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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요정

달빛 요정

고순옥 (지은이)
예인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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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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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달빛 요정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시조집
· ISBN : 9791192010205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3-06-18

목차

시인의 말 … 4

제1부

… 11 _ 달빛 요정
… 12 _ 까치밥
… 13 _ 습작
… 14 _ 고수 동굴
… 15 _ 봄비
… 16 _ 오작교
… 17 _ 청령포
… 18 _ 어수리
… 19 _ 풍년가
… 20 _ 놀이터
… 21 _ 추사고택
… 22 _ 청춘 1
… 23 _ 청춘 2
… 24 _ 우리 땅 독도
… 25 _ 부엌
… 26 _ 청보리밭


제2부

… 29 _ 순수
… 30 _ 커피
… 31 _ 꽹과리
… 32 _ 한 줌 존재
… 33 _ 글 바랑
… 34 _ 장신구
… 35 _ 햇빛 물들다
… 36 _ 여인
… 37 _ 낙동강 회상
… 38 _ 갈매기
… 39 _ 매미
… 40 _ 기장 공판장
… 41 _ 의자가 되어
… 42 _ 깡깡이 마을
… 43 _ 봄 사랑가
… 44 _ 봄밤


제3부

… 47 _ 장독
… 48 _ 음복하다 남몰래
… 49 _ 막걸리 한잔
… 50 _ 댑싸리
… 51 _ 쟁기질
… 52 _ 설날
… 53 _ 엄마의 등
… 54 _ 아침이슬
… 55 _ 징검다리
… 56 _ 장마
… 57 _ 가을 이불
… 58 _ 야간작업
… 59 _ 깨복쟁이
… 60 _ 박꽃
… 61 _ 피나무
… 62 _ 사월


제4부

… 65 _ 수채화
… 66 _ 동백꽃
… 67 _ 동백이 진다
… 68 _ 설중매
… 69 _ 개화
… 70 _ 백목련
… 71 _ 가시연
… 72 _ 아카시아
… 73 _ 복수초
… 74 _ 수련
… 75 _ 묵죽화
… 76 _ 상사화
… 77 _ 억새꽃 강가
… 78 _ 철쭉
… 79 _ 배롱나무
… 80 _ 자작나무숲


제5부

… 83 _ 아껴 둔 계절
… 84 _ 내 마음 소나무
… 85 _ 간장 담기
… 86 _ 코로나19
… 87 _ 하얀 눈
… 88 _ 종소리
… 89 _ 마음의 향기
… 90 _ 기일忌日
… 91 _ 숙아
… 92 _ 참회
… 93 _ 천안사 석등
… 94 _ 선암사
… 95 _ 선암사 2
… 96 _ 첫사랑 흔적
… 97 _ 꿈속 미상
… 98 _ 밤비

평설 ·· 이정자 시인 〔문학박사, 전)건국대 교수〕
… 99 _ 고순옥 시조에 나타난 작가 의식

저자소개

고순옥 (지은이)    정보 더보기
- 충남 천안 출생 - 2018년 영호남 시 부문 등단 - 2019년 시조문학 등단, 시조문학 회원 - 부산문인협회 사무차장, 새부산시인협회 회원 - 부산불교문인협회, 청옥문학협회 회원 * 수상: - 2019년 부산시단 작가상 - 2020년 김어수문학 우수상, 전당문학 작품상, 영호남문협 작품상 - 2021년 부산진구예술인협회 작품상, 시조문학 신인작가상 - 2022년 실상문학 작품상, 부산진구예술인협회 작가상 - 봉사상; 법무부장관상, 서울경찰청장 감사장, 부산경찰청장 감사장, 부산지방검찰청 감사장, 부산진구청장상 *시집: 『글 바랑』 『숟가락 장단』 *시조집: 『달빛 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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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 평설評說

고순옥 시조에 나타난 작가 의식


이정자 시인
〔문학박사, 전) 건국대 교수〕

고순옥 시인은 자기 계발에 적극적인 시인이다. 한 가지를 보면 열 가지를 안다는 말이 있듯이 프로필을 보면 그 활동의 영역을 짐작할 수 있다. 자유시와 시조 두 영역에서 등단도 했다. 그 활동 영역도 크고 넓다. 영호남을 아우르는 등단 경력과 수상 경력도 다양하다. 그리고 문학 활동 외에도 봉사상 수상이 많다. 그만큼 봉사를 많이 하고 그 방면의 활동 영역이 넓고 크다는 의미다. 그런 경험들도 인생에 활력을 주고 시작에 넉넉한 소재素材와 제재題材가 될 것이다.
고순옥 시인의 시는 평안함을 주면서도 인생 전체를 읽을 수 있는 다양한 주제와 제재가 함께 한다. 자연 친화적인 작품이 많은가 하면 작가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창작의 고뇌도 있고, 역사적인 명소를 찾아가는 시작詩作과 추억으로 다가오는 고향 의식 및 농구農具를 대상으로 한 제재도 있다. 이별과 기일과 같은 인생의 아픈 제재도 있다. 곧 인생 전체를 아우르는 작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시는 시인의 감정과 정서의 표출이다. 유가儒家에 의하면 정情은 인간의 본성이 외물에 감응하여 발현한 결과 또는 결과로서의 상태를 가리킨다. 또 정情은 외물의 자극이나 조건에 심기心氣가 성性을 근거로 하여 구체적으로 발현한 것이라고 한다. 곧 우리의 감정은 외부 조건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감정은 갈대와 같고 구름과 같아 그 변화 또한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감정은 신체적 반응에서 올 수도 있고, 심리적 변화에서 올 수도 있다. 하기야 이러한 반응과 변화가 없다면 목석木石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감각기관을 통하여 끊임없이 경험하고 인식하고 반응한다. 여기서 시가 탄생한다. 그래서 시는 곧 시인의 마음 풍경이다. 그리고 그것은 시적 자아의 상상과 정서의 산물로 극히 주관적인 감동과 열정으로 느끼는 가슴의 세계다. 그 세계는 시인의 마음 풍경만큼이나 독창적이고 개성적이다. 그리고 인간 삶의 모습만큼이나 시 세계는 개별적이고 다양하다. 그것은 개인의 가치관과 세계관, 인생관이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대상을 두고도 시인마다 각기 다른 이미지로 표출된다. 이렇게 시인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기에 같은 대상을 두고도 수많은 시들이 탄생하였고, 앞으로도 무수히 탄생할 것이다. 80억이 넘는 세계인의 얼굴에서 똑같은 모습이 없고, 똑같은 손금이 없듯이 같은 대상을 두고 짓는 시작의 언술 또한 그렇다. 이는 같은 제목을 주고 쓰게 하는 백일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수백 명이 모여서 지어도 똑같은 작품은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각 개인이 소유한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심천心泉'에서 퍼 올리기 때문이다.
다음에서 몇 갈래로 나누어 독자와 함께 고순옥 시인의 시 세계를 감상해 보고자 한다.

1. 자연 친화적인 정서 미학

자연은 생명의 근원이며 원형이며 모태다. 자연은 심성을 순화시키고 감성을 풍부하게 하여 인생을 윤택하게 하는 보고인 동시에 시의 자료를 제공하는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알렉스 프레민저(Alex Preminger)는 『시학 사전』에서 '자연이야말로 문학의 진실성을 가늠하는 기준이며 시학의 개념'이라 했다. 자연은 예술 작품의 보고다. 자연을 노래하지 않고는 시인이 될 수 없다. 조지훈은 시를 가리켜 '시인이 창조한 제2의 자연'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예부터 시인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그 아름다움 속에서 인생을 말하고 인생을 노래하기도 했다. 자연미도 시인의 시적 대상이 되어 시로 표출될 때 자연미는 예술미로 승화한다. 자연은 피고 지면 그만이다. 시인의 시선이 다가가 시인의 감성이 닿아 시의 대상으로 표출되면 자연은 예술미로 승화한다.
다음에서 자연 친화적인 정서가 표출된 시조 몇 편을 살펴보고자 한다.

물무늬 그물 치는
아늑한 호숫가에

외로이 노를 젓는
한 조각 누운 구름

은하수
뿌려진 치마
다홍으로 물드네

- 「달빛 요정」 전문
한 폭의 아름다운 상상화다. 호수는 물무늬로 그물을 치고, 한 조각 구름은 노를 저어 푸른 물을 가르고 은하수는 다홍치마를 풀어 놓은 듯 하늘을 가른다. 제목 그대로 '달빛 요정'이다. 요정의 요술은 일반적인 사고로는 이해가 불가하지만, 요정의 요술을 이해하면 뭐든 이해할 수 있다. '한 조각 구름이 노를 젓고' '은하수 뿌려진 치마가 다홍으로 물이 든' 아름다운 「달빛 요정」은 아름다운 꿈을 꾸는 시적 자아의 아름다운 꿈의 세계이다. 이렇게 시작詩作에서 마음의 날개를 맘껏 펼칠 수 있는 것이 시인의 특권이고 자유다. 온 우주도 담을 수 있는 것이 시의 세계고 시인의 마음이다. '달빛 요정'은 시적 자아의 아름다운 한 폭의 상상화다.
시는 감성을 통한 주관적이고 구체적인 세계를 그것도 지극히 개인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언어예술이라 했다. 그래서 시는 과학적이고도 추상적인 관념의 세계를 벗어나서 감성적인 세계를 구성하되 시인의 경험과 인생관과 철학관에서 각기 다른 색깔과 모습으로 표출된 시인의 마음이다. 그래서 「달빛 요정」은 시인의 마음 풍경 곧 시적 자아의 아름다운 한 폭의 상상화다.

잔설을 헤집고서
꽃망울 하품하고

줄기에 업은 꽃잎
옛사랑 품속 열며

잠이 깬
희망찬 봄날
이부자리 펼치네

- 「복수초」 전문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봄의 전령사 복수초는 꽃말이 '영원한 행복'이다. 복수초는 다양하면서도 신기한 특성을 보인다. 2월 눈이 녹기 전에 눈 속에서 핀다고 하여 '설연화雪蓮花' 또는 '얼음새꽃'이라고도 한다. 한자로 '복수초福壽草'는 '복 많이 받고 오래 사는 풀'이란 의미이니 봄의 전령사로서 사랑받는 꽃이다. 그 복수초가 잔설 가운데 피어나는 모습을 시인은 '꽃망울이 하품한다'로 표출했다.
시어는 어디까지나 극히 개인적인 언어다. 시인만이 느낄 수 있는 언어이고 시어다. 꽃망울이 어떻게 하품을 할까. 이러한 시어를 표출할 수 있는 것도 시인의 특권이고 시인의 상상이고 시인의 자유이며 시인의 개성이다. 그래서 시인은 시의 세계에서 상상의 날개를 맘껏 펼칠 수 있고 그 날개를 시어로 표출할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줄기에 업은 꽃잎'이라든가 '희망찬 봄날 이부자리 펼치네' 등도 시인만이 할 수 있는 시어다. 줄기에 맺힌 꽃잎을 '줄기에 업은 꽃잎'으로, 따뜻한 봄날을 '이부자리 펼치네'로 표출한 시인의 시어 창출 또한 새로움을 더하고 신선감을 준다.

이루다 못 핀 사랑
피어도 외로운 꽃

멍 자국 남겨놓고
그리워 애태우니

달빛은
가을 밝히며
무르익게 해주네

- 「상사화」 전문

상사화는 봄철에 비늘줄기 끝에서 잎이 모여나는데 꽃줄기가 올라오기 전인 6~7월이면 잎이 말라 죽으므로 꽃이 필 무렵이면 살아있는 잎을 볼 수 없다. 7~8월에 꽃줄기가 길게 자라 그 끝에 4~8개의 꽃이 산형 꽃차례를 이루며 달려 핀다. 빛깔은 연한 홍자색이고 길이는 9~10cm이다.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하니 열매는 맺지 못한다.
상사화는 이렇게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으므로 잎은 꽃을 생각하고 꽃은 잎을 생각한다고 하여 상사화라는 이름이 붙었다. 곧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잎과 꽃은 각각으로 핀다. 그래서 '이루다 못 핀 사랑 / 피어도 외로운 꽃'이다. 이별의 '멍 자국 남겨놓고 / 그리워 애태우니' '달빛이 가을 밝히며 / 무르익게 해주네'라 하여 맺지 못하고 익지 못한 안타까운 사랑을 달빛으로 추수 계절 가을을 밝히며 그 사랑을 무르익게 해주니, '상사화'를 향한 시적 자아의 갸륵한 마음이 표출되었다.
견우와 직녀는 1년에 한 번이라도 눈물로 만나는데 상사화는 잎과 꽃이 전혀 만나지 못하니 열매도 맺지 못한다. 참 안타까운 사랑이다.
이외에도 「순수」, 「매미」, 「동백꽃」, 「동백이 진다」, 「개화」, 「백목련」, 「아카시아」, 「수련」, 「철쭉」 등이 자연 친화적인 정서 미학에 속하는 작품들이다.

2. 창작의 과정에서 표출된 정서 미학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접하고 배우고 경험하고 체험하기도 한다. 특히 문학은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 속에서 배태된다. 직접적인 경험은 한계가 있기에 작가는 간접 경험을 많이 한다. 그 간접 경험이란 독서에서 온다, 곧 책 속에 길이 있고 인생이 있고 작가에겐 책 속에 창작의 길이 있고 창작의 소재가 있다.
시인이라고 시만 읽고 거기서 소재나 제재를 찾기는 어렵다. 오히려 소설이나 수필에서 시의 소재와 시어를 찾을 수 있다. 그러기에 풍성한 독서 경험에서 풍성한 길이 있고 풍성한 소재가 있고 풍성한 제재가 있음을 안다. 독서를 통해서 작가는 많은 것을 경험한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는다. 여행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그 하나하나가 시의 소재가 되고 제재가 된다.
다음에서 창작 과정에서 표출된 작품 몇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잡다한 생각들에

어르고 보듬어줄
시어는 오리무중

내 마음
대신 전해줄
삶의 의미 찾는다

빈 행간 빼곡 채운
회한의 응어리를

다독인 시조 한 수
한恨 번민 잦아드니

몽근짐
내려놓으니
홀가분한 무념무상

- 「습작」 전문

위 시는 습작 과정을 거쳐 창작의 길을 찾아가는 시적 자아의 여유로운 시심을 읽는다. 창작의 고뇌도 쉬이 넘는다. 그만큼 알차게 준비가 된 시적 자아다.
첫수에서는 출처도 알 수 없는 잡다한 생각들로 오리무중인 상태에서 적절한 시어를 찾는 과정을 표출했다. 둘째 수에서는 행간을 빼곡 메운 시어들에서 하나하나 제자리에 놓이는 과정에서 시조 한 수가 태어나는 뿌듯함을 '몽근짐 / 내려놓으니 / 홀가분한 무념무상'으로 깔끔하게 연시조 한 편을 창작했다.
잡다한 생각이지만 많은 것은 없는 그것보다 좋다. 그 가운데서 하나하나 추스르며 알맹이를 고르면 된다. 없는 것이 문제지 많은 데서 고르기는 그만큼 작가에겐 선택의 여유가 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잡다한 생각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경험과 체험에서 얻은 사고가 풍성하다는 의미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 또는 독서에서 또는 여행에서 경험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자료가 풍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잡다한 생각들로 보이지만 거기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거기서 하나하나 찾아서 한 편 작품으로 승화시켰으니 흐뭇하다. 그리고 나머지 잡다한 것을 다 내려놓으니 가벼운 마음, 홀가분한 무념무상으로 귀결되었다. 창작의 고뇌가 작품 한 수 한 수 얻으면서 아침 안개가 걷히듯 확 풀리는 것을 본다. 그리고 창작의 기쁨을 맛본다.

한 단어 구절마다 글 무게 느껴지니
비우고 덜어내며 연필로 시어 찾다
무심한
백지 위에다
관중貫中하는 화살촉

창고 속 차곡차곡 먼지가 쌓이도록
정해진 시제 만나 머릿속 캄캄해도
때 되면
알알이 글맛
한 아름쯤 담으리

- 「글 바랑」 전문

이 또한 시작詩作의 과정이다. '한 단어 구절마다 글의 무게가 느껴진다'라는 것은 그만큼 의미 있는 시어들로 적재적소에 채워진다는 의미다. 비우고 덜어내며 적절한 시어를 찾아가는 시인의 마음이 시간과 함께 흐르는 것을 독자도 감지한다. 그렇게 고르고 고르다가 무심한 백지 위에 관중 하는 시어에 미소를 짓는 시적 자아의 모습이 독자에게도 눈에 선하게 보인다.
둘째 수에서는 소재와 제재가 가득 쌓여 있는 가운데서 찾아가는 과정이다. 정해진 시제를 만나면 저절로 적절히 관중 하듯 제자리 놓이니 만족한 글맛이다. 그래서 “때 되면 알알이 글맛 한 아름씩 담으리”라 하여 창작의 고뇌가 아니라 창작 과정을 통하여 창작의 기쁨을 맛본다.

붓끝에 찍은 물감
퍼지는 그리움은

곱게 핀 꽃잎 펴도
반기는 사람 없네

나비가
여백 한 편에
낙관 홀로 날으네

- 「수채화」 전문

수채화를 배워서 그리는 시적 자아의 모습이다. 전문가는 아직 아니고 배우는 과정인 듯하다. 처음 배워서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하나하나 그리는 그림일수록 자기 작품에 대해 뿌듯하고 신기하고 멋있는 작품으로 보인다. 시적 자아로서는 곱게 그린 꽃인데 반기는 이 없어서 섭섭함이 있다. 하지만 나비가 여백에 낙관을 찍으니 얼마나 멋이 있는가. 그래서 이 작품은 종장이 일품이다. '곱게 핀 꽃잎 펴도 / 반기는 사람 없네 // 나비가 / 여백 한 편에 / 낙관 홀로 날으네'라 하여 나비가 낙관을 찍으니' 더없이 멋스러운 작품이다.
붓끝에 묻은 기운
인고忍苦로 득도하니

성글어 맑은 가락
춤사위 살아나고

고고히
넘치는 숨결
허공에도 힘차네

- 「묵죽화」 전문
*묵죽화: 먹으로 대나무 그린 그림

시인은 그림도 그리나 보다. '붓끝에 / 묻은 기운 / 인고忍苦로 / 득도를 하니'라 했으니 묵죽화에는 일가견을 이룬 시적 자아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그 세월은 시력詩歷보다 오랜 세월을 투자한 것으로 인지된다. '성글지만 맑은 가락 / 춤사위로 살아나고 // 고고히 / 넘치는 숨결이 / 허공에도 힘차네'라 했으니 묵죽화는 사계에 푸르고 속이 비었으니 고고한 숨결이 될 테고, 우뚝 솟아난 석죽화는 허공으로 뻗었으니 고고孤高하다. 그림 한 점도 이리 시가 되고 힘이 되고 시조와 함께 예술미로 승화했으니 「묵죽화」는 정물화이되 생명력이 있는 시 예술 작품으로 독자와 함께 언제나 함께하리라.
3. 역사의식이 표출된 정서 미학

모든 창작물은 그 시대의 산물이다. 미국 태생 영국 시인 에리엇(T.S.Eliot, 1885∼1965)은 “The great poet, in writing himself, writes her time”이라 하여 시인은 그의 작품에서 자신과 함께 그 시대를 표현한다고 했다.
그리고 독일 실존 철학자인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는 “시는 역사를 지탱해 주는 밑바탕”이라 했다. 그런가 하면 영국의 비평가이며 시인인 헌트(Hunt Henry Leigh, 1784∼1859)에 의하면 “시란 진리와 미와 힘에 대한 열정의 표상”이라고 했다. 하기야 무엇을 하든 열정이 없으면 무엇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다.
하물며 창작에 있어서야 말해서 무엇하랴. 세기의 영웅 나폴레옹(1769∼1821) 역시 “펜은 칼보다 강하다.” 하여 문학의 힘을 대변해 주고 있다. 이 모두는 언어의 힘, 글의 힘, 문학의 힘을 역설力說한 말이다. 우리 현대사에도 윤동주, 한용운, 이육사, 이상화 … 등 작품을 보면 살아 있는 민족혼을 느낀다.
다음에서 역사의식이 표출된 작품을 살펴보자.

밥 한술 목이 메어
눈물만 삼키다가

사무친 저 그리움
휘감아 흘려보내고

소나무
먹바위 안고
생生 망부석 되었네

- 「청령포」 전문

청령포는 단종이 유배된 슬픈 사연이 있는 곳이다. 청령포는 동, 남, 북 삼면이 물로 둘러싸이고, 서쪽으로는 육육봉이라 불리는 험준한 암벽이 솟아 있어 나룻배를 이용하지 않고는 밖으로 출입할 수 없는 섬과도 같은 곳이다.
단종은 1441년 7월 23일(세종 23년) 문종과 현덕왕후 권 씨 사이에서 원자로 태어났으며 이름은 홍위弘暐다. 12세 어린 나이로 제6대 왕에 즉위하였다. 계유정난 이후 1455년 6월 11일 단종은 세조에게 왕위를 찬탈당하고 15세에 상왕上王이 되었으나 사육신 사건이 일어나 1457년(세조 3년) 노산군으로 강봉되었다.
청령포에는 단종이 한양에 계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쌓았다는 돌로 쌓은 탑도 있고, 단종이 걸터앉아 쉬곤 했다던 600년 된 소나무도 있다. 이런 역사적인 슬픔이 있는 곳을 찾았으니 시인으로서 어찌 시 한 수가 나오지 않으랴. 어머니를 그리고 궁궐을 그리며 하나하나 쌓아 올린 돌탑이며 단종이 즐겨 쉬며 앉았다는 소나무를 바라보며 그 옛날 슬픈 역사가 시인의 감성을 울리며 시의 세계로 다가가 한 편의 시조를 탄생시켰다.
'밥 한술 먹는 것도 목이 메고, 사무친 그리움은 눈물이 되고, 소나무를 벗 삼아 외로이 앉아 있는 단종의 모습이 망부석'으로 다가오는 시의 세계이고 시적 자아의 '마음 풍경'이다. '단종애사'를 생각하면 수백 년이 흐른 지금도 마음이 아려오는 것을 느낀다. '왕이 되려고 사심도 욕심도 없었던 열일곱 살 소년 홍위'는 숙부인 세조에 의해 생을 마감했다.

한 줄기 바람 일어
적막을 띠로 두른

천년을 젖은 묵향
나누듯 필담 풀어

살다 간
큰선비 체취
집안 곳곳 풍기네

- 「추사고택」 전문

충남 예산 '추사고택' 일원에 봄 햇살로 곱게 물든 수선화가 활짝 피어나 '노란 물결'을 이루고 있다. '금잔옥대金盞玉臺 수선화'는 추사 김정희 선생이 아끼고 사랑한 꽃이라 한다. 추사가 제주 유배 시절(1840∼1848)에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자라는 그윽하고 담담한 기품에 반해 '칠언시七言詩'를 비롯해 수선화를 노래한 여러 수의 시도 전한다. 추사고택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지난해 수선화를 추사고택 주변의 산책로와 화순옹주홍문에 추가로 심었다. 이것이 봄을 맞아 관광객들의 눈길을 멈추게 한다.
예산군 관광 시설사업소 관계자는 “고택이 단순 역사유적지뿐만 아니라 문화 여가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수선화로 꾸몄다.”라며 “고즈넉한 추사고택과 수선화가 어우러진 경관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다스리고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시인은 추사고택을 찾아 고택이 풍기는 분위기와 추사와 얽힌 역사와 큰선비로서의 추사 인품까지 아우르며 한 편의 단수로 깔끔하게 승화시켰다. 하지만 그 내용을 유추해보면 하 많은 역사적 사연들을 담고 있다. '한 줄기 바람'이며 '적막을 띠로 두른' 그 사연들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더구나 절제되고 축약된 시조에서 어찌 표출할 수 있으랴. 다만 역사적 사실을 알고 그것을 유추해 볼 시어들이다.
「추사고택」은 제주도에 추사가 위리안치圍籬安置 된 집을 연상하게 한다. 집 둘레에 가시가 많은 탱자나무가 심겨 있는 것을 보았다. 물론 관광객을 맞는 예산의 '추사고택'은 대궐이다.
중·종장의 배경을 유추해보면 서예에서 추사체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서예에서 일가견을 이룬 추사임을 알 수 있다. 평생 일궈낸 추사체 연구서에 의하면 “김정희(金正喜, 1786~1856)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옛 글씨를 연구하여 추사체秋史體를 만들었다. 그 핵심은 중국 서한西漢 시대 글씨를 구현하는 데 있다. 추사체는 옛 글씨 모방이 아니라 창조적인 글씨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실현한 고증학 정수라고 할 수 있다. 글자를 쓰는 데 점과 획의 굵기를 달리하는 등 변화와 조화를 중시했다.”라고 한다. 이렇게 추사체는 독창적이라는 것이다. 곧 추사체秋史體는 추사 김정희가 창안한 글자체로 한나라 때 예서체를 기본으로 해서 행서를 응용하여 창안한 서체다. 추사 관련 연구 단체도 여럿 있다. 사람은 가고 없지만, 역사는 흐르고 흐르는 역사 속에서 그가 남긴 업적은 후세인에 의해 이어지고 발전한다.
그 외 「우리 땅 독도」도 시적 자아의 역사의식이 표출된 연시조이다.

4. 나오기

이상에서 고순옥 시인의 시조집 『달빛 요정』을 살펴보았다. 고순옥 시인의 작품은 평안함을 주면서도 인생 전체를 읽을 수 있는 다양한 주제主題와 제재題材가 함께 한다. 그 모두를 다 다룰 수는 없고 주제별로 세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첫째 자연 친화적인 작품을 살펴보았다. 거기에는 「달빛 요정」, 「복수초」, 「상사화」에 나타난 작가 의식을 살펴보았다. 곧 「달빛 요정」은 아름다운 한 폭의 상상화이고, 「복수초」는 새로운 시어 창출이 신선했으며, 「상사화」는 이루지 못하는 사랑의 안타까움을 잘 표출했다.
둘째 창작 과정에서 표출된 정서 미학에서는 「습작」, 「글 바랑」, 「수채화」, 「묵죽화」 등 네 편에 나타난 작가 의식과 표현 기술 및 시어를 살펴보았다. 「습작」에서는 '습작'의 과정을 거쳐 '창작'의 길을 찾아가는 시적 자아의 여유로운 시심을 읽을 수 있다. 「글 바랑」에서는 창작 과정을 통하여 창작의 기쁨을 맛본다. 「수채화」에서는 '나비가 낙관을 찍으니' 더없이 멋스러운 작품이다. 「묵죽화」에서는 정물화이되 생명력이 있는 시 예술 작품으로 승화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셋째 역사의식이 표출된 작품에서는 「청령포」, 「추사고택」을 살펴보았다. 「청령포」에서는 슬픈 역사가 되새겨지는 단종의 모습이 '망부석'으로 다가오는 시 세계이고, 「추사고택」에서는 고택이 풍기는 분위기와 추사에 얽힌 역사와 큰선비로서의 추사 인품까지 아우르며 한 편의 예술미로 깔끔하게 승화시켰다.
그 외 추억으로 남은 고향 의식과 농구農具를 대상으로 한 제재도 있고, 이별과 기일과 같은 인생의 아픈 제재도 있다. 곧 인생 전체를 아우르는 작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물론 추억과 고향 의식 등 보다 다양하게 나누어 평설을 할 수 있지만, 시조집 평설에 대한 지면적 제약도 있고 하여 여기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다 다루지 못한 부분은 차후 다른 논자들의 몫으로 남겨둔다.
고순옥 시인은 정형의 틀을 잘 지켰을 뿐 아니라 신선한 시어 선택이나 작품을 엮어가는 솜씨 또한 물이 흐르듯 순하다. 기대되는 시인이다. 정진을 거듭하여 시조계의 별로 빛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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