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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함을 위하여

지극함을 위하여

(끝에서 시작으로)

전미홍 (지은이)
신생(전망)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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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함을 위하여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지극함을 위하여 (끝에서 시작으로)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79736588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5-12-10

책 소개

예술가들의 내면과 윤리, 존재의 흔들림을 탐색하는 여섯 편의 연작소설이다. 각 작품은 춤·그림·음악이라는 서로 다른 예술적 감각을 매개로, 감정과 윤리, 기억과 관계, 존재의 균열을 세밀하게 비춰낸다.

목차

지극함을 위하여
사라지는 것들의 울림
벽을 넘어서
오차의 방향
흔들림의 도면
끝에서 시작으로

작품 별 설명
작품 해설
작가의 말

저자소개

전미홍 (지은이)    정보 더보기
부산에서 태어났다.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졸업, 2011년 ≪강원문학≫ 소설 신인상을 받으며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흔들림과 예술에 관한 글들을 써오고 있으며, 소설책으로는 연작소설 『누구십니까』 소설집 『아내의 폴더』 2025년 부산문화재단 우수예술작품에 선정된 연작소설 『지극함을 위하여: 끝에서 시작으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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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아홉 명의 무용수가 꽃처럼 얽혀 무대를 채웠다. 팔은 유려하게 뻗어 공중을 가르고, 회전하는 선들이 음악에 실려 공간을 휘돌았다. 리듬이 가속되자, 무대는 팽창하듯 넓어지고, 춤의 궤적은 빛을 따라 흐르며 공간을 조율했다.
“Stop!” 단호한 외침이 스피커를 타고 무대를 덮쳤다. 떠 있던 손은 그대로 멈췄고, 꺾인 허리와 뒤틀린 몸들이 무중력 속에서 얼어붙었다. 흐름은 단숨에 끊겼고, 일사불란하던 균형은 기이한 형태로 전환되었다. 관객은 숨을 삼킨 채, 무대를 응시했다. 그 정적 속에 유령처럼 서 있는 무용수들의 자세는 우스꽝스럽고도 초현실적이었다.
그중 한 사람이 균형을 잃고 오케스트라 피트로 떨어졌다. 객석은 잠깐 술렁였지만, 이내 정적 속에 가라앉았다. 모든 것이 정지된 듯, 다음 순간을 기다렸다.
“Continue!” 외침이 고요를 찢고, 다시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멈췄던 선들이 다시 이어지고, 무대는 숨을 되찾았다.
몇 번의 정지와 재시작이 지나고, 무대의 흐름은 예측 불가능하게 갈라졌다. 무용수들은 가속과 감속, 회전과 멈춤 사이를 넘나들며 몸으로 시공간을 재구성했다. 하나의 몸짓이 사라지기 전에 다른 동작이 스치듯 이어졌고, 관객은 각자의 호흡으로 그 끊김 없는 파열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무대 중앙에 단 하나의 몸이 조명을 받았다. 후였다. 그녀는 어떤 동작도 취하지 않은 채 서 있었다. 좁혀진 조명의 원 안에 고요히 선 그녀는, 그 자체로 무대의 중심이 되었다.
다시 음악이 흐르자, 후는 천천히 팔을 들어 올렸다. 공기를 더듬듯, 혹은 잊고 있던 선 하나를 따라가는 듯한 몸짓이었다. 그 움직임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침묵했다. 숨소리마저 그녀의 리듬에 동화된 채 관객은 무언의 서사를 따라갔다.
마지막 자세를 취했을 때, 조명이 서서히 꺼졌다. 정적이 다시 무대를 감쌌다. 이번 정적은 끝이 아니라, 막 시작된 울림이었다. 사라지지 않고 남은 어떤 감각—후의 몸짓은 말보다 먼저, 감정보다 깊은 층위에서 관객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무대 밖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이내 길고 묵직한 박수가 터졌고, 환호가 객석을 채우기 시작했다. “Bravo, Encore” 외침이 벽을 타고 번졌다. 흔들림 없이 중심을 이룬 그 한 사람이, 이제 관객들의 숨결 속에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커튼콜이 끝나고도, 후는 조명 아래 멈춰있었다. 그 무대는 단순한 미학적 공간이 아니었다. 몸으로 사회를 밀어내는 자의 자리였으며, 그녀의 침묵은 가장 깊은 발언이었다.
후는 관객을 바라보며 무용수들의 동작을 머릿속에서 되짚었다. 그들 모두의 몸은 불확실한 현실과 싸우고 있었다. 소속이 사라진 팀, 짧은 계약, 연습 없는 극장, 그리고 무대 위에 오르기까지의 불투명한 과정들.
처음 이 공연을 준비하던 때도 떠올랐다. “가장 새롭고, 가장 깊이 있는 춤을 보여달라.” 몇 달 전 감독의 제안이었다. 여느 때의 안무와는 달랐다. 그녀는 그 제안을 하나의 서사로 받아들였고, 새로운 도전으로 여겼다.
움직임, 멈춤이란 상반된 상태에서 동일성을 찾는 춤은 관객을 사로잡았다. 화려하게 흐르던 율동이 갑작스레 멈추는 순간, 사람들은 자신을 마주했다. 내면 깊숙한 곳에서 묻혀 있던 무언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감각과 그 너머의 나—그 둘이 하나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시간. 그 찰나의 충돌은 그들 안에서 새로운 감각을 열었다.
어떤 이는 연민을 느꼈고, 어떤 이는 벅찬 기쁨에 휩싸였다. 눈물이 차오른 이도 있었고, 명료함에 침묵하는 이도 있었다. 감정의 파편들이 하나로 모이며, 그 자각은 잠시 평화라 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냈다.
후는 알았다. 그 평화는 잠시였고, 그들이 돌아갈 일상에는 다시 침묵과 속도가 뒤엉켜 있다는 것을. 무대는 세상의 리듬을 잠시 멈추게 했고, 그 틈에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잠깐 확인했을 뿐이었다.
처음엔 확신하지 못했다. 관객에게 내면의 각성을 일으키게 하는 것—그건 안무의 경계를 넘어선 일이었다.
명상 수련자들이 말하는 자아의 본질에 닿는 것, 그 감각을 움직임으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춤은 예술을 넘어 존재의 근원으로 향하는 통로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후는 그 통로를 찾은 듯했다. 관객의 반응을 확인하면서, 그녀는 비로소 숨을 길게 내쉬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울리는 안도였다.
―「지극함을 위하여」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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