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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333922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3-09-11
책 소개
목차
1부 알 듯도 한 사람
훌륭한 밀월
달빛이 너무 좋아서
말을 가두어요, 조세핀
프로펠러
삼월
, 동물원
사월인 줄도 모르고
조조 영화를 보러 갔다
장미는 어떻게 흘러내리는지 몰라
귓속의 그녀
메이저리거
비봉길 초록 대문
2부 우리는 연두까지 걸으며 흔들리는 중
얼굴
슬픔보다 높이
사과나무 아래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피라미드
자수
연두
수선화는 피었지만 난 쓸쓸해요
초록이
숨소리 닿는 저 깊숙한 곳
나는 일요일마다 굿모닝랜드로 간다
3부 목요일의 아일랜드로 가요
바빌론
아르노 강가에서
목요일의 아일랜드
모란은 피고 있는데
추격
사이프러스가 있는 길
당신의 리듬을 매만져 봅니다
왈츠 2번
렌토
어느 날 수캐가 돌아왔다
허파가 뜨는 시간
4부 나는 불안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어부의 아내
모과나무 주소
방아쇠 손가락
트럭
쇠 구두
벚꽃 이불
덕수궁 돌담길이 문장이었으면
장미색 비강진
나는 저팔계다
출렁이다
어두운 벽지처럼 붙여 두고
검은 밤
해설
귓속의 시인
—김대현(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는 나에게
성큼성큼 걸어 들어와
먹음직하게 잘 익은 사과를
광주리 가득 따서 담았다
나무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중략)
보여 줄 것도 없는 내게
광주리를 들고 걸어 들어오는
알 듯도 한 그 사람
사과를 입안 가득 베어 먹는 시간이
달콤하고 황홀한 밤이었다면
훌륭한 밀월이다
일찍이 내게
소리 없이 붙잡혀
붉은 어둠으로 내려앉는 것이
슬쩍 빼앗기는 것이
사과의 미덕이라고 알려 준
알 듯도 한 그 사람
-「훌륭한 밀월」 부분
내 귓속에 사는 그녀는 토막 난 말들을 잔뜩 부려 놓고 심술을 부릴 때도 있어 그녀가 부풀린 말이 줄어들지 않아 밤새 거품을 지우느라 하얗게 날을 밝힐 때도 있었지 그녀가 튀긴 얼룩은 여러 색깔로 변해 내 몸에 이상한 지도를 그려 놓고 귓바퀴가 울리도록 깔깔대며 데구루루 구르지 부메랑은 왜 다시 날아드는지 알아?네가 던진 말이 그리워서 네 가슴에 별처럼 박히고 싶은 거야
내 귓속에 사는 그녀는 심술보가 커서 입이 찢어지는 줄도 모르고 마구잡이로 말들을 집어삼키지 얘야, 말은 퍼 나르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깊숙이 가두는 거란다 그래야 가끔씩 넘나드는 햇볕과 바람과 구름이 너를 단단하게 감싸 준단다
-「귓속의 그녀」 부분
아무도 선수를 선수답게 대접해 주지 않았지만
엄마는 선수였다
살아 있는 날은 계속 삼진이었지만
죽음 앞에서 멋진 홈런을 날린 거다
죽음을 몇 번 연습한 우리는
세상의 공명으로 떨리는 새가슴을 움켜잡으며
엄마의 뜨끈한 희생타를
오래 끌어안고
이렇게 떨고 있다
-「메이저저리거」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