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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세계사 일반
· ISBN : 9791192169538
· 쪽수 : 472쪽
· 출판일 : 2025-10-20
책 소개
인류의 입맛과 역사, 그리고 문화를
물들여온 그 매력적인 향과 맛을 찾아서
단군신화 속 곰과 호랑이가 먹었던 것은 정말 마늘이었을까?
생강을 왜 과자 만들 때 넣을까?
매운 고추와 달콤한 파프리카는 어떤 관계일까?
육두구와 메이스는 지금도 ‘향신료 제도’에서만 재배될까?
향신료 없는 식사는 상상하기 어렵다. 파와 후추가 빠진 설렁탕이나 조림양념에 생강을 넣지 않은 갈비찜은 어딘가 맛이 빈 음식이 될 것이다. 이처럼 향신료가 음식의 맛과 향을 돋운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며, 향신료가 과거부터 동서양 교역의 중심 품목이자 향신료를 향한 욕망과 경쟁이 대항해 시대를 열어젖힌 원동력이었음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과연 향신료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종류는 얼마나 다양한지, 문화권별로 향신료를 사용한 음식은 무엇이 있는지,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사랑해온 향신료는 세계인이 주로 사용하는 향신료와 얼마나 다른지, 향신료 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포괄적으로 다룬 책은 없었다.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향신료, 인류사를 수놓은 맛과 향의 프리즘》은 인류의 음식문화를 다채롭게 만든 정수, 향신료의 모든 것을 다룬다.
향신료가 물들인 음식문화
향신료를 가리키는 단어는 라틴어 species(스페키에스)를 어원으로 하여 영어 spice, 프랑스어 epice 등으로 정착했다. 동아시아에서는 ‘물료(物料)’ 또는 ‘요물(料物)’이라는 한자로 향이 나는 식재료를 지칭하다, 20세기 들어 일본에서 영어 spice를 번역한 한자어 향신료(香辛料)를 사용하고 있다. 향신료는 동서양 모두에서 음식에 맛을 더하는 조미료뿐 아니라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약재로 사용한 특별한 맛과 향을 내는 식물을 가리키는 용어였다. 고대 문명에서 향신료는 식품에 앞서 약재이자 방부제, 향료로서 사용된 귀하고 값진 물품이었다.
향신료가 받았던 이런 대접은 매혹적인 맛과 향뿐 아니라 열대 아시아에서만 생산된다는 희소성 때문이기도 했다(후추에 대한 탐닉은 조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향신료는 열대 아시아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지중해 지역까지 이르는 고대의 무역로에 수많은 전설과 이야기를 아로새겼으며, 대항해 시대와 식민지 개척을 통해 유럽이 주도하는 근대 세계를 탄생시킨 원동력이었다.
음식문화의 측면에서 향신료가 흥미로운 지점은 이러한 역사를 배경으로 갖게 된 ‘지역성’이다. 특정한 기후 환경에서만 자라는 식물로서의 특성에 더해, 동서 간의 교역, 정복과 식민 지배 등의 역사로 인해 얽히고설킨 향신료 사용의 패턴이 곧 그 지역 음식문화의 특징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강황의 강렬한 노란색이 인도 음식문화를, 풍성한 허브의 사용이 지중해 지역의 음식문화를, 고추와 마늘 향이 한국 음식문화를 상징하는 것처럼 말이다.
인류는 하나의 식물에서 얻는 향신료를 단독으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향신료를 블렌딩해 그 지역 음식문화만의 색깔을 만들어왔다. 대표적인 것이 인도의 마살라(masala)다. 향신료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인도와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중국의 오향분(五香粉), 영국의 푸딩 스파이스(pudding spice), 북아프리카의 하리사(harissa), 미국의 바비큐 스파이스 럽(barbecue spice rub) 등 모든 나라에 그 나라만의 혼합 향신료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향신료, 인류사를 수놓은 맛과 향의 프리즘》은 단품 향신료 37종의 원산지 및 성상, 향미 특성과 요리 적성을 소개할 뿐 아니라 각 문화권에서 사랑받는 혼합 향신료 30종을 꼼꼼히 살펴본다. 또한 그저 향신료 자체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신료를 이용한 각국의 대표 음식을 함께 다룸으로써 향신료라는 프리즘을 통해 나타나는 세계 음식문화의 다채로움을 조명한다.
향신료가 열어갈 건강한 미래
중세의 귀족들은 자신의 부와 신분을 과시하기 위해 필요량 이상의 후추를 사용했다고 한다. 아무리 후추의 상큼한 매운맛과 향이 고기의 잡내를 가리고 맛을 돋운다고 해도, 너무 많은 후추가 들어간 음식이 맛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향신료라는 ‘구슬’을 꿰어 음식을 ‘보배’로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그것은 바로 과학이다.
이 책은 향신료를 조리 과정에서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요령을 과학적으로 규명한다. 블렌딩, 숙성, 로스팅 등 개성 강한 향신료들의 맛과 향을 잘 살리고 어울리게 하기 위한 조리과학과 더불어, 짠맛과 단맛을 북돋우고 가라앉히는 상승 효과와 억제 효과에 관해 살펴봄으로써 저염․저당식을 위한 향신료 활용법도 알아본다. 또한 고추, 후추, 생강, 마늘, 겨자(머스터드), 와사비 등의 성분을 비교함으로써 매운맛을 인지하는 우리 몸의 메커니즘을 살펴본다. 이런 향신료의 맛과 향, 그리고 색소 성분들은 식물 자신의 존속을 위한 화학물질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 책에서는 향신료의 피토케미컬 성분들이 사람에게 주는 건강상의 효능에 관해서도 짚는다.
이 책의 저자는 오뚜기 식문화원의 김현위 원장이다. 그는 오랜 기간 연구원으로서 식품을 과학적으로 탐구해온 이력을 바탕으로, 음식문화와 인문학 속에서 향신료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더듬어보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 향신료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꼼꼼한 서술은 ‘오뚜기 카레’를 통해 누구보다 먼저 이 땅에 향신료의 매력을 알린 (주)오뚜기에서 근무해온 그의 경력을 보여주는 듯하다.
한편, 이 책은 오아카이브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오아카이브(O’archive)는 (주)오뚜기가 더 풍요롭고 건강한 식문화를 일구는 데 기여하고자 기획한 총서로, 우리가 접하는 일상의 식재료와 음식, 문화를 탐구하고 기록해 남기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오아카이브’는 앞으로도 다양한 음식을 종합적으로 다룬 책의 출간을 이어가며 음식을 연구하고자 하는 이들, 음식문화에 흥미를 가진 이들, 음식을 즐기는 이들 모두가 참고할 수 있는 식문화 아카이브를 구축할 것이다.
목차
책을 내며 향신료, 세계를 연결한 맛의 오래된 여정 4
PART1 향신료란 무엇인가
01 향신료의 정의 14
02 향신료의 기원 18
PART2 향신료의 세계사
03 고대에서 근대까지, 향신료가 바꾼 역사 24
04 현대의 향신료, 인식과 위상 45
PART3 한국의 향신료
05 한국 향신료의 역사와 문화 50
06 한국인이 사랑한 향신료들 57
PART4 향신료의 종류와 특성
07 인간을 매혹시킨 식물, 단품 향신료 84
08 지역 음식문화의 상징, 혼합 향신료 262
PART5 향신료의 음식학
09 향신료는 그 지역 음식의 색깔 298
10 세계의 향신료 요리 300
11 식재료와 향신료의 어울림 325
PART6 향신료의 과학
12 향신료의 조리과학1 336
13 향신료의 조리과학2 347
14 매운맛을 내는 향신료의 과학 362
15 향신료 가공의 과학 382
PART7 향신료의 건강학
16 고대 의학에서의 향신료 388
17 현대 의학에서의 향신료 390
PART8 향신료 생산과 소비의 지리
18 향신료의 주요 생산 지역 408
19 향신료의 재배 및 생산 현황 410
20 세계의 향신료 시장 현황 422
21 한국의 향신료 시장 현황 432
부록 438
참고문헌 451
도판 출처 468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 신안 해저유물은 14세기 중국 송나라와 원나라의 도자기 연구를 비롯해 당시 한·중·일 3국의 교역사 및 선박 연구에 커다란 기여를 했는데, 놀라운 것은 배 안에서 다량의 후추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후추가 동아시아에서도 중요한 교역품이었음을 보여준다.
육두구와 메이스가 같은 열매에서 난다는 사실을 몰랐던 네덜란드 정부는 메이스의 수요가 훨씬 많고 값이 비싸므로 육두구나무를 베어내고 메이스나무를 심으라고 현지에 지시했다고 한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건너 향신료 제도(몰루카 제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하고자 했던 마젤란은 항해 도중 필리핀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지만 나머지 일행은 항해를 계속해 결국 몰루카 제도에 상륙하는 데 성공했고, 남은 배 한 척에 정향을 가득 싣고 출항한 지 3년 만에 귀국했다. 이 정향만으로 스페인 국왕은 마젤란의 세계일주에 투자한 비용을 모두 충당하고도 남는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