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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2134253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2-11-03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5
선입견을 경계하라, N과의 기록 14
감탄의 여왕, S와의 기록 22
나를 구한 어른들1, K선생님과의 기록 26
정신적 유산, 엄마와의 기록 30
잊지 않았으면 해서 남기는, 나에 대한 기록 34
신박한 생일 축하 법, 아빠와의 기록 38
한 겨울에 배운 프로의 자세, 붕어빵 아저씨와의 기록 42
나를 구한 어른들2, S선생님과의 기록 46
힘들 때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교수님과의 기록 50
열정이 남긴 발자국, S와의 기록 58
최고의 운전연수 선생님, K와의 기록 62
돕는다는 것의 의미, G부부와의 기록 66
인생에 색을 입히는 사람, O와의 기록 72
멋지게 늙어가는 법, 영심이 이모와의 기록 78
외강강강내유유유, Y와의 기록 82
지켜야 할 선을 가르쳐준, R과의 기록 88
심야식당 사장님, H와의 기록 92
귀엽고 서툰 위로, 동생과의 기록 100
호의가 선물이 될 때, J삼촌과의 기록 104
목화 한 송이의 의미, 나의 연인 Y와의 기록 114
푸르른 청춘, J와의 기록 118
진급을 축하하며, H와의 기록 122
살면서 두고두고 기억할 순간, 연인의 아버지와의 기록 126
멋있게 돈 쓰는 법, A와의 기록 130
언제나 내 편, B와의 기록 132
영원한 나의 슈퍼맨, 아빠와의 기록2 136
잊지 않았으면 해서 남기는, 나에 대한 기록2 140
나의 여행 메이트, S 그리고 K와의 기록 144
관계는 노력해야 이어지는 것, P와의 기록 148
가까운 사이라면, A와의 기록 150
언제나 그 자리에 나무처럼, H와의 기록 152
잊지 않았으면 해서 남기는, 나에 대한 기록3 156
평화를 말하는 사람, W와의 기록 160
너에겐 다 주고 싶어, 꿀이와의 기록 164
잊지 않았으면 해서 남기는, 나에 대한 기록4 168
생일이면 어김없이, 동생과의 기록2 172
어설픈 시라노 연애조작단, S와의 기록 174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H와 B의 기록 178
누구에게나 영화 같던 순간은 있다, L과의 기록 182
영원한 방랑자, N과의 기록 184
뭘 해도 될 거야, H와의 기록 192
언제나 웃게 만드는, S와의 기록 196
함부로 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C와의 기록 200
언제나, 언제나 행복하길, C와의 기록 204
아름다운 젊은 날, 엄마와의 기록2 208
맛있는 거 주면 좋은 사람, Y이모와의 기록 212
비상 연락망, K와의 기록 216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Q와의 기록 220
나의 프랑스어 선생님, C와의 기록 224
청춘은 반복되는 오류의 패턴, Z와의 기록 230
네 줄의 편지, S와의 기록 234
부록 -
받은 것들에 대한 짧은 인터뷰 236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최고의 운전 연수 선생님, K와의 기록
스물다섯에 운전면허를 땄다. 내 친구들은 보통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따곤 했는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해 면허가 필요 없었고 운전하는 행위에 대한 큰 흥미도 없었다. 그러던 중 운전면허를 필히 따야만 하는 일생일대의 큰 변수가 생겼는데, 그것은 바로 대학원 입학이었다. 두둥.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중 몇몇의 탄식이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 그렇다. 나는 결국 대학원에 진학하고 말았고 아침부터 새벽까지 논문, 상담 수련, 학교 사업 등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쳇바퀴 속에 스스로 발을 들이고 만 것이었다! 그리하여 어떤 날은 학교 학생 상담센터의 집단상담실에 누워 눈을 붙이기도 했고, 밤을 새운 날에는 근처에서 자취하는 후배의 집에 가서 씻고 출근하기도 하며 몇 달을 보냈다. 그렇게 살다 보니 뭐랄까, 잠은 집에 가서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그 생각만 들었다. 한 시간을 자더라도 집에서 자리라는 생각. 하여 면허를 따게 된 것이다. 엄마 차를 가지고 학교에 오면 새벽에 끝나도 집에 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면허를 따고 바로 운전면허 연수를 받았다. 첫 연수를 받고 돌아온 날, 엄마 차를 몰래 가지고 친구를 만나러 갔다. 진짜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지하 주차장에서 나와 첫 우회전을 할 때부터 후회했다. 너무 긴장해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발은 벌벌 떨렸으며 누군가 머리끄덩이를 잡는 듯 목덜미는 당겼다. 하지만 돌아가기엔 이미 늦었다. 약속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고 난 연습을 해야 했다. 거의 울다시피 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제발요!!! 잘못했어요!!!! 알았다구요!!!!!!(차선 변경) 한 번만 끼워주세요!!” 어떻게 하다 보니 어찌어찌 약속 장소에 도착했고 기진맥진한 나는 친구를 태워 한가한 곳에 주차하곤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오른쪽 깜빡이를 넣고 좌회전하던 날들을 며칠 보내고 나서 친구 K를 만났다. 이미 운전경력이 상당했던 K는 내 첫 운전 썰을 듣더니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러더니 연수를 시켜주겠다며 나섰다. 이 친구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자면 이렇다. K가 모하비라는 큰 SUV를 운전하면 뒤차 운전자가 봤을 때 “저 차는 운전자도 없이 가네?” 하며 흠칫 놀랄 만큼, K는 작고 아담한 체구에 귀여운 외모를 가졌다. 그러나 그러한 외형과는 반대로 똑 부러지는 알싸한 성격을 가진 친구이다. K를 조수석에 앉히고 한참을 달려 한가한 도로를 지나고 있었는데 저 앞에 로드킬을 당한 동물의 사체가 보였다. 내 운전 인생 첫 로드킬 목격의 장면이었다. 너무 놀라고 당황한 나머지 눈을 질끈 감고 핸들을 틀어 차선을 변경했다. 워낙 저속이었고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라 큰 사고가 나지는 않았지만 정말 다시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 사달이 벌어지는 동안 소리 한 번 내지르지 않던 K가 조용히 말을 내뱉었다.
“괜찮아. 아무 일도 안 일어났어. 근데 앞으로 도로에서 저런 장애물들을 만나면 멀리서부터 눈 똑바로 뜨고 쳐다봐야 해. 피하면 안 돼. 저 장애물이 뭔지 정확히 알아야 밟고 가든 피해 가든 할 수 있어.”
당시에는 너무 경황이 없어 K의 말을 들을 겨를이 없었는데 돌이켜 보면 이 말은 나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운전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도로에서 많은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늘 그 말이 떠올랐으니 말이다. 더 중요한 건 이 말이 일상에서도 종종 떠오른다는 것이다. 피하고 싶은 일을 만나거나 난관에 부딪혔을 때, 마치 K가 ‘눈 떠! 똑바로 봐. 그럼 해결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K의 ‘깡다구니 에너지’가 전염된 것처럼 용기가 생겼다. 여전히 씩씩하고 당당하게 생을 살아내고 있는 그녀는 본인이 그런 말을 했다는 걸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