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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333984
· 쪽수 : 140쪽
· 출판일 : 2023-08-09
책 소개
목차
1부 지금은 체리가 익어 가는 계절
무제
공원에서
밑바닥에는
여름에게 부친 여름
곶자왈
새의 무덤
은여울초등학교
방역
소실점
철새들이 내려앉는곳
논두렁길만 남아
어떤 여행
2부 빗소리에 붙인 주석
남쪽
신년 계획
근황
어느 편집자의 마지막 페이지
옛날 영화가 어떻게 끝나더라
빗소리에 붙인 주석
소멸
유토피아 47번 우주정거장에서의 도킹
응시
안개의 계절
겨울 전령사
지구의 지배자
겨울 장마는 퍼붓지 않는다
땅끝에 서다
3부 여름 한철 그의 이름을 짓기 위해
블랙
동백꽃
차이 2
먼바다를 바라보는 일
네 이름은 뭐니?
연못의 한잠을 깨우는 것은
숨이 숨을 만나
그 끝자리를 어쩌지 못하고
봄 한철 견딜 수 있는 것은
떨어진다는 말은 얼마나 많은 중력을 가지고 있는가
문장의 독
교정지 위에서는
흰 돌
막걸리
4부 슬픔보다 먼 곳에 그리움을 세워 두고
은에게
염소는 힘이 세다
개종
개나리꽃에 부쳐
파초 잎에 시를 쓰고 싶군요
갯벌 드러나듯
노형오거리에서
Re: Hello
나른함에 대하여
간접 인용
우리의 연산
혹시
고양이 제사
편지를 돌려보내며
해설
‘밑’과 ‘끝’으로 이루어진 세계
—고봉준(문학평론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이가 던진 장난감
소파 밑으로 사라진다
무릎 꿇고 귀를 바닥에 붙여
밑바닥 어둠을 본다
불이 밝지 않아도
어둠은 밑으로 흐르게 마련이고
모여 흘러드는 것들은
다시 가슴에 고이게 된다
아이 성화에 못 이겨
소파를 힘껏 밀어젖히자
알게 모르게 조금씩 흘려 두었던
무언가가 먼지 더미에 엉켜 있다
찾다가 포기했던 안경
이미 버린 양말의 다른 짝
한 쌍이라 부를 수 없는 젓가락
아이는 냉큼 장난감을 집어 간다
밑바닥에 남겨진 것은
오래 지키지 못한 약속이거나
신년 계획들의 다짐이거나
숨겨 오던 애인의 버릇이거나
세상 공연한 것들은 오늘도
먼지처럼 참으로 연하고 부드러워
새털처럼 가볍게 장롱 밑으로
냉장고 밑으로도 흘러든다
-「밑바닥에는」 전문
우리는 주기도문을 외우듯 서로의 저녁을 핥으며, 사랑보다 뜨거운 초록을 만들어요. 조용히 진저리 치던 여름의 잔허리를 베고 눕자 저녁 산들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와요. 고양이 울음소리가 대문 없는 마당에 들어서서 여름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저녁이라면 사랑할 수 없는 당신을 만나도 조금은 괜찮을까요. 지금은 체리가 익어 가는 계절이니까. 여름에게 부친 여름이 돌아오면 당신을 볼 수 있을까요. 고요한 뒤뜰에서 웃자란 사과나무는 어쩌자고 혼자서도 저리 많은 열매를 매달고 있을까요. 어제의 고양이는 열리지 않을 대문처럼 떠나갔어요. 이제 마당에는 여름만 남아 그날의 저녁을 기억해요.
-「여름에게 부친 여름」 부분
송년회가 파하자 허세와 불안만이 덩그러니 남는다. 그들은 돌아갈 빙판길을 두고도 눈꽃처럼 웃거나 구세군 종소리처럼 떠들었다. 결국 모두 구겨진 지폐처럼 택시에 담겨 사라졌다.
오지 않을 미래가 모의되고 그것을 사람들은 계획이라고 불렀다. 신년과 계획은 마지막까지도 어울리지 않았다. 오늘 밤도 어디서, 누군가는, 눈사람처럼 앉아 다이어리에 실존적 의지를 기록할 것이다. 밤새 소복이 내리는 눈처럼, 가련한 애도의 몸짓으로 세상을 덮을 것이다.
-「신년 계획」 부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