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일로

그 특별한 오후, 강을 따라 길을 절반쯤 갔을 때였다. 눈가를 얼핏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무언가가 움직였다. 돌아보니 저만치에 개가 있었다. 털은 짧고, 하얀 바탕에 갈색과 검은색 점이 있는 개였다. 그 개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고개를 움츠리고 뒷다리 사이에 꼬리를 감춘 채 나를 지켜볼 뿐이었다. 마치 자기는 숨 쉴 자격조차 없다는 듯 기가 팍 죽은 표정이었다. 비글 같았고 한두 살쯤 되어 보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때때로 엄마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 하지만 이번엔 제대로 아는 게 아니었다. 나는 아무 개나 원하는 게 아니다. 내가 원하는 개는 바로 샤일로다. 샤일로한테 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절실히

샤일로가 돌아와서 기쁘고, 샤일로가 나아질 거라 생각하니 기쁘고, 샤일로가 다 나을 때까지 함께 지낼 수 있어서 기뻤다. 하지만 샤일로 곁에서 샤일로 머리를 쓰다듬어 줄수록, 샤일로의 행복이 느껴질수록 나는 더더욱 샤일로를 포기할 수 없게 됐다. 이제 절대 포기 못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