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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1816167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2-10-01
책 소개
목차
알갱이로부터
하울과 언박싱 사이
폭탄 선언
왓츠인마이백
톡톡톡
롤플레잉
구독과 좋아요 그리고 알림 설정
ASMR
누구나 처음엔
셀러브리티
버퍼링 중입니다
나의 이름은
루머의 루머의 루머
뛰는 놈 위에서 날아차기
마이크를 켜요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동기가 아닌 선배들은 더 현실적이었다.
“학점은 고고익선. 밥은 혼밥이지.”
“그 말, 왠지 모르게 완전 슬픈데요?”
신혜의 말에도 준아는 그저 덤덤했다. 불필요한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보단 뭐든 혼자 해결하는 게 더 편하다는 거다.
“너도 곧 내 말이 뭔지 알게 될 거야.”
준아 선배는 스펙이 될 만한 것들을 쌓느라 허덕이느니, 차라리 회계사 시험에 올인하겠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거절을 당하더라도 확실한 기준이 있는 거절이 낫지.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어차피 희생해야 한다면, 난 시간 하나만 담보 잡을 거야.”
“거절이요? 담보요?”
“너도 미리 생각해놔. 1년 금방 간다?”
알 수 없는 말만 늘어놓고 선배는 사라졌다. 낭만은 불쑥 다가왔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연기 같은 것. 대학만 가면 있다던 백만 가지 즐거움은 어디로 간 걸까. 현실의 대학은 낭만과 설렘이 섞인 또 다른 전쟁터 같았다. 준비운동도 없이 바로 실전투입이라니 너무 잔인하잖아. 이 슬픔은 갓 튀긴 치킨으로도 치유하기 힘들 것 같다. 치킨만도 못한 대학이라니, 좌절이 쏟아져 내렸다. 어른이 된 후에도 매뉴얼 같은 게 필요한 걸까? 세상은 무심한 듯 그저 냉정하기만 하다. 아직 모르는 게 많은데 앞으로는 더 많아질 것 같아. 진정 우울한 밤이 될 것 같았다.
톡. 톡. 톡. 이제 그 소리가 들릴 시간. 신혜는 누워서 가만가만 그 소리를 기억해낸다. 엄마가 얼굴을 두드리는 소리. 기본 케어를 시작하는 소리다. 스킨소프너를 화장 솜에 묻혀 살살 닦아내고, 손가락으로 얼굴을 두드렸다. 가녀린 손가락이 얼굴 위에서 춤을 추는데, 바닥을 두드리는 빗소리 같은 게 들리는 것 같아서 어린 시절 신혜는 발끝을 세우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래에서 위로 쓸어 올리는 손짓은 빨랐고, 눈 주위를 두드릴 땐 더 섬세하고 더 빨랐다.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남주의 시간 속에서 어린 신혜는 학생이 되고 또 스무 살이 되었다. “엄마아.” 작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받은 남주의 얼굴이 반짝반짝 빛났다. 어린 신혜는 그 반짝임이 좋았다. 그때를 신혜는 지금도 가끔 떠올렸다. 마음으로도 들을 수 있는 그 소리. 때론 뿌연 상상 속 장면처럼.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겠는 흐릿한 기억 어딘가에서 또다시 톡.톡.톡. 순간, 귀로 들어왔던 단순한 소리가 음률이 되어 다시 신혜의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톡톡톡. 톡톡. 톡. 톡. 갑자기 신혜가 이불을 박차고 침대에서 일어나 종종걸음으로 방안을 움직였다. 뭔가 좋은 예감이 몸속 깊이 파고든다. 마음을 두드리는, 당신의 얼굴을 두드리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톡톡톡. 신혜는 유레카를 외쳤다. 찾았다. 네 이름!
“안녕하세요? 당신을 특별하게 해주는 기분 좋은 이야기. 마음을 톡톡. 얼굴을 톡톡. 《톡톡톡TV》 크리에이터 토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