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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사회문제 일반
· ISBN : 9791191959468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26-05-08
책 소개
아파트 분쟁 역사상 전무후무한 승전의 기록
“분양사기를 당한 380세대가 15년 동안 싸운 끝에 당당히 승리하여 1,000억 원이 넘는 잔금을 납부하지 않고 아파트 소유권 등기를 쟁취했다.”
한 편의 영화 소개문 같은 위 문장은 놀랍게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겪은 실화를 요약한 것이다. 『5475일, 집으로 가는 먼 길』은 아파트 분양사기를 겪은 시민 이종수가 이웃들과 함께 5,475일 동안 싸운 끝에 보금자리를 지켜낸 투쟁기다. 이 책은 적게는 수천 만 원, 많게는 수십 억 원의 피해 금액이 발생하는 분양사기 실태를 고발하는 최초의 도서로, 낡은 제도와 부조리한 관행을 이용해 서민의 꿈을 짓밟는 건설 카르텔의 실체를 낱낱이 폭로한다.
2008년 1월 고양시 일산 덕이동의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은 저자는 석 달이 지나자 분양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에 담긴 15년의 과정을 요약하자면 그야말로 ‘분양사기 종합선물세트’라 할 수 있다. 시행사는 허위 광고로 입주민을 끌어들였고, 시공사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자 아파트를 엉성하게 건설했다. 고양시청은 시민들이 겪는 분쟁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나서지 않더니, 급기야 부실하게 세워진 아파트 단지의 임시 사용을 승인하며 시공사의 편의를 우선했다. 심지어 국세청은 실적을 세우고자 기업이 납부해야 할 세금을 입주민에게서 받아내려고 시도했다. 파산관재인은 분쟁에 휘말린 각 가구에 일일이 소송을 걸어 자신의 이익을 탐하기 급급했고, 기나긴 투쟁의 시간 동안 법원은 중립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계약자들의 불리한 처지를 일절 감안하지 않았다.
저자는 5,475일이라는 장구한 시간 동안 입주자협의회를 이끌며 소송 전쟁을 지휘하였다. 그 과정에서 기업들의 고소·고발에 시달리고 폐암과 사투를 벌이기도 했지만 굴복하지 않았다. 시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시청과 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었으며, 정치인을 끌어들여 사안을 공론화하는 둥 온갖 방법을 동원해 싸움을 이어갔다. 저자의 집요하고 처절한 노력 덕분에 2024년 4월 30일 입주자협의회 소속 380세대는 1,000억 원이 넘는 잔금을 지불하지 않고 아파트 소유권 등기를 확보하였다.
파란만장한 투쟁을 마무리한 저자는 인고의 시간을 회상하며 이 책을 집필했다. 아파트 분양 시장 역사상 유례없는 대승리를 기록했으나 책을 출간한 까닭은 업적을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돈 몇 푼이 아니라 시민의 정당한 권리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라는 다른 입주자의 진솔한 고백처럼 저자 역시 비슷한 위기에 봉착한 시민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유사한 분쟁을 겪고 있는 또 다른 ‘이종수’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 15년의 경험을 한 권으로 정리했다.
피해자는 있으나 책임자가 없다
아파트 공화국의 부끄러운 민낯
2025년 국토교통부 산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한 해에 접수되는 아파트 하자에 의한 분쟁 조정 사례는 약 5,000건에 육박한다. 2024년에는 분쟁 심사를 받은 1,774건 중 1,399건이 ‘아파트 하자’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아무리 명확한 증거를 확보했더라도, 시공사에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을 때 입주민이 승소할 확률은 적다. 현재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입주민은 ‘시행사’와 분양 계약을 맺을 뿐 시공사와 계약을 맺지 않는다. 만일 부실시공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다면 법원은 “입주민이 계약한 주체는 시행사일 뿐 건설사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건설사의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허위 광고로 계약자들을 기망한 시행사에 소송을 제기해도 결과는 비슷하다. 시행사는 광고 및 홍보를 담당하는 수행자일 뿐이지, 건물 하자나 아파트 단지 시공의 책임 주체가 아니다. 법률에 문외한이었으나 분양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몸소 판례들을 분석한 저자는 본문에서 “(입주자의) 손해배상 소송 승소율은 약 40%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하면서 입주민이 직면한 불평등한 현실을 꼬집는다.
분양 계약을 둘러싼 분쟁에서 계약자들이 가장 많이 주장하는 논리는 대개 시행사의 허위, 과장 광고와 홍보이다. 입지 과장, 허위 교통 호재, 프리미엄 보장 발언, 명품 아파트 홍보 등에 대해 법원은 이런 사항 대부분을 확정적 계약 사항이라기보다는 ‘장래 기대·의견·홍보 표현’으로 간주한다. 즉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광고 범위’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실제로 판례 가운데는 “분양 광고상의 과장된 표현만으로는 계약의 중요 부분에 대한 기망으로 보기 어렵다.”라는 판결문이 다수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 「3장 고도성장 국가의 아파트 복마전」 120쪽에서
한편 지방자치단체는 사업 및 준공 승인 권한은 있으나 책임 의무가 없다는 핑계로 시민이 겪는 피해를 수수방관하기 일쑤다. 지자체가 아파트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 이유는 많다. 주택 공급 실적을 쌓기 위해, 귀찮은 사건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기업과의 우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민사 문제에 행정기관은 개입하지 않는다.”라는 식으로 책임을 방기하고 발을 뺀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 중 일부는 계약 해제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한국 민법의 특성상 승산이 낮다. 저자는 본문에서 “정확한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법조인들은 대체로 계약 해제 확인 소송에서 원고(입주자) 승소율을 5퍼센트 미만으로 추정한다.”라고 언급하면서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수분양자(소비자)의 불리한 위치를 다시금 각인시킨다. 15년 동안 시행사-시공사-지방자치단체-은행-법원을 상대로 싸운 저자는 아파트 분양 시장을 둘러싼 법률과 제도가 철저히 공급자에 유리하게 설계되었음을 지적한다.
한국은 대외적으로는 수출을 통해서, 내수 시장에서는 건설 및 주택 공급 사업을 통해서 고도성장을 해 온 국가이다. 내수 시장에서 아파트 공급은 오랫동안 커다란 이권을 형성했다 건설업자, 이들과 유착된 지역 토호들, 아파트 분양 광고가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언론사, 주택 공급 실적에만 급급한 지방자치단체 등이 오랫동안 사실상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지내 왔다. 아파트 분양을 둘러싼 모든 법과 제도 역시 이들 공급자에게 유리하게 짜였다. 분쟁이 발생하면 개인에 불과한 소비자들은 이런 거대한 카르텔과 싸워야 하고 그들에게 맞춤형으로 설계된 법규, 제도와 싸워야 한다. 불행의 씨앗이 여기에서 자란다.
- 「들어가며: 나는 왜 이 책을 썼는가」 15~16쪽에서
평범한 서민은 일생 동안 모은 거금을 투자해서 간신히 아파트를, 삶의 보금자리를 구입한다. 그러나 아파트를 세우는 건설사, 아파트 건설을 승인한 지자체, 아파트 분양을 홍보하는 시행사, 국민의 주권을 보호해야 할 법원 가운데 어느 하나도 저자와 피해 가정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다. 부당하고 부조리하며 불평등한 시스템에 기생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기업들은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미끼로 이용해 서민들의 주머니를 강탈한 것이다. 아파트 공화국의 부끄러운 민낯은 이토록 형편없이 추악하다.
대한민국 아파트 분양 시장의
구조적 폐단을 고발한 기념비적인 도서
저자는 웬만한 드라마보다 더 파란만장한 투쟁 과정을 가식이나 미화 없이 담담하게 회고한다. 한 편의 영화를 시청하듯 긴박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따라 읽다 보면 저자가 겪은 처참한 고통이 체감된다. 또한 역동적으로 흘러가는 서사에 몰입하면 아파트 분양 분쟁이 발생했을 때 참고해야 할 행동 수칙과 법률 지식을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다. 입주민들을 단결하는 노하우, 입주민들을 분열시키려는 기업들의 술책과 이를 해결할 대응책, 시행사를 상대로 제기한 잔금 상계책 작전의 기발함, 여론전으로 기업과 지자체를 압박하는 방식, 변호사와 효율적으로 협업하는 요령 등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값진 조언이 이 책에 한가득 담겨 있다.
아파트 분양 시장의 구조적 폐단을 간파한 저자의 통찰력이 특히 인상적이다. 저자는 분양사기 문제를 책임지는 주체가 없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거론한다. 현행 제도와 법률에 따르면 분양사기 피해자는 소송으로 배상금을 받기 어렵고, 계약을 해제하기는 더욱 힘들며, 공권력의 도움을 바라기엔 현실이 녹록치 않다. 이에 저자는 일본과 미국의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 아파트 시장 구조가 철저하게 기업에 유리하게 설계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럼 이런 구조는 어느 나라에서나 다 일반적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가까운 일본이나 ‘부동산 개발’ 개념이 먼저 시작된 미국을 보면 시행·시공 주체를 나누어 공급자에게만 일방적으로 혜택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부동산 개발이나 대단위 주택 분양 시 이익은 향유하면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건설사만 다치지 않도록 배려한 이 공급자 위주의 관행은 경제의 고도성장기에 주택 공급을 급격히 늘려야 했던 우리나라 도시 건설 과정이 낳은 기이한 예외 사례이다. 단기간에 수백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건설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특혜를 주던 관행인 것이다. 한마디로 이 구조는 한국 경제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임시로 만들어진 기업 특혜 관행일 뿐이다.
- 「3장 고도성장 국가의 아파트 복마전」 70쪽에서
한국이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현 시점에서도 소비자들은 일방적으로 고통을 겪는다. 저자는 이 어이없는 현실의 근원에 ‘주택 선분양 제도’라는 시대착오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통렬하게 고발한다. 선분양 제도는 소비자가 분양가의 80퍼센트 정도를 주택 완공 이전에 납부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로, 과거 고도성장기에 주택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되었다. 이 제도 덕분에 기업은 수분양자가 미리 지불한 대금을 건설 사업에 활용하거나 완공 이전에 소비자를 모집해 수요를 확보하는 둥 여러 혜택을 누렸다.
그러나 소비자는 주택 선분양 제도 때문에 고가의 건물을 완제품이 아닌 상태로 구매해야 하거나 기업의 부실시공 문제를 감수해야 하는 등 여러 위험에 시달려야 했다. 즉 아파트 분양사기 문제는 기업의 편의만을 위해 설계된 낡은 방식이 오늘날까지 방치된 결과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한국처럼 선분양 제도를 운용하는 중국의 사례를 소개하여 공급자 위주의 부동산 제도가 얼마나 많은 피해를 끼치는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저자의 경험은 무척 특수하지만 그가 감내한 고통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되었다. 역경을 이겨내며 쌓인 통찰은 여전히 주거 불안에 시달리며 ‘아파트’를 선망하는 한국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 책은 경제 성장을 빌미로 그간 공급자의 편의를 배려하고 편법을 눈감아준 한국 사회에 최초로 경종을 울리는 기념비적인 도서가 될 것이다.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며: 나는 왜 이 책을 썼는가
1장 거짓 약속의 땅
한겨울의 모델하우스
명품아파트로 초대합니다
어느 가장의 꿈
아파트 공화국의 이면
[분양 투쟁 상식1] 시행사, 시공사, PF의 원천적 문제점
2장 계약서라는 올가미
사라진 카페 운영진
협의회장에 선출되다
시골집 팔아 55평 아파트를 계약?
작지만 소중한 첫 승리
[분양 투쟁 상식2] 책임 주체가 분명한 미국과 일본의 주택 공급자
3장 고도성장 국가의 복마전, 아파트
‘시행사 드림리츠’의 실체
정략이 판을 친 시공사 선정 과정
이전투구 싸움판이 되다
균열과 혼돈의 2009년
바보거나 미쳤나
성실한 ‘부실 공사’ 감시
비상총회 개최
‘기획 소송’과 둘로 갈라진 협의회
이제는 실력 행사다
‘동별 임시 사용 승인’이라는 꼼수
[분양 투쟁 상식3] 왜 계약 해제 소송은 현실적 대안이 못 되는가
4장 배수진을 치다
잔금 거부 투쟁
신의 한 수 ‘잔금 상계’ 비책
코너에 몰린 시행사
덕이동에 불어온 훈풍
또다시 안개에 휩싸이다
[분양 투쟁 상식4] 입주자 대표회의의 성격
카나리아 죽이기
은행의 어깃장과 시행사 파산
또 한 장의 벽돌을 쌓다
[분양 투쟁 상식5] 대주단이란 무엇인가
5장 그들만의 리그
충격적인 소송 패배
자취를 감춘 변호사
[분양 투쟁 상식6] 항소와 상고와 항고
파산법이 깡패법인 이유
국세청의 전화 사기
멈춰 버린 시간, 안타까운 비극
파산관재인의 전면전 선포
드러나는 야욕
[분양 투쟁 상식7] 파산 관련 상식
6장 사상 유례없는 대승리
결전의 날은 다가오고
한여름 소나기 같은 승리
힘에는 힘으로
타협이냐 대결이냐
회장님을 살립시다
다시 빌런이 된 국세청
운명을 건 담판
15년 투쟁의 마무리
[분양 투쟁 상식8] 지체상금이 현실적 보상이 되지 못하는 이유
마치며: 분양 시장에 파문을 일으킬 돌멩이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파트 분양 계약은 민간인 사이에 한쪽은 상품(아파트)을 공급하고 한쪽은 적정한 금액을 주고 그 상품을 구매하는 계약이다. 쌍방의 필요에 따라 이루어지는 동등한 계약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부터 계약자들은 공급자(시행사)에게 일방적으로 휘둘릴 수밖에 없다. 계약자는 분양 대금을 납입해야 할 의무는 확고하지만, 계약자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려면 첩첩산중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
- 「1장 거짓 약속의 땅」
아파트 분양 분쟁의 여러 사례들을 보면 이 지난한 과정을 버티지 못하고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시행사의 선심 쓰는 듯한 약간의 회유책에 타협하거나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가 흔하다. 결국 계약자들의 단결력을 유지하면서 지치지 않고 싸움을 이어 가려면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이라도 작은 규모의 싸움에서 실속 있는 승리를 누적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 「2장 계약서라는 올가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