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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651293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24-10-1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용서하면 물이 된다·13
검은 숲·14
우울한 침대·16
거울에 비친 생각·18
내가 읽은 나무·20
노숙의 날들·22
숲속의 풍경·24
소리의 방향·26
오늘의 표정·28
나무는 나무끼리 슬픔은 슬픔끼리·30
시끄러운 책·32
어둠에 스민 물처럼·34
터널·36
지느러미를 벗은 물고기·38
[2부]
도하(渡河)·43
직박구리는 날고 나는 바라본다·46
스테노카라·48
황태·50
핼러윈데이·52
물의 밧줄·54
처제가 사라졌다·56
오래된 규칙·58
통과의례·60
모래비·62
향나무에 갇힌 새처럼·64
파도에 밑줄을 긋고·66
아직도 낯선·68
맹그로브·70
지나가는 나무·72
빙하·74
[3부]
새벽의 고백·79
나무의 내막·82
어둠의 행간·84
그림자의 채널·86
혼자 비를 만났습니다·88
물끄러미·89
새를 열다·90
침향처럼·92
데린쿠유에서 온 여자·94
리모델링·96
멸치의 꿈·98
독백·100
환승·102
가면무도회·104
[4부]
인큐버스·109
팬데믹·112
비의 둥지·114
오늘은 없다·116
엔드그레인 도마·118
유배지에서·120
어머니의 출입증·122
물의 방향·124
고장 난 피아노·126
적출(摘出)·128
참회·130
팽이의 방정식·132
[해설] 전소영(문학평론가)
“비가 내리고 나무가 자라는 쪽으로 돌아누우면, 보이는 마음”
저자소개
책속에서
귀를 잘라서
죄를 덮을 수 있다면
오랫동안 살피지 못한 나를
만날 수 있겠다
용서받지 못한 채
거울을 보면
울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먼저 떠난 사람은
여러 번 읽어도 기억나지 않는 문장
쏟아지는 빗방울은
참회록 같아서
바닥에 닿으면 용서가 된다
용서받은 이들은
바다에 도착한 물에게
지난 일을 묻지 않는다
- 「용서하면 물이 된다」전문
발목에 잠을 묶은 나무가 걸어간다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면
쉽게 새벽에 도착한다
새벽은
잠 속에서 자주 만났던 방향
손가락이 가늘어서 쉬운 나는
빙하에 갇힌 무늬처럼
층층이 쌓인 전생
빗물에 젖은 종이처럼
부풀어 오르는 좌절감
물속에서 손목을 그으면
뿌리를 목에 감고
그네 타는 사람이 된다
나무로 보이지만
사람이라 불러도 괜찮다
- 「내가 읽은 나무」 전문
창을 가로질러 새들이 날고
나는 턱을 괴고 앉아
살아있어 멀어지는 것들을 생각한다
숨 쉬는 것으로 하루를 위로받고
파도의 허리춤을 붙들고 견디는 난파선처럼
오늘을 안도한다
바다에 동화된 문양이 물비늘로 흐른다
살아있는 동안 해독할 수 있을까
발길에 차이는 돌멩이를,
길가의 풀들이 건너가는 방향을,
쥐며느리 한 마리 분주히 적막을 끌고 가는 모서리
버려질 것 같아서 스스로 그림자를 키우는 땅
창 너머엔 아직도 겨울
나는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꽁꽁 온기를 묶는다
추운 날에도 새들은 날고
나는 바라보아야 한다
살아서는
벗어날 수 없는 숙명처럼
- 「직박구리는 날고 나는 바라본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