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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2828121
· 쪽수 : 210쪽
· 출판일 : 2023-03-31
책 소개
목차
응시 / 7
그녀 / 39
누구십니까 / 69
아들아, 춤을 춰봐라 / 99
5분 전 / 127
할머니는 코끼리를 탄다 / 157
발문_멀어지는 출구통로, 아득한 사람살이 / 김원우 / 189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M은 삶과 죽음, 그 이면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것들은 언제나 양면성을 띠고 있었다. 누군가가, 혹은 어떤 것이 잘 되고 성취된다는 건 누군가의, 혹은 어떤 것의 희생과 실패를 의미했다. 누군가의 부는 다른 누군가의 궁핍을 낳았고, 특별한 친밀감을 가진 이들이 있으면 반드시 소외된 누군가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무리 속에서는 더욱 빈번하게 그런 일들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어머니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노라 여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저 돌처럼, 타인들에게만 그 존재성이 비춰졌을 뿐, 정작 그녀 자신은 스스로를 인식하길 끊임없이 경계하며 일생을 살았다. 그 사실을 M은 이제야 깨닫는다. 어머니 삶의 궤적을 둘러보고서야. 그녀를 딱딱한 오동나무 관 속에다 유폐시킨 지 십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어쩌면 지금쯤 어머니는 다른 세상에서 점 너머의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하루하루를 돌처럼 살아가면서. M은 만일 그곳에서 얀과 자신이 다시 그녀를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세 사람의 관계가 안정적인 정삼각형 구도를 이룰 수 있을까 상상해본다.
아마도 그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리라. 그곳에서의 어머니는 그걸 전혀 원치 않을는지도 몰랐다. 자신이 살아온 날들과 정반대의 삶을 꿈꾸고 있을는지도. 외다리가 된 얀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 자신을 혹독하게 몰아붙여 변해갔듯이. (「응시」 중에서)
그 말이 옳을는지도 몰랐다. 만일 어머니가 장애인이 아니었더라면 규원은 그 작가의 기발하고 풍부한 상상력에 압도당해, 그들처럼 그 작가의 작품을 변함없이 예찬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원은 그들 앞에서 어머니를 밝힐 수 있어야 했다. 그녀의 어머니가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이라고. 자신의 어머니야말로 작가가 그처럼 흉측하게 처단하고 싶어한 바로 그 ‘꼽추’라고.
규원은 난생처음으로 어머니를 숨겼다. 어머니를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어머니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버렸다. 언제부턴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당당함의 근원인 ‘어머니’를 상실해버렸던 것이다. 또한 작가는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장애인의 신체적 결함을 악으로 상징화시켜, 장애인에 대한 이미지를 부정적인 쪽으로 고착시켰다.
규원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그렇게 잔인한 상상력이 창작에 동원되어야 하는지를. 그들이 한 번만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눴더라면, 단 한 번만이라도 그녀를 만나봤더라면 절대로 그런 묘사를 쓰지 않았을 텐데, 라고 한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녀」 중에서)
넌 장례를 치르면서 문득 깨달아. 부모가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을 네가 그에게서 받았다는 걸.
*
무거운 발걸음을 바닷가로 옮겨. 바다가 눈에 들어오기 전에 먼저 바다 냄새가, 그 다음엔 파도 소리가 들려오지. 넌 바다를 보면 언제나 어머니 생각이 나. 해 질 녘이면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워 바닷가를 산책했지. 그때는 그가 지팡이에 의지하기 전이었고, 어머니가 바다를 보고 환하게 웃을 수 있을 때였어.
내일은 국립 호국원으로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날이야. 요양병원에 그를 찾아갈 때처럼 그가 좋아하는 팥빵 한 바구니를 들고서. 어린아이가 된 그는 분홍색 환자복을 입고 병원정원에 나와 있었지. 분홍 차림의 또래들과 어울려 해바라기하고 있었어. 그는 네가 건네주는 간식을 받아들며 활짝 웃어 보인 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물었지.
“누구십니까?”
과연 넌 누구일까. 넌 우주에서 지구를 보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전체적으로 보게 된다고 한 어느 과학자의 말을 떠올려. 그 사람이 주장한 건 우리는 개체가 아닌, 하나로 통합된 존재라는 내용이었지. 다시 누구냐고 한 그의 질문을 소리 내어 웅얼거려 봐. 불현듯 넌 어쩌면 여태 네 아비인 그가 그 존재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을 해왔던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 네가 당도하게 될 세상에서 그를 또다시 만나게 될는지 지금의 넌 알 수가 없어. 다만 그때는 그가 널 확연히 알아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누구십니까?’
이 질문은 오늘도 바람이 되어 네 귓가를 맴돌아. (「누구십니까」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