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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333366
· 쪽수 : 104쪽
· 출판일 : 2022-11-26
책 소개
목차
1부 잃고 나면 아름다운 것들
가족
다정한 돼지
사춘기
손가락은 거미를 흉내 낸다
혼자만의 길
입수면기
돼지를 훔쳤을 때
날개는 슬픔을 간지럽힌다
젤리
불의 집
좋은 날
돌
하늘에 구멍이
2부 내가 나를 방치하는 기분
재 2
물결처럼 걷는 꿈을 꾸었다
체험
모텔
개와 쥐
다정한 겨울
먹을 만큼 먹었고 잘 만큼 잤다
유기
내가 나를 방치하는 기분
아토피
장화가 있던 자리
벽을 바라보면
기도를 해도 되겠습니까
3부 나의 잘못이 아닌
재
우우라고 말해요
덫
주름을 달고 산다는 건
죽은 척해야 하나 죽었다고 해야 하나
못난 얼굴을
1인 극장
모텔 2
식빵
나의 잘못이 아닌
버그
생각하는 사람
열네 살
불면
4부 버려야 하는 것만 남기고
우리에게 또 다른 해변은 없는지
슬퍼할 권리
가장 희미해진 사람
유기 2
데리러 와 줄 수 있어?
버려야 하는 것만 남기고
아토피 2
내가 나를 일으켜 주기까지
눈사람
침범
친구
쓰레기통
점안
재 3
해설
1인 극장의 꿈과 슬픔
—김주원(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를 괴물이라 놀리는 아이의 이름을
벽에 적고 빨간 줄을 긋는다
완벽한 거미집, 사람을 찌를 수 없으니까
한 사람의 이름을 가두고 조금 웃는다
주워 온 벽돌을 곁에 두고
힘껏 내려치지 못한 마음의 균열
내일을 고백하듯 중얼거린다
방 안 가득 포자가 떠돌았지만
벽돌은 교감을 모른다 교감 선생님이 잡아당겼던
귓불이 따갑다 벽돌은 가만히 듣는다
울음을 듣는 법도 연습이 필요하니까
아빠가 집을 떠나는 나쁜 꿈이 사라지도록,
수맥이 흐르지 않도록 주먹을 쥔다
듣는 귀가 늘어난 것만 같아 자는 척한다
-「사춘기」 부분
젤리를 흙 속에 가두면
사람을 밀봉하듯 부패하지 않는 기분
만나고 싶은 얼굴은 꺼내 볼 수 없나
손톱이 지나는 자리마다
어둠을 무너뜨리면
눈부심은 혼잣말할까?
밤새 어떤 꿈을 꾸었어?
심폐 소생하듯 몸을 털어 보지만
감은 눈도 뜬 눈도 보이지 않는다
주먹을 쥐면 과즙이 팡 터진다
마르지 않는 얼룩은
홀로 노는 아홉 살처럼 잔혹하다
너 살았니 죽었니?
혼잣말하며
-「젤리」 전문
내가 누워 있는 곳은 관이었을까 이름 없는 방이었을까 축축한 판자 사이로 양팔을 포개 어둠을 밀어 보지만 저항은 허락되지 않는다 틈 사이로 검은 물이 흘러내린다 절망이 배경이라면 빛은 착란을 이겨내는 마음, 고요히 흐르는 미로의 끝, 귀가 먹먹해지던 터널 속에서 잠든 것 같았는데, 그림자 아래 편린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그림자는 또 다른 그림자로, 돌을 쌓아 두고 지상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풍경 속으로, 나는 이제 비극처럼 누워 있구나, 유서의 마지막 문장은 사랑했었다는 말, 사랑이었다는 말, 삼킨다 감은 눈은 또 다른 입구, 몸속 깊은 곳까지 침투하고 있다 검은 물은 어둠을 포기해도 잘 자란다
-「체험」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