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651415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5-10-22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5
1부
전율을 기다리며·15
바람꽃·16
살살·18
가장 큰 이름·20
유효기간·21
송곳니의 힘·22
아무것도 아니기도 한 무엇·24
슈퍼문·26
사이·28
오늘의 절벽·29
불면·30
달팽이 계단 정류소·32
달팽이 계단 능소화·34
링거나무 아래서·36
2부
발광·39
흰빛에 갇히다·40
아무렇지도 않은·42
사소한 구름 위를·44
고비, 별·46
고비, 바람·48
고비, 구름 그림자·49
고비, 길·50
신의 뒷모습·52
거리·54
꽃피는 아몬드나무·56
울트라, 동백·58
리스트를 듣는 밤·60
도화몽·62
3부
네일아트·65
무죄추정의 원칙·66
모호한 도시·68
야간 산책·70
누구를 위하여 불꽃은 터지나·72
늙은 봄·73
반짝반짝 기쁨조·74
흙수저 물고·76
바이러스 월드·78
하나원 일지 1 - 나팔꽃 인사·80
하나원 일지 2 - 네일아트·81
하나원 일지 3 - 먼 길, 비싼 길·82
소설(小雪)·84
천수관음 - 발 마사지·86
4부
벚꽃·89
헐거워지다·90
밥걱정·92
영종도·94
양파를 썰며·95
마지막 눈과 귀·96
우화등선·98
나목·100
봄꽃은 왕관을 쓰고·102
거리 두기·103
삼선 슬리퍼 한 쌍·104
행복한 동행·106
외길·108
헐렁한 동행·109
세입자·110
달,인·112
산문 | 이영혜
송곳니의 힘·113
저자소개
책속에서
커튼 안 나뭇가지에
점점 쭈그러드는 열매들이 매달려 있다
약과 물과 죽과 피를 내려주는
가는 줄을 잡고
가는 숨을 쉬고 있다
주렁주렁 오랏줄에 묶인 수형자들
생명줄이 포승줄 같다
화장실도 거동도, 두려움과 고통도
옭아맨 올가미
저 투명한 줄처럼
자유를 결박했던 식구들이
지금 나를 지킨다
차갑지만 단호한
링거 나무를 부여잡고
누군가 끈질기게 복도를 걷고 있다
- 「링거나무 아래서」
한 방향으로 나란한
삼선 슬리퍼 두 켤레
죽음 한 켤레 삶 한 켤레가
엄마 집 현관을 지키고 있다
이제 그만 치우라고 잔소리해도
집안엔 남정네가 있는 것처럼 해야 한다
변명인지 고집인지 그리움인지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기억의 미련인지
십 년 넘게 한자리에 붙박여 있다
절뚝이던 다리로 15층에서 마당까지
쓰레기 들고 내려오던 저 슬리퍼
더 이상 늙지도 낡지도 않는
아빠의 자취다
엄마는 자꾸만 커다란 저 슬리퍼를 끌고
쓰레기 버리러 나가신다
아빠의 커다란 눈동자 같고 함박웃음 같은
보름달빛 백발 위에 얹고서
발 시린 줄도 모른 채
- 「삼선 슬리퍼 한 쌍」
가파르게 올라온 강북04 마을버스에서
노인이 내린다
배낭은 축 처지고 등은 그만큼 앞으로 굽어 있다
달팽이처럼 돌지는 않고
직선으로 뻗은 계단으로
네 발 지팡이 절뚝이며 발걸음을 옮긴다
꿈을 품은 이들은
재개발 꿈의 숲 단지에서 다 내리고
노인은 더 높고 더 싼 집으로
숨 가쁜 등정을 시작한다
발아래 세상이 파노라마 뷰로 펼쳐지는
오래된 성채를 향해
천국의 계단 오르듯 한 계단씩 올라간다
북한산 영봉 위 구름 사이로 나온 저녁 햇살이
노인의 등을 슬며시 밀어준다
이제는 떨어질 일만 남은 생
그래도 올라갈 때가 좋은 거라고
축대에 만발한 능소화
저녁 바람에 흔들리며 응원하다가
하나둘씩 모가지를 꺾는다
- 「달팽이 계단 정류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