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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엄마가 먹었던 음식을 내가 먹네](/img_thumb2/9791192333816.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2333816
· 쪽수 : 215쪽
· 출판일 : 2023-04-25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부
프롤로그
영덕의 명물
노가리 먹고 힘내라
아버지의 군용 항고
뱃사람들의 음식 물회
추억의 맛 곱새기고기
가을밤의 집어등 불빛
꽁치젓갈과 장모님 김치
겨울철 별미
그때는 몰랐던 맛
숙이 언니네 가자미식해
나비와 복어
복사꽃이 필 때면
2부
프롤로그
바다의 맛
세상에 없는 레시피
토사곽란과 심부름
어쩌다 한번은
불타는 여름을 달이는 시간
태풍이 오는 계절
처음 보는 맛
양은 냄비 속의 강조밥
팥죽 한 그릇과 밀감 한 알
저자소개
책속에서
한겨울 부둣가는 찬바람이 휘몰아친다.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몸을 웅크리고 있어도 추운데 물기에 젖은 생선을 만져야 하는 작업이라니. 바닥엔 살얼음이 얼고, 무더기로 쌓아 놓은 노가리도 버석거리는 소리가 난다. 깡통난로에 나무토막으로 불을 피우고 목장갑 낀 손을 불에 쬐어 가며 작업하는 일은 고되지만 하루하루 부둣가에서 날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그만한 일거리가 없다. 밤늦게까지 전깃불을 끌어다 놓고 희미한 불빛 아래서 아이들도 일손을 돕는다. 설 대목만 대목이 아니라 돈벌이도 대목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뼈째 먹기로는 가자미가 제격이었다. 팔딱팔딱 뛰는 가자미에서는 끈적끈적한 진이 묻어난다. 자기들끼리 몸을 비비며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려고 끈적대는 것이다. 쥐치는 검은색의 가죽 같은 껍질을 벗기는 게 관건이다. 대가리에 침처럼 뽀족하게 솟은 가시 아랫부분에 칼집을 넣고 대가리를 자른 뒤에 양손으로 아가리를 벌리면서 뒤로 잡아당기면 껍질이 한꺼번에 훌러덩 벗겨진다. 포를 떠서 써는 쥐치회는 담백하고 달다. 쥐치로 찌개를 끓이면 닭백숙의 닭고기 맛이 난다.
열두 가지 맛을 낸다는 곱새기고기는 부위마다 맛이 다르다고 한다. 실제로 열두 가지 맛을 내는지는 몰라도 그만큼 맛이 다양하다는 뜻이다. 소고기의 색감과 맛을 내는 부위도 있고, 청포묵처럼 하얗고 탱글탱글하니 씹히는 맛이 독특한 부위도 있다. (…)
내가 곱새기고기를 먹어 본 건 열세 살 전의 일이다. 자원은 풍족했지만 역설적이게도 가난했던 시절, 추억의 맛이라고 할까. 그 이후부터 축산항 부두에는 더 이상 포경선이 들어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