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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079769
· 쪽수 : 92쪽
· 출판일 : 2023-07-15
책 소개
목차
차례
시인의 말
1부
두베가 내게 올 무렵
미제레레
모지랑숟가락
성게선인장
까치무릇
기다리는 눈
나무서리
그러므로
고니자리
변산바람꽃에게
2부
바다로 간
설란의 달
새만금 들썩
얼레지 발랑
노루귀 쫑긋
어리 바깥에서
지나간 내일
혼잣말로
복사꽃 입덧
민들레 갓씨
3부
가시연꽃 속내
도롱뇽 한 마리
물그림자
직소폭포의 잉어
오동꽃 다시 피고
연꽃봉오리 미끌
나의 하렘
깨지는 소리
상현달 가까이
피는 소리
그리 살다가
4부
초승달의 해후
밤새 첫물차
은사시나무 가을
여뀌의 말
귀 달린 물고기
움푹
혼자 노는
그래도
건너가는
일렁일렁
월동준비
해설
감각의 구체를 통해 가닿는 심층적 서정 | 유성호(문학평론가 · 한양대 교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두베가 내게 올 무렵
당신을 놓쳤다 게르의 새벽 문 박차고 나오다가 알아챘다 이럴 수가! 북두칠성 첫 별 두베가 처박히다니! 놀란 가슴 부여잡고 지평선 뒤척거리다가, 가시넝쿨 쓸리다가, 아차 해가 뜨고 말았다
어쩌나 수레의 한 귀가 무너졌으니 거기 탔던 은핫물들 얼마나 허둥거렸을까 나는 이 세상 바깥까지 긴 물줄기로 울어가리라 몇 겁을 흘러 끝내 당신에게 닿으리라 덜컹거릴 때마다 바들바들 떨리는 심장까지도 당신 곁에 앉히리라 길고 긴 강물이 되어 당신 옷자락을 적시리라 했건만
방향이 달라서 몇만 년 지나면 별자리 귀가 틀어진다던 소문도 스스로 닳아 없어질 그 먼 광년 쫓아서
지금은 다시 해가 질 무렵
변산바람꽃에게
주저앉아 울 수 있다면 거기 이름도 설은 쇠뿔바위 귀퉁이었으면 해
으슬으슬 겨울이 남아서 품 안으로 파고드는데 어쩌면 흰 너울 쓴 변산바람꽃 끼리끼리 피었더라
군데군데 무리지어 둠벙 가장자리로 돌려놓은 딱 한 포기 붉은 기운 도는 녀석 있어 울어서 벌개졌구나 싶은
그 곁에 두 다리 뻗고 혼자 숨죽였던 울음 주섬주섬 꺼내 놓아 자꾸자꾸 나오더라 가시 돋친 말 흘기는 눈
실컷 울고 툴툴 털고 일어나 바람 잘날 없는 세상 웅크린 홑겹 신세 그래도 덧없는 순간이나마 꽃받침으로 살면 됐지 그럼 됐지
여뀌의 말
아직 꽃피지 않았소 빗물에 목욕해서 새뜻해진 나를 어여쁘다 쓰다듬을 때 그냥 웃던 내 마음 당신은 아마 끝내 모를 거요 그저 봉오리 송송 맺은 모습이오 하얀 손수건에 수 놓아보고 싶은 볼쏙볼쏙 매듭 같으오 붉은 나는 그 속에 숨어 있소 내내 기다렸는데
구름 따라 앞산 넘어보고 싶소 바람에 눈물 실려 보내는 마음을 당신은 영영 눈치채지 못할 거요 보름이었다가 깜깜했다가 온전히 보여주지 않지 않소 변덕스런 당신이오 흘러가는 마음은 믿을 수 없었소 보이지 않아도 없는 게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줘도 휘둘렸구려
떠돌이고 싶었으나 주저앉아서 조금은 쓸쓸한 한낮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