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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91191861433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25-09-24
책 소개
소설은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그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빠가 집 안에 수많은 금기를 세우면서 시작된다. 일본인 피아니스트인 엄마와 관련된 모든 것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에 대한 대화가 금지된 집. 여덟 살의 엘리즈는 엄마를 잃은 슬픔조차 마음껏 표현하지 못한 채, 체념한 듯한 아빠를 보호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엘리즈가 유일하게 엄마를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은 마지막 선물로 남은 퍼즐 맞추기뿐이다.
엉뚱한 친구 스텔라와 일본에서 찾아온 할머니 소노카의 등장으로 멈춰 있던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엘리즈는 서서히 엄마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나누는 순간 속에서 잃어버린 애도의 시간을 되찾아간다.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쉽지 않다. 슬플 때는 울어야만 하는데, 그 울음을 참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불가능한 애도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순간임을 일깨워주는 감동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소설이다.
안토니오 카르모나는 배우와 극작가로 활동하며 청소년을 위한 희곡을 써 온 작가다. 첫 장편소설인 이 작품에서 그는 사랑하는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는 고통의 시간을 따스한 유머를 잃지 않고 그려내고 있다.
『영원한 안녕은 없어』는 상실을 다루면서도 따뜻함과 유머를 잃지 않는다.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독자에게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슬픔을 살아가는 법에 대해 잔잔한 위로와 새로운 시선을 건네는 소설이다.
목차
1. 퍼즐 상자와 정원의 무덤들 …… 9
2. 여덟 살 때부터 시작된 규칙 …… 15
3. 조율사와 피아니스트의 전설 …… 20
4. 내 머릿속의 퍼즐 …… 25
5. 양파 타르트 …… 30
6. 아주 아주 세련된 선들 …… 36
7. 스텔라와 사스케 …… 41
8. 참을 수 없는 다정함과 핫초콜릿 …… 47
9. 빠진 조각들 …… 54
10. 전화기 너머의 상대 …… 58
11. 피아노 방 …… 62
12. ‘스텔라’라는 이름의 감정 …… 69
13. 소노카 할머니 …… 74
14. 집을 어떻게 정화할까? …… 80
15. 단지 귤 몇 알 …… 86
16. 할머니 대 오로치마루 …… 93
17. 과거의 작품 …… 100
18. 그 애가 나에게 그 질문을 했다 …… 105
19. 나는 《드래곤볼》을 더 좋아했어 …… 113
20. 멋진 한 주 …… 119
21. 교자와 챔피언십 …… 123
22. ‘사요나라’라고 하지 않아 …… 137
23. 완벽 이상의 현재 …… 143
24. 똑같지만 더 나쁘다 …… 149
25. 천둥 같은 코치 …… 155
26. 완벽한 대결 …… 166
27. 담벼락 위의 물뿌리개 …… 173
28. 청소년 부문 대회 …… 180
29. 바다 위의 전설 …… 195
30. 교토: 우리는 광팬이다 …… 202
31. 호랑이와 여배우 …… 210
32. 대나무 숲 지나 무덤에 …… 215
감사의 말 …… 222
책속에서
나는 아빠가 무너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우유를 넘치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약속했다.
그 얘기를 하기로 결정할 때까지 그 질문을 안 하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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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약속을 지킨 지 4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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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아빠는 많은 규칙을 만들었다. 아빠를 지배한 그 존재가 아빠의 귀에 살며시 속삭였을 것이다. 이 규칙들의 목적은 단 하나, 엄마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것이다. 엄마를 우리 집과 우리의 기억에서 멀리 밀어내는 것이다. 엄마와 엄마가 태어난 나라, 일본까지도.
10월의 어느 저녁, 나는 거실 소파에 굳은 채로 앉아 있는 아빠를 발견했다. TV를 보거나 책을 읽지도 않고 앞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살아 있는 시체처럼.
나는 아빠가 움직이기를 한참 기다렸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눈도 깜박이지 않은 채, 아빠는 어두운 생각에 사로잡혀 정지된 이미지처럼 있었다.
그 모습이 나를 깊은 절망에 빠뜨렸다. 그 순간 느꼈던 감정이 생각난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미웠다.
나는 아빠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마법의 힘이 없는 나 자신이 미웠다.
나는 아빠의 아픔을 없앨 수 있는 강력한 말을 알지 못하는 나 자신이 미웠다.
나는 너무 일본인처럼 보이고, 엄마를 닮아서 의도치 않게 엄마를 생각나게 하는 나 자신이 미웠다.
나는 나 자신이 너무 미워서 결국 소리죽여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