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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예술/대중문화의 이해 > 미학/예술이론
· ISBN : 9791192986463
· 쪽수 : 158쪽
· 출판일 : 2025-09-15
책 소개
목차
ㅣ들어가며ㅣ _ 9
1장 이미지 _ 15
2장 내파 _ 31
3장 초월 감각_ 47
4장 초월 신경증 _ 59
5장 전환_ 71
6장 훈련 _ 83
7장 촉각 _ 97
8장 태도 _ 111
9장 문 _ 127
추기 _ 145
ㅣ나가며ㅣ _ 149
저자소개
책속에서
― “모든 미디어는 잠재된 이미지를 끌어내는 샘플러다. 예술 작품과 유튜브의 쇼츠는 샘플러로서 동등하다. 예술 작품은 결과물을 매우 느리게, 하지만 지속적으로 산출한다. 실제로 그것이 작동하는지조차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의 잠재의식 어딘가에 기거하며 조용히 일을 처리한다. 이렇게 확보된 여유로움 안에서 우리는 이 샘플러의 피치를 조정할 시간을 얻게 되며, 그 조절 값은 특정 행동이나 사건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예술 작품이 선사하는 서사와 감각에는 빈 공간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쇼츠의 경우에는 짧은 시간 안에 서사와 감각을 자동으로 산출한 뒤, 다음 차례의 쇼츠에 자리를 넘기고 사라져 버린다. 그렇게 감각마저도 가상의 것이 되어버린다.
샘플러의 습득, 잠재된 이미지가 샘플러를 거쳐 산출된 이미지 값과 이 과정이 반복되는 속에서 드러나는 차이를 반영한 새로운 샘플러의 생산을 다른 말로 “삶”이라고 부를 수 있다. 스테이블 디퓨전의 작업창에 자리한 샘플러 노드는 인간의 내맡겨진 상상력이다. 우린 이제 운명을 운운하며 삶에 대한 변명을 이어 나갈 수 없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운명이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인공 지능이 계산할 수 있는 노선에 대한 새로운 용어가 그 자리에서 득세한다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영화 <매트릭스>는 이미 실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수용되는 감각 측면에서는 현실이 영화보다 더 처참하다. 매트릭스에는 이미지(샘플러)가 통제되는 세상이지만 뇌의 전기신호로 구동되는 삶이 있다. 뇌가 인지하는 감각 그 자체만은 진짜인 것이다. 감각은 삶의 열매다. 우리는 이것을 먹고 산다. 현대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감각의 지각마저 시뮬레이션에 위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풍경은 다소 어둡고 흐릿하긴 하나, 매클루언이 언급했던 미디어를 통한 의식의 확장이 야기하는 ‘감각 마비’의 그림자를 드러낸다.” (1장 ‘이미지’ 중)
― “‘개선 가능성’과 ‘영원성의 가치’는 접착되어 있지 않을 때 서로 조화롭다. 기술은 시간과 공간의 압축, 즉 빈 공간 사이를 기술을 사용해 인위적으로 잡아당겨 이어버린다. 그리고 이것은 거대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바로 초월 감각, 그러니까 신적인 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착각이 그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초월 감각이 인간의 창조적 발상의 원동력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기술 진보의 관성 유지와 재화 획득을 위한 잉여 가치 확보에 가담하여 상상력의 잠재 공간에 남겨두어야 할 ‘여백의 미’를 폐기하는 공정을 개발해 내고야 말았다. 스테이블 디퓨전 콤피유아이의 기본 회로에는 ‘엠프티 레이턴트 이미지’ 노드가 있다. 이것은 빈 캔버스 같은 역할을 한다. 생성 중인 이미지가 이 공정에서 이미지의 규격과 형태를 갖춘다. 여러 톱니바퀴의 조합과도 같은 스테이블 디퓨전의 작업 회로의 각 공정 중에 엠프티 레이턴트 이미지 노드는 가장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 구간이다. 연산된 데이터는 숙성의 시간을 거칠 필요 없이 이미지화된다. 꽤 미학적인 이름짓기임은 틀림없지만, 그 이름(비어 있는empty, 잠재된latent)에 상응하는 공간과 시간을 부여받지는 못한 것이다. 디지털은 상상력의 숙성을 아직 모른다. ” (3장 ‘초월 감각’ 중)
― “이와 같은 형식의 ‘관계의 미학’은 전기의 특성에서도 어렴풋이 솟아 있다. 전기는 전자의 활동 에너지다. 전자는 보거나 만질 수 없지만 존재한다. 원자의 부분 단위인 이것은 옮겨 다니는 힘을 가졌다. 우리는 그것을 전신電信이라는 관계망을 통해 느낀다. 인간의 의식과 신체활동도 전자 이동의 일환이다. 시각적으로 규명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전자의 존재를 느낀다. 마치 ‘혼’, ‘기’, ‘영성’, ‘정신’이 그런 것처럼. 그렇다면 전자란 우주적 정신의 질료일 수도 있지 않을까? 적어도 이 추론이 영적 에너지의 실체에 최소한의 물질적 단서가 제공할 수는 없는 것일까? 어찌 되었든 간에 “우리 신경 체계의 특성이기도 한 전기 커뮤니케이션”은 관계가 이어지는 모든 것에 다가갈 기회를 준다. 전기 미디어가 “상호 작용의 장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장소는 촉발하는 세계, 즉 시뮬레이션이다. 결국 초감각에 다가가기 위한 길은 시뮬레이션상에서 ‘제3의 생명’을 감지할 수 있는 마음의 상태를 반영하게 될 것이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 능력 대부분을 대체하였을 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태도뿐이리라. 다소 모호하고 불투명할지라도 우리는 촉발하는 생명을 붙잡아 의식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 낯선 누군가와 관계를 맺기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7장 ‘촉각’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