다 비틀거리던 뒷모습이나 어깨의 윤곽, 감청색 하늘, 구름의 모양 따위를 살피게 했다. 기억에 향미를 부여했다. 깊고 어두울수록 더 많은, 다채로운 향미가 필요했다. 맛보지 않은 차가 많았다. 만들고 싶은 차가 생겼다. 그렇게 시작했다.
고요에도 소리가 있다. 고요는 바람 소리, 새소리, 팬 돌아가는 소리, 시계의 초침 소리 따위와 함께 온다. 그런 소리들이 고요를 증폭시킨다. 나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차를 따르고도 아무런 기대는 없이 찻주전자를 그대로 들고 있기도 한다. 그대로 잠겨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