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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4391272
· 쪽수 : 172쪽
· 출판일 : 2025-10-01
책 소개
그 ‘사랑’의 깊이를 말하다
지구에서 가장 강한 종족의 ‘반려’ 임무를 맡은 동물들, 그러나 인간은 그들에게 결코 관대하지도, 친절하지도 않았다. 인간이 동물들에게 행한 온갖 못된 짓을 떠올리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동물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 주는 이들도 있다. 이 책의 지은이 김현진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지난 20여 년간 그의 품을 거쳐 간 수십 마리의 동물은 예쁘지 않다거나 나이가 들었다거나 몸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반려’된 이들이었다. 누군가에게 거부당해 길 한복판으로 내몰린 동물들, 마음 깊은 상처를 안고 안락사를 기다리는 동물들은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겨 처리되어야만 하는 쓸모없는 개체가 아니었다. 김현진은 말한다. 상처받고 버려진 그들로부터 진짜 ‘사랑’을 배웠다고. 그리고 그들에게 배운, 깨달은 ‘사랑’ 때문에 결코 쉽지 않았던, 아니 혹독했던 삶을 버텨낼 수 있었다고 말이다.
“돌아보니 개를 특히 사랑하게 된 것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묻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내가 관심을 구걸하지 않아도 그들은 이유 없이 나를 사랑했다. 받을 자격이 없는 애정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개 같은 인간’이라는 말로 누군가를 욕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개들이 그나마 나를 인간의 꼴로 만들어주었다. 그 은혜를 생각해서라도 어찌 그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택시에 치여 앞다리가 잘려나간 모란이, 엽총탄이 척추에 박혀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되었지만 앞다리로 몸을 끌고 다니며 씩씩하게 컹컹거리던 로렌초, 누구에게 무슨 짓을 당했는지 다리와 꼬리가 직각으로 부러져 굳어진 채 방치되었던 줄리아노, 휴가철 해수욕장에서 버려진, 안락사 위기에서 두 번이나 도망쳐 생을 쟁취한 검둥이….
기구한 운명을 지닌 이 책의 주인공들은 그럼에도 하나같이 천진하고 따뜻하다. 사람에게 상처받았으면서도 또다시 사람에게 다가가 사랑을 외친다. 김현진은 이들을 보면서 “그렇게 사람에게 치이고도 또 사람을 믿고 어리석게 다시 사랑하는 근성을 사람도 배울 수 있다면 우리 모두는 조금 덜 괴물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들 속에는 이 사회에 대한 따끔한 일침도 담겨 있다.
“개체의 경쟁력을 강조하고, 이 사회에는 선택의 자유가 있으니 자기계발을 통해 그 자유와 특권을 획득하라고 외치는 신자유주의 안에서 애초에 잡종으로 타고난 것들은 도무지 설 곳이 없다. 이 안에서는 당연히 개도 소비재가 되었기에 옆에 데리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폼 나는 개를 키워야 하는 것이다.”
김현진은 이 땅에 살다 ‘반려’된 수많은 반려동물을 떠올리며 그들에게 받은 사랑, 곧 변함없는 사랑을 되돌려 보내고자 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있어주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선물이라고 이야기한다.
“개들은 나에게 더 나은 인간이 되라고 짖지 않았다. 더 비싼 사료를 달라고 한 적도 없다. 비싼 개집이나 마약방석을 바라지도 않았다. 개들이 원한 건 그저 함께 있어주는 것이었다.”
목차
들어가는 말
개의 탄생
세상에 미운 개는 없다
눈치 보지 않아 사랑스런, 유기견 ‘검둥이’
“예쁘다, 예쁘다” 하면 진짜 예쁘다
‘개 친구’ 가고 ‘새 친구’ 왔다
뚱순아, 또 집 나오지 마라
팍팍한 삶에 웃음 안겨주는 멍멍이들
귀엽거나 무섭거나
개도 사람도 ‘바둑이’가 좋아
깃털 달린 고양이 새끼
삶의 사소한 잔펀치들
고독하게 혹은 독하게
똥개들의 천적, 신자유주의
비정규 멍멍이 이야기
리영희 선생의 ‘워리’ 이야기
사람이 개보다 나은 게 뭔데?
구제불능 개 사랑
아빠1
아빠2
아빠3
나를 잡아줘, 샛별이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견, 루이 필립
당신의 반려견은 어떤 성격?
너 아니면 울지도 못할 뻔했어
강아지 산파
개엄마와 냥집사의 DJP 연합
줄리아노
그리운 고양이 친구야, 잘 살고 있니
관심종자가 개를 사랑하는 이유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터프도그’
둥이 이야기1
둥이 이야기2
둥이 이야기3
유기견과 옷
까메오
쓸쓸한 투쟁 현장의 든든한 ‘연대견’
약한 이들끼리는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사랑을 모르던 나, 동물에게서 배웠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는데 개 수십 마리를 겪어본 경험에 따르면 정말 그렇다. 짖는 놈은 깡깡대며 신경질만 내지 차마 물지 못한다. 무는 놈은 짖는다거나 하는 쓸데없는 동작 없이 덥석 물어버린다. 그동안 돌보았던 녀석 중에 검둥이란 놈이 딱 그랬다.
휴가철에 해수욕장에 놀러 온 사람이 버리고 간 이 녀석은 푸들이지만 푸들이 지닌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점은 그다지 없다. 그래서인지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이 녀석을 주저 없이 버리고 갔을 것이다. 물론 그들은 결코 개를 ‘버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용한 시골에 자유롭게 ‘풀어주었다’라고 말한다. … 손, 앉아, 일어서, 엎드려 정도를 할 수 있는데,
내가 가르친 건 아니고 주웠을 당시 이미 기능이 입력되어 있었다. 신기해서 가끔 시켜보는데 별로 잘 알아듣는 것 같지는 않다. 자기에게 시키는 게 뭔지 헷갈리면 그냥 찍는다. 아무거나 걸려라, 하는 얼굴을 하고 앞발도 내밀었다가 주섬주섬 앉아도 보았다가 일어나도 보았다가 풀썩 엎드리기도 하면서 음주운전으로 걸린 아저씨가 경찰에게 대충 봐달라고 할 때 지을 듯한 표정으로 이쪽을 간절히 쳐다본다. 말을 할 수만 있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만 같다. ‘어이, 거 대강 봐주슈, 이거 아뉴? 에이, 좋은 게 좋은 거지. 보쇼, 우리 편하게 삽시다.’
_<눈치보지 않아 사랑스런, 유기견 ‘검둥이’> 중에서
아뿔싸, 웬 강아지가 차에 치이려다 가게로 기어들었다가 다시 쫓겨나는 게 보였다. 어디를 굴러다녔는지 배와 다리에 온통 흙이 자글자글했다. 말이 강아지지 덩치는 웬만한 진돗개와 같고 둥글둥글한 얼굴과 발이 아니나 다를까 앞으로 크게 될 성싶었다. 목걸이는 하고 있는데 연락처는 적혀 있지 않고, ‘언니, 나 힘들어’ 하는 얼굴로 계속 올려다보기에 어쩔 수 없이 안아 올렸는데 벽돌이 들었는지 엄청 무거웠다. 7킬로그램은 족히 되겠다 싶었다.
이럴 때는 근처 동물병원에 물어보는 게 수다. “혹시 얘 아세요?” 하자 애견 미용사 아가씨는 “어머 장래가 촉망되는 사이즈네” 한다. 이런 애들이야말로 절대 입양되지 않는 바로 그런 개다. 짐끈을 주워 묶어줘도 도무지 걸으려 하지 않고 계속 어리광을 부리며 치대기만 하는 바람에 별수 없이 안아 올리고는 끙끙대며 동물병원을 돌며 한두 시간을
헤맸을까. 어떤 아저씨가 갑자기 “뚱순아!” 하고 부른다. 설마 날 부르는 건 아니겠지 싶어 움찔 돌아보니 아저씨는 “뚱순이 너 언제 나갔어!” 하고 야단친다. 어쩐지 팔이 떨어져나갈 것 같더라니, 역시 뚱순이였다.
_<뚱순아, 또 집 나오지 마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