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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914870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5-07-11
저자소개
책속에서
뒷 베란다 청소하다
감자 상자 신문지를 걷어 내자
싹 틔운 쭈글쭈글한 감자가
새끼 감자를 주렁주렁 달고 있다
바람 들고 어둑한 그늘에
겨우내 제 몸 썩혀
좁은 상자 안에 일가를 이루고 있다
그릇에 담아 물을 주었다
감자꽃이 하얗게 피겠다
―「감자꽃 피는 집」 전문
동쪽 잣나무 마을 끝자락
해가 들고 바람이 멈추고
마음이 머무는 곳
눈 속에서도 골목마다 핀
아이들 노는 소리 멍멍 강아지 소리
햇살 속에 들길 따라 소박하게 피어난
들풀 들꽃 아지랑이 염소 울음소리
느티나무 아래 장단 맞춰 춤추는 어르신들
진달래 한 잎에 호호호
앵두 두 알에 까르르
홍시 셋에 홍홍홍
중년이 되었어도 아이가 되어
아버지 어머니 품처럼
안길 수 있는 곳
장독대에서 본 수많은 별 초승달
반짝반짝 그리움 불러오고
먼 하늘에 울리는 어머니 목소리
계절보다 그리움이 먼저
동백꽃처럼 피어나는 곳
—「동백마을」 전문
사립문 사이 들어온 햇살
뜰에 핀 보랏빛 과꽃 미소
강아지풀에 내려앉은 간지럼
창밖에 드리워진 가을빛 닮은 노을
밤마다 찾아오는 작은 풀벌레 소리
한 점 한 점 떼어 부서지지 않게 담아
먼저 물든 나뭇잎에 띄워 보낼 테니
어둠 내려앉거든 달빛 아래 살며시 열어 보렴
답장은 그곳
텃밭에 잘 익은 고구마
손에 가지고 놀던 노란 탱자 두 알
햇살 온몸으로 받은 해바라기 씨앗
산길에서 만난 소나무 아래 솔방울
벌레도 탐낸 곱게 물든 단풍잎
분홍 꽃잎 반짝이는 강의 윤슬
가을 소풍 나온 아이들 돌돌 말은 김밥
엄마랑 유모차에 산책 나온 아기 웃음
목덜미에 내려앉은 햇살
차오르는 달빛 별빛 빛나던 순간
그 짙은 가을 색으로 받을게
여름 끝에 앉아서
가을을 기다리는 너에게
―「여름 끝에 걸린 풍경」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