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작가의 말 · 05

제1부 영원한 오늘

여산(廬山)을 그리며·13
빈손·18
무상을 넘어 영원으로·23
적연자득(適然自得)·28
영원한 오늘·33
무상(無常)의 노래·38
하늘의 그물·43
몽상 속의 새벽 산책길·48
도법자연(道法自然)·53
날마다 새롭게·59
분별심(分別心)·64
종교와 권력·70
내 안의 보물들·75
세상은 온통, 나의 스승·80
『금강경(金剛經)』 이야기·85
1시간 20분·91
땡초의 취미삼락(趣味三樂)·95

제2부 거꾸로 가는 세상

독립 선열들 앞에서·103
국민은 안중(眼中)에도 없는가·108
공정과 상식·113
국민의 뜻·117
당랑거철(螳螂拒轍)·122
어찌할 것인가·127
어지러운 세상·133
실종된 상생의 정치·138
거꾸로 가는 세상·143
우리는 하나다·148
한국 언론의 표상, 송건호 정신·152
증오를 꽃다발로·158
비교하지 말자·163
나는 개새끼로소이다·168

제3부 소소한 행복

나부터 바꾸자·175
험악한 세상·180
농촌이 미래의 젖줄이다·184
바람으로 빚은 가락·188
소소한 행복·193
문질빈빈(文質彬彬)·197
양파를 까면서·201
검정 고무신·206
고향에서 즐기는 여름휴가·211
가난한 사랑 노래·214
묘한 것이 사람이다·218
선시(禪詩)로 배우는 세상사·222
이팔청춘의 회색빛 필름들·227
겨울 만다라(曼陀羅)·232
봄날은 간다·238
마음의 창(窓)·243
빈 배처럼·248
안분지족(安分知足)·253
병상일기·258

제4부 옥천의 숨결과 문학기행록

천년고찰, 용암사(龍巖寺)에서·263
옥천 FM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에 거는 기대·273
청소년 문학기행을 다녀오면서·278
황순원 문학관을 다녀오면서·283
옥천 청산 한곡리, 동학 유적지에서·288
가산사에 깃든 호국 정신·296
24년도 지용제 워크숍 동행기·304
24년 청소년 문학 기행록·309
36회 정지용문학상 시상식·315

사람의 마음과 짐승의 마음이 한 길로 통했던 시절도 있었다. 고로 토끼와 노루가 먹고 남은 산골의 시냇물은 길을 가다가 배가 고프면, 그냥 벌떡벌떡 들이마셨다. 배가 탈이 날 걱정은 추호도 안 했다. 배가 탈이 나는 건, 그만큼 배가 부르다는 소리다. 달고 맛나고 귀한 음식을 귀한 줄 모르고 과식하는 요즘 아이들의 문제일 뿐, 옛 시절엔 배탈도, 과식이란 단어도 모르고 자랐다. 가슴엔 별빛 같은 순수함이 넘실거렸기에, 산천초목이 모두가 친구요, 벗이며, 장난감이었다. 고로 비만 오면 길바닥 웅덩이마다 물고기가 뛰어올랐다. 산천초목이 다 눈을 뻔히 뜨고서, 사람과 짐승이 한 문자를 쓰고 한 지붕 아래서 지지고 볶고 놀았다.
검정 고무신, 그것이 분명 그리움의 대상이 된 오늘, 나는 검정 구두에 번쩍번쩍한 정색 넥타이를 맸어도, 가난하기에 굶주려야 했던 그 시절보다 행복하지 않다. 그 시절엔 물질적 풍요는 없었지만, 성품이란 원형질을 남몰래 가슴에 간직할 줄 알았다. 그랬기에 배는 굶주렸지만, 눈망울은 늘, 돌 밑에 눌린 풀처럼 지칠 줄 모르는 기상을 꿈꾸는 법도 배웠다.
―「검정 고무신」 중에서

삶이 고해인 것은 욕심 때문이다. 하늘의 그물이 키우는 삼라만상 중에서 욕심을 부리는 것은 인간뿐이다. 욕심은 아무리 해도 채워지지 않는 법. 집착할수록 빨려 들어가 자신을 태우는 불구덩이 같은 것. 그러나 마음이 짓는 번뇌와 망상, 탐진치도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는 고귀한 씨앗들이다. 아린 상처가 훈장처럼 인생의 나침판이 되듯, 시련도 다져지면 힘이 될 때가 있다. 어둠 속에서 등불을 밝혀 모든 것의 형상을 분별하듯, 자신의 소소한 마음을 등불 삼아야지, 남의 살림살이에 눈독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
이처럼 번뇌와 망상이 소중한 자산인 것은 인내하는 힘에 때 묻지 않으면, 마음결이 짓는 국토마다 묘음으로 장식한다는 것이 마음 법이다. 마음 법은 이것은 욕망이다. 고로 고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고의 원천은 멸할 수 있다. 고의 사라짐에 이르는 길도 마음이 짓는 일이라고, 스스로가 등불을 켜 드는 작업이다._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