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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죽어서 물방울이 된 줄 알았다

외로움이 죽어서 물방울이 된 줄 알았다

이상은 (지은이)
현대시학사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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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죽어서 물방울이 된 줄 알았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외로움이 죽어서 물방울이 된 줄 알았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079042
· 쪽수 : 123쪽
· 출판일 : 2021-11-25

책 소개

현대시학시인선 84권. 이상은 시집.

목차

1부

엔터를 치는 소리
직사각형으로
카니발리즘
안녕 오마주
적당한 저녁
뿔테 안경
선택론
물방울무늬의 이주자
고요한 강박
꽃의 말을 듣다
달과 나
난 괜찮습니다
명당

2부

묵언
외로움이 죽어서 물방울이 된 줄 알았다
시절
붉게 날아가려 한다
쓸모없음
애인
여기까지
이행시들이 살아가고 있다
일곱 개의 숫자 혹은
저 멀리 있는 것들
집으로 가는 저녁
천장

3부

402호에 고독사 하나 있습니다
청맹과니
금지된 장난
무늬를 가진 사람
부딪치고 싶은
설마, 어젯밤에
눈처럼 기대고 싶다
당신의 모든 걸 비밀로 할게
시들하다
쓸모 있는 배후
몇 시에 방문을 열어 놓을까요
모자의 목
소녀

4부

서로소라는 슬픈 개념
집 나온 언니들

나는 오늘을 벌서고 있다


정물과의 관계
마감
역광으로 가득한 벌판
아저씨
종이비행기
어린지 오렌지
반대편
볼테기탕을 먹기 전의 기억

해설 현실주의자, 유령을 쫓다 / 김선주(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이상은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12년 『문학과의식』 등단. 시집으로 『어느 소시오패스의 수면법』이 있음. tengelbaum@hanmail.net
펼치기

책속에서

선택론


슬리퍼를 끌고 모기약을 사러 갔다 이리도 다양한 모기향은 어느 조향사가 만들었을까 무향으로 죽일까 라벤다향으로 죽일까 유칼립투스향으로 죽일까

나도 그렇게 죽을까

스위스에서는 이천만 원 정도만 있으면 안락사할 수 있다는데 책상 한편 밀어둔 죽을 자격들 거기까지 갈 수는 있는 것일까 향기로운 죽음을 향해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몇 번 버스를 갈아타다가 한두 정거장 걸어가다가 시급이 올랐다는 생각을 하다가 그럼에도 별수가 없다는 생각을 하다가 올해 안에 우리나라에도 안녕법이 생긴다면 정중하게 부탁해야지 번개탄 농약 청산가리 혹은 하얗고 예쁜 줄을 사서 내추럴 후레쉬한 향으로 사그라져야지 여기는 이미 나도 모르는 구멍이 많은 집 살 권리와 죽을 권리가 수시로 드나드는 나라에 꽃이 폈다 무향으로 한 일 년 함께 살까 잠깐 생각했다


카니발리즘*
―빗방울


배가 고파요 엄마
빗방울이 빗방울을 먹고 있네요
엄마보다 먼저 태어나서 미안해요
먼저 태어났으니 먼저 죽을게요

우리 투명한 거 맞죠
오늘 이상한 동족을 먹었어요
물컹한 비 맛이 났어요

우리 보이지 않는 거 맞죠
누군가 잡아먹고 버린 우리는
껍질마저 투명하네요

보이지 않는 것들을
가볍게 밟고 가네요
이런 허기 조금 참아볼게요
비가 와도 태어나지 않을게요

보이지 않도록 한 며칠
안녕처럼 걸어가고 있을게요


*인간이 인육을 상징적 식품 또는 상식으로 먹는 풍습으로 같은 종끼리 서로 공격하거나 잡아먹는 행동.


물방울무늬의 이주자


당신이 다리를 건너
물방울무늬 플레어스커트를 입고 오던 날
마침 물방울무늬의 비가 왔다
나는 착각을 해서
물방울무늬 비를 내 안에 들이고
왼쪽 어깨를 내어주듯
내가 아끼는 창문의 왼쪽 풍경을 내어 주었다

축축한 풍경이 어깨를 타고 흘렀지

물방울무늬 비가 오던 날
마침 물방울무늬의 플레어스커트를 입고
당신이 왔다
나는 착각을 해서
당신이 싱거워지도록 빗속에 세워 두었다

며칠 전 잃어버린 당신은
잃어버린 우산처럼 그냥 그 자리에 있었을까

우리가 당도할 수 없는 아주 먼
없을 싱거운 세상으로 가는 길
창문에 기댄
유서의 전문이 비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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