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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732275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5-06-17
책 소개
목차
1부
종이 상자를 열다 / 심장에 가까운 손 / 그곳에는 / 아내 / 드라이플라워 / 모르는 일에 연루되다 / 블랙홀 / 다윈의 식탁 / 아이스링크 / 우로보로스 / 개 같은, 혁명
2부
모르는 사람 / 난 괜찮은데, / 봄 / 처음 보는 나인지 보고 또 봐도 모르는 나인지 / 감사하게도 쪽박을 주신 당신께 / 이 문을 열면 2 / 자투리 고기 전문점 / 최고급 횟집 / 구멍 / 허들링 / 양파 / 두 시의 대기 / 관찰 / 여전히 몰랐다
3부
알 수 없는 내용물 / 플랜B는 무슨 / 안헤도니아 / 동백 / 눈구멍에 짱돌이 / M307 / blue shadow / 어떤 하울링 / T를 기록하다 / 레버 / 눈사람 11 / level
4부
독립 극장 / 럿치의 마을 / 어쩌면 / 비문증 / 제41일, 포즈 / 전부를 벌린 멸치처럼 / 주머니에 양손이 들어있을 때 / 여백의 여백 / 목련 2 / 붉은 찔레, 그해 / 천산天山 / 백야 / 절벽에는
해설 - 결여를 응시하는 필사의 기록 | 이병국(시인·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필사의 힘으로
바위를 붙들고 나무가 산다
둥지에서 떨어진 어린 새의
어미가 산다
모르는 척, 백 번의 달이 뜨고
해가 뜨고
그것들을 지나가려고 바람이 산다
바람이 빈방에 와 있다
벽에 붙은 크고 작은 행성들이
빛나기 시작한다
「절벽에는」 전문
검은 금붕어 한 마리가 전속력으로 헤엄치고 있었다 그 뒤를 붉은 금붕어 떼가 쫓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고 뒤집어진 채 떠다니는 검은 금붕어는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꼬리가 뜯겨나간 검은 금붕어를 물의 둥근 근육이 올라와 이리저리 밀고 다녔다
정류장에는 무표정한 사람들이 어깨를 절묘하게 피하며 걸었다 버스가 오고, 사람들이 뭉텅뭉텅 사라졌다 텅 빈 곳에서 어항의 입 냄새가 났다 돌아서면 내가 뱉은 입김이 내 얼굴에 달라붙었다
흐린 저녁이다 나는 나무젓가락으로 검은 금붕어를 들고 있다 비늘과 차고 투명한 길들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겨울비가 유리창에 붙기 시작한다
검은 금붕어가 보는 곳을 같이 보고 있다, 밖이 어두워진다
비린 몸 냄새가 난다
「여백의 여백」 전문
1.
비는, 창문에 붙어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했다 주어도 없고 서술어도 없어서 모두 그 말이 그 말 같았다 듣고 있었지만 몸살 기운에 잠이 들었다 잠깐 눈을 떴을 때는 유리창에 무엇을 쓰고 지우고 있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비는 떠나고 보이지 않았다 휘갈겨 쓴 글자가 남아 있었지만 못 본 척했다
2.
속을 뒤집어 털었나 보다
3.
비가 걸었을 골목을 걸었다 네온 빛들이 젖은 바닥에서 반사되고 있었다 비가 지운 문장 같았다 다리는 자꾸 몸과 떨어져 걸었다 어떤 보도블록은 밟으면 울컥 빗물을 게웠다
휘갈겨 쓴 글자가 있었지만 못 본 척했다 눈을 감아야 보이는 사람처럼 한 이야기 끝에 붙었다가 홀연히 남았을 때
「난 괜찮은데,」 부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