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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986487
· 쪽수 : 139쪽
· 출판일 : 2025-09-23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5
제1부 거미의 도시
모래시계 12
해바라기 14
매미의 허공 16
징검돌을 건너며 18
소울에게 20
을왕리, 밤 아홉 시 22
점화 24
엄마의 철심 25
산소에서 26
거미의 도시 28
오래된 단풍잎 30
무인 점포에서 32
통증 접속 34
제2부 플라스틱 눈물
초심 36
새의 혀 38
거대한 바둑판 40
자유공원의 꽃 42
DMZ 데칼코마니 44
봉화산 해맞이 46
스타벅스에서 48
한반도 해 오름 49
하얀 밤 52
초록 점령군 54
플라스틱 눈물 56
물을 찾아서 59
2025년 오월 60
피아골에서 62
제3부 촛불을 밝히며
현수막을 달며 66
세모가 네모를 분류하다 67
네모난 지구에서 70
꼬리 자르기 72
4월의 행진 74
별들의 노래 76
별과 별 사이 78
잔상 81
행성들의 조우 82
긁음에 대하여 84
달빛 미스터리 86
촛불을 밝히며 88
기린 90
애상 91
보자기 92
제4부 송전탑 이슬
다시 만년필을 뽑으며 94
광화문의 별 96
너를 보며 나를 묶는다 98
송전탑 농성 100
송전탑 안부 102
봄의 신무기 104
운현궁에서 106
아파트 전쟁 108
풍계리 폭음 109
불타는 태백산맥 112
단풍 남침 114
남의 세상에서 116
송전탑 이슬 117
ㅣ해설ㅣ 이병국 121
저자소개
책속에서
<하얀 밤>
마주 보고 포개져 있는
책과 공책의 수상한 체위
저렇게 깊은 밤을 보내고도
하늘과 땅 사이에는
잉크 한 방울 흔적도 없다
흥건한 먹물을 빨아들여
시 한 편 배고 싶은 백지의 꿈은
날이 밝도록 황량한 불임의 땅
봇물 가득한 활자들을
왈칵 쏟아붓지 못한 것은
밤새 눈을 부릅뜨고 있던
형광등 탓이었을 게다
이제는 스위치를 꺼야 할 때
대지의 페이지에 스며드는
빛의 서사시를 받아써야 할 때
<잔상>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얼굴은 분명 나다
나와 악수하고 있는 사람은 떠나고 없다
그날의 미소는 햇살만큼이나 눈부셨다
하천가에는 버드나무 물오르고
맞아, 우리는 버들피리 얘기를 나누었지
옛날은 소중하다고 맞장구치면서
추억을 얘기하던 시간은 다시 과거가 되고
필름을 되돌려 보는 배우는 조금 더 늙었다
거리를 걸으면 한때 나였던 사람들의 그림자
죽은 나의 회고록 속에서
나는 오늘을 산다
<송전탑 안부>
동이 터 오는데
모두 안녕하신가
간밤의 칠흑 속을 함께 유영하다가
손을 놓치고 차마 부르지 못해 삼키던 이름들이
희미한 능선 그림자로 어른거리는데……
아직 살아 있는가
소리 없이 맞잡은 연대의 전선에
어느덧 이슬이 방울방울 맺히고
떨어질 듯 아침은 빛나는데
십자 포화 불을 뿜던 그 밤을 기억하는지
찬바람에 몸서리치는 장끼 한 마리
모두 살아남았는가
목이 터지도록 불러도
돌아오지 않던 이름들
어둠 속에 뿌렸던 피가
일제히 일어서는 동녘 하늘
산마루에는 빛줄기가
번득이는 칼처럼 날을 세우는데
동지여 우리 함께 살아 있는가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자던 그날처럼
흰 이를 드러내며 껄껄 웃고 있는가
하늘에 좌표를 정한 북극성이
적토마를 몰아 새벽을 불러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