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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인문/사회
· ISBN : 9791192894720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5-05-16
책 소개
목차
1 번호 적힌 종이 상자
2 채색의 시야, 청량한 소리, 그리고 오른쪽의 핸들
3 어디로 가야 하오
4 따뜻한 겨울
5 배 타고 기차 타고
6 또 다른 세계
7 장벽을 넘으니 사람이 연결되다
5층 삼촌 깊게 읽기
나가는 말 연결이라는 이름의 길
책속에서
차가 귀했던 1989년, 상자 7개를 뒤에 싣고 북-중 국경으로 나가는 일은 동네 구경거리였다. 5층 삼촌이 북한 무역하러 간다는 소문은 벌써 퍼졌다. 아침잠이 적은 동네 어르신들은 차 옆으로 빙 둘러 모였다. 차를 구경하러 온 것인지, 북한에 잠깐 다니러 가는 일행을 구경하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5층 삼촌은 보조 운전석에, 두 남성과 민철은 뒤에 탔다.
용정[룽징] 시내 한가운데서 출발한 트럭은 용두레 우물과 시정부청사로 사용 중인 옛날 간도 일본 총영사관 건물을 지나 금방 근교까지 갈 수 있었다.
중국에서 컬러 TV가 보급되기 전이었지만 중국 동포 가정 중 좀 산다는 집에 이미 1980년대 중후반에 일본제 컬러 TV가 있었던 데에는 이런 사연이 있다. 5층 삼촌은 너무 흥분하여 바로 가격 흥정에 들어갔다. 북한 주민 입장에서도 이런 가전제품은 빨리 처리할수록 좋았기에 너무 비싸게 부르지도 않았다. 이들도 중국 동포들이 회령에서 물건을 팔아 얼마를 버는지 대충 알고 있었다. 길에서 드는 여비[운송비]를 빼고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수준의 가격을 불렀고, 5층 삼촌은 크게 흥정을 하지도 않고 사기로 했다. 그런데 TV가 잘 작동하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다. 전기가 부족한 데다 콘센트도 맞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쇼. 일본에서 온 걸 우리는 뜯지도 않았소. 그리고 가져가서 안 되면 다음에 회령 올 때 찾아오면 되잖소!”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당시 사람들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깊었다.
5층 삼촌이 사업하는 내내 그를 찾아오는 한국과 미국 선교사들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는 사업을 제안하는 명분으로 찾아왔다.
“어디로 가야 하오?”
그들이 많이 한 말이다. 5층 삼촌이 연결시켜 준 북한 사람 중에는 성공적으로 한국에 도착한 사람도 있고 중간에 실패한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북한 사람이 숨어 지내던 지역도 다양해지고 불미스러운 일들이 증가하자 지역 당국의 단속도 따라서 강화되었다. 이로 인해 그들과 접선하는 과정은 더욱 첩보전을 방불케 되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