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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1979282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3-02-0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제1장〗교도소의 봄
〖제2장〗교도소의 여름
〖제3장〗교도소의 가을
〖제4장〗교도소의 겨울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교도소에서 ‘문門’이라는 단어는 꽤 상징적이다.
누군가에겐 손을 움직여 문을 여닫는 일련의 과정으로 치부될 수 있는 단순한 행위지만, 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다시 문을 열고 나가기까지 수년, 혹은 수십 년 동안 자신의 인생을 집어넣어야 다시 이 문을 열고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24시간 동안 360도를 도는 지구의 자전을 생각한다면 아마 이 문을 열고 들어와 닫고 나가기까지 지구가 수백 바퀴는 돌아야 한 번 닫힌 문이 다시 열릴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문을 열면 그동안 살아온 세상과는 확연히 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제1장 교도소의 봄” 중에서
어젯밤, 자살 기도를 한 수용자가 대학병원으로 호송됐다. 사람의 목이 그렇게 세게 조여질 수 있는지 그날 처음 알았다. 목에 매단 도구를 있는 힘껏 뜯어낼 때, 내 손은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사람이 죽음을 선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고민했을지……. 스스로 죽음이라는 선택을 한 그의 방을 몇 분간 그저 멍하니 서서 들여다보았다.
텅 빈 방에는 그가 쓰던 세면도구, 빵, 티브이와 화장실 변기만이 그 방을 채우고 있다. 아직 그가 사용하던 칫솔은 물기조차 마르지 않았다. 반쯤 쓰다만 반성문과 책갈피가 꽂힌 성경책을 빈 상자에 담으면서 착잡한 마음도 한편에 함께 담는다. 부모의 배 속에서부터 이루어진 위대한 생명의 탄생이지만 한 사람이 머물고 간 자리에는 그저 생존을 위한 몇몇 도구들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제2장 교도소의 여름” 중에서
일단 생리현상이 가장 큰 문제다. 방역복은 상・하의가 일체형으로 되어 있다. 볼일을 보려면 방역복을 무릎 밑까지 전부 내려야 한다. 사실상 탈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곳에서 하루 12시간씩 있어야 하니 생리현상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리고 난 뉴스를 봐서 알고 있었다. 방역복을 입고 벗는 과정에서 감염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대소변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말에 개인 방역 수칙을 준수하라는 말만 돌아온다.
다시 이 행동을 몇 번 반복하고 나니 어느덧 저녁이 됐다. 이곳에 들어온 지 10시간이 지났다. 난 이곳 외에 그 어떤 곳도 출입하면 안 됐고, 다른 직원들과 접촉해서도 안 됐다. 아침 7시 반에 집에서 출발해 이곳에 들어왔고 저녁 9시가 돼야 이곳에서 나갈 수 있다.
방역복도 내 마음처럼 이리저리 구겨지고 후줄근하다.
-“제3장 교도소의 가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