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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가시

붉은 가시

이숙이 (지은이)
현대시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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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가시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붉은 가시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079172
· 쪽수 : 126쪽
· 출판일 : 2022-05-01

목차

1부 이즈밀의 한낮

지중해의 밤
컨베이어 벨트
까딱 않는 바위, 갈등의 탱고를 추다
붉은 가시
하네다 공항 작은 카페에서
이즈밀의 한낮
퀸메리호의 이방인
2018
이 무대에서 못할 건 아무것도 없다
리허설
화이트 락의 반전

2부 그대들은 어떤 기분인가요

계곡에 핀 꽃
나는 래퍼
괘종시계가 밤 한 시를 물고 버틸 때
어느 할머니의 6·25
무명천
다이아몬드 알갱이와 떠돌이별
꽃이고 싶다
동백꽃
가끔은 타락하고 싶다
발길에 채인 돌멩이 같은 사랑
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

3부 멀리서 온 전화

멀리서 온 전화
아버지는 얼마나 집에 오고 싶을까
등의 쓸쓸함에 대하여
킬리만자로의 발자국
배롱나무 아래
무정 부르스
페미니스트에게
아Q처럼
잃어버린 친구
귀 좀 빌려 주세요
잉카 엠파이어


4부 기도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광야의 기도
회상
내 몸의 악기소리
그날로 돌아가고 싶다
두려움의 강을 건너다
시간을 처형하다
미루나무 시간을 버리다
노래는 메아리가 없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청춘 그리고 사랑
신은 땅과 하늘을 갈라놓았다
타락 천사
기억의 끝에서
성모님을 향한 기도

■해설
홍신선 / 자아성찰, 혹은 일상성의 시학

저자소개

이숙이 (지은이)    정보 더보기
『문학·선』을 통해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들어감. 시집 『바다로 가는 소금』 『꽃들은 만개의 꿈을 반복한다』 『누가 시간 좀 빌려 주세요』 『붉은 가시』, 시선집 『괘종시계가 밤 한 시를 물고 버틸 때』가 있음. 한국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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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붉은 가시

새벽 어스름 시골집 부엌에서 늙은 쥐를 밟아 죽였다
죽은 쥐를 불집게로 집어 밭고랑에 내던졌다
피 묻은 신발을 신고
불 땐 매캐한 연기의 눈물로 된장을 끓이고
나물을 무쳐 아침상을 차렸다
임신 팔 개월이었다
아랫도리는 퉁퉁 부어 먹고무신의 코가 자주 찢어졌다
아궁이 앞에 앉아 찢어진 코를 깁고
장닭 목을 비틀고 이 빠진 식칼로 모가지를 내리쳤다
생고무보다 질긴 시간들이었다
임신 팔 개월이었다

흩어진 머리칼을 동여맬 틈도 없이
산더미 같은 하루가 전신을 깔아뭉갰다
순종이라는 믿음 밖에는
세상 아무것도 두려운 게 없었다

그 시절 난 우아한 태교를 믿지 않았다
직면을 참고 살아내는 것이 훌륭한 태교였다
대장장이가 달군 쇠붙이를
하루하루 모루에 놓고 두드렸다
담금질은 모질고 독했다
학교에서 배운 인격이나 품위 따위는
딱딱한 거북 등껍질로 벽에 걸어 두었다
터널 반대편에서 노을이 진다

낡은 족쇄를 발목에 채우고
캄캄한 밤 마당에 엎드려 위로를 빌던 시간이었다

가시나무가 아궁이에서 활활 타오른다
굵고 붉은 가시 하나, 타지 않고 끝까지 남아있다
서기瑞氣 짙다


무명천

숨도 크게 못 쉬던 시절이었다
사립문을 밀치고 들어서는 철걱거리는 구둣발 소리에
식구들이 파랗게 질린다
저승사자의 명부인 듯 떨리는 손으로 받아 든 영장

그날부터 어미는 무명천을 들고
사람이 많이 다니는 네거리를 헤맨다
그 시절 신작로엔 사람 만나기도 힘들었다
장날이면 장마당에서
사람들 옷자락을 잡고 헤갈을 쳤다
한 땀씩 떠주는 것은 다들 알고 있었다
백 사람이 백 땀을 뜨면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다는 절실한 믿음이 있다

하루종일 추위에 지친 어미의 홑저고리 밑
가슴살이 검붉게 얼어있다

입대일 아침 무명천을 가슴에 두르고
강제로 트럭에 실려 떠난 아들
뿌연 먼지 속 어미의 통곡만 낭자하다

그 이후…,
먼 태평양 섬 팔라우 해변가에는
하얗게 바랜 뼈가 뒹굴고 있다
어미의 가슴에 칼이 되고 가시가 되어
떠돌던 바늘땀은
2019년 지금도
우리 가슴에 자상刺傷으로 남아있다


괘종시계가 밤 한 시를 물고 버틸 때

뜨거운 모래 속에 열 손가락을 묻고
그녀는 엎드려 주문을 왼다

이 빠진 괘종시계가 낮 한 시를 흘릴 때

말라가는 내장에서는 마른 모래냄새가 역겹다
대추야자나무 밑 샘가
신기루에 홀린
사막을 헤매던 어느 대상隊商이
약속도 못 지킨 채 널브러져 해골이 되었다

매섭고 찬 모래바람이 불어온다
마른 가지 사이로
비명들이 몸을 비틀며 흩날린다
흩어진 뼈조각들은 신이 쓰다버린 쓰레기

다시 늙은 괘종시계가 밤 한 시를 물고 버틴다
찌든 니코틴 냄새와 술 취해 달아오른
목마른 낙타가
어둠 속에서 볼을 찾아 부비지만
나는 더워지지 않고
혼미한 주문은 빠른 주기도문으로 바뀐다
사막의 돌풍이 웅크린 그녀의 흔적마저 지워가고
대추야자나무 늘어진 샘가에는
흰 옷자락만 출렁인다

그녀도 한때는 낙타가 목을 빼고 물을 먹던
만년설이 녹아 스며든 그런 오아시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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