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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2638287
· 쪽수 : 256쪽
책 소개
목차
화장花葬의 도시 | 신인神人의 유배 | 영 원의 꿈 | 동사를 가질 권리 | 날아라, 오딘 | 예술은 닫힌 문 | 입회인 | 궁서와 하멜른의 남자 | 롱슬리브 | 세상에 태어난 말들 | 누더기 얼굴 | 지당하고도 그럴듯한 | 시간의 벽감壁龕
저자소개
책속에서
신인은 제 어깨의 날개에서 깃을 하나 뽑았다. 그 팽팽하고 두꺼운 깃으로, 대지에 힘을 주어 돌바닥을 천천히 긁어내기 시작했다. 신인에게는 영원이라는 시간이 보장되어 있었으므로 조금도 서두를 것 없었다. 이제 막 연주를 시작하여 클라이맥스에 이르기까지 수백 개의 마디와 소절이 남은 음악과도 같은 리듬으로, 특별한 기교 없이 붓을 대었으나 우연히 만난 점과 선에서 경이를 포착한 화가와도 같은 몸짓으로. 신인이 그어 나가기 시작한 선은 언뜻 보기엔 무정형으로 뻗어나갔다. _ <신인神人의 유배>에서
어쩌면 그가 진정으로 바란 것은 있는 힘을 다해 무의미해지는 것이었다. 그 자신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존재했던 수많은 작가가 제각기 싸지르거나 게워낸 모든 글은 로렘 입숨의 무한 변주 반복에 불과할지도 몰랐고, 글을 쓰면 쓸수록 아무것도 쓰지 않는 것이 아무거나 쓰는 것과 다를 바 없어졌으며,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그는 비로소 그 무엇도 쓰지 않음—세상에 어떤 글도 존재하지 않음이야말로 자신이 꿈꾸던 궁극의 글쓰기임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정적보다 완벽한 음악이 없듯이, 점 하나 찍지 않은 흰 도화지가 화려한 그림을 압도하듯이, 태어나지 않음이야말로 가장 안전한 삶이듯이. _ <동사를 가질 권리>에서
너는 이제 그 누구도 모르는 곳으로 멀리 달아나도 좋다. 아니 달아나야만 한다. 달리는 발에 한계가 있으니 부디 날아갔으면 좋겠는데, 신의 보살핌이 없이는 너나 나나 그런 일은 불가능하겠지. 우리는 모두 유한하고 보잘것없다는 사실에 있어서만큼은 동일한 개체.
_ <날아라, 오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