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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986111
· 쪽수 : 117쪽
· 출판일 : 2023-10-10
책 소개
목차
ㅣ시인의 말ㅣ 5
제1부
마리서사 13
블라인드 15
열다섯 살 소년을 꿈꾸는 토마토 17
저만치 튤립이 피어 있다 19
복화술사 21
르네 마그리트, 혹은 매트릭스 23
우주여행을 위한 감성 가이드 25
숏컷 27
마오쩌둥과 감자튀김 29
연극 보러 오실래요 31
토끼 도끼 33
리어카 35
용의자 X 37
심문 38
제2부
일요일 43
시소 44
백담, 돌탑 45
귀 홀림 46
전혜린, 울리히 벡, 그리고 슈바빙 47
구름의 가장자리 48
트랜스포머 50
정오의 아포리아 52
관촌에서 박상륭의 소설 속을 헤매다 이문구를 만나다 53
짙은 56
꼬깔콘을 손가락에 끼고 58
맥도날드, T-25, 그리고 세레스 60
명동에서 밥이 포켓몬 고하다 62
백마 63
강가에 매인 배는 끄르륵거리고 64
제3부
물고기자리 69
엄마, 안드로이드 71
눈부처 74
설핏 76
무정부주의자 소녀 78
여백 79
날아라, 아빠 80
동의어이면서 반의어인 말들의 해부학 사전 82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83
우주 몽상 84
쏙독새 86
박쥐 88
제4부
마스크 91
어느 허무주의자의 죽음 93
저지대 94
담배구름 96
로봇 A 98
전륜 100
도도 102
송혜희를 찾습니다 103
헤드라이트 104
하양 106
롱 테이크로 찍어주세요 108
엘리베이터 110
나는 다단계 판매원이다 112
ㅣ시작 메모ㅣ 나와 알약과 시와 115
저자소개
책속에서
<꼬깔콘을 손가락에 끼고>
돈 빌려줄 수 있어?
아빠, 오늘 밀수 담배 좀 팔았어. 나는 초록 머리를 하고 클럽에 갈 거야. 클랙슨이 빽빽거리네. 덜떨어진 아빠 애인이 왔나 봐. 그년에게 제발 자동차 바꾸라고 해.
어젯밤에는 고속도로 한중간에 서 있는데 150킬로로 쌩쌩 달리는 차들이 나를 비켜 갔어. 죽음의 천사들은 맹인이야. 하지만 꿈은 기계들의 피투성이였어.
커트 코베인의 유서를 대필했다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을 만났어. 그 사람은 자기 고양이를 죽인 거야. 펭귄이 변기에 서서 오줌을 누었나 봐. 어제 쓴 일기에서 지린내가 나.
유치원은 술집으로 바뀌었고, 추문들이 동물 애호가의 입에서 흘러내려. 길에서 죽은 창녀를 개가 뜯어먹고 있어.
머리가 둘 달린 엄마는 도박장에 갔고, 동생은 홍대 앞 지하 클럽에 갔어.
나는 지금 고스트록에 물들어 있어.
아빠, 자살하지 마. 너무 웃기니까.
<박쥐>
한밤의 헤비메탈, 너는 없어 여기 없어 씨바, 나선형 계단에서 담배를 피우는 한 남자, 밤하늘로 별들이 날고 누구나 중력을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십억 비트의 오르가슴이 티슈 한 장으로 포물선을 그린다 무중력을 견디는 머리가 짧은 여자, 느린 박자에서 지지직, 우주의 목소리가 대번에 속도를 높인다 테크니컬 헤비 헤비, 날개를 부러뜨릴 듯 씨바 씨바스, 어둠 속으로 날카로운 비트가 출렁인다
<나는 다단계 판매원이다>
나는 쓴다. 폴린 보티의 웅숭깊은 엉덩이에 쓴다.
애벌레는 하얀 거품을 덮어쓰고 투명하게 꿈틀거리지.
나는 도브 비누를 쓴다. 동그랗게 날아오르는 비눗방울들. 처끈처끈한 눈이 물끄러미 떠다니고 물의 메아리가 안개를 쓴다.
너는 라깡을 쓴다고 했지. 난 술이 깨지 않아 나가르주나인지 나가주, 나주인지 헷갈려 소주잔에 새우깡을 빠뜨렸지.
골디록스는 곰 세 마리의 욕조 안에서 거품 목욕을 했지. 태양이 유리창을 깨뜨릴 때 멀리서 어흐어흐, 애애, 공기가 쓸렸지.
시는 쓴 입술입니다. 애젖한 빨강이 달아오른 곽인식의 유리로 쓴 말들
나는 깊이 쓴다. 유리창이 얼비치게 투명한 비누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