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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92641119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3-04-26
책 소개
목차
《까칠한 재석이가 열받았다》 개정판 출간을 맞이하며
머리말
1 몽정
2 대형사고 친 은지
3 병규를 찾아라
4 두 번째 가출
5 아빠 없는 서러움
6 비겁한 병규
7 책임이라는 무서운 말
8 다큐멘터리 공모전
9 학교에 가고 싶어
10 수유리에서의 만남
11 본격적인 작업
12 구성작가 재석
13 쏜살같이 흐르는 시간
14 권 선생의 열정
15 응급실에 간 은지
16 긴박한 출산
17 난투극
18 밝혀지는 비밀
19 어린 엄마와 아빠
20 원자력 에너지 꿈
저자소개
책속에서
창문을 열자 맞은편 집 욕실이 보였다. 늦은 밤 시원한 바람을 쐬기 위해 열어 놓은 창문으로 재석은 바깥을 내다보았다. 그 순간 욕실 안에서 누군가 샤워하는 물소리가 들렸다. 재석의 가슴이 쿵쾅거렸다. 누군가 있는 게 분명했다. 조용히 방의 불을 끄고 창밖을 주시했다. 10센티미터 정도 열린 욕실 창문 안을 재석은 마른침을 삼키며 들여다보았다. 한참 동안 물소리만 들리더니 이내 왔다 갔다 하는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몸이었다.
“헉!”
순간 재석은 온몸의 세포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굴곡진 몸매에 뽀얀 우유 빛깔 피부를 가진 한 여인이등을 돌리고 샤워기의 물을 맞고 있었다. 샤워기에서 나온 부드러운 물줄기가 젖은 미역처럼 탐스러운 머리를 쓸어내리는 모습을 보며 재석은 다시 한 번 침을 꼴깍 삼켰다. 온몸의 피가 거꾸로 도는 것 같았다. 그때 문득 여인이 샤워하던 몸을 돌려 재석이 쪽을 향했다.
“웁!”
여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재석은 자신의 입을 막았다. 그녀는 바로 보담이었다.
“그렇지? 민성아, 생각을 해 보자. 이런 문제는 시각을 바꿔야 하는 일이야. 자, 이 컵에 물이 반이 들어 있잖니? 이게 물이 많이 들어 있는 거니? 아니면 조금 들어 있는 거니?”
“많이요.”
“조금이요.”
재석이는 많다고 했고, 동시에 민성이는 적다고 했다.
“그렇지? 물배가 가득 찬 사람이 볼 때는 이 반 잔도 굉장히 많은 거겠지? 하지만 요리를 하거나 설거지를 할 사람에게 반 잔은 턱도 없잖니? 이렇게 시각을 바꾸면 같은 사물을 놓고도 다르게 볼 수 있단다. 임신한 학생은 우리 사회에서 약자잖아. 그러면 당연히 보호를 해 줘야 하지 않겠어? 임신한 사람들은 요금도 할인해 주고, 각종 혜택을 받는데 왜 여고생은 안 되는 거야?”
“…….”
그 말을 듣자 재석과 민성은 소위 ‘멘붕’이 오는 것만 같았다. 이전까지는 남자애들과 자고 임신을 한 게 큰 사고를 친 것이고, 학교에서 퇴학을 당해도 마땅하다고 생각했는데 듣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지금까지 아무 의심 없이 옳다고 믿고 타당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보는 시각에 따라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