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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93024508
· 쪽수 : 188쪽
· 출판일 : 2024-01-30
책 소개
목차
인간 변호사와 AI 사무장 · 6p
촌스러운 테크노포비아 · 34p
왜 꼭 인간이어야 하는데? · 74p
지우고 싶은 기억 · 134p
작가의 말 · 176p
프로듀서의 말 · 180p
저자소개
책속에서
난영은 대놓고 깔깔대며 마 여사의 대답을 비웃었다. 마 여사는 기분이 상한 듯 난영을 쏘아봤지만, 난영은 전혀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
“여 안드로이드가 할매 아들을 위해가 그런 고차원적 변호를 할 수 있을 것 같십니꺼?뭐 나라믄 가능할지 몰라도.”
“니는 가능하다꼬? 닌 우리 아들 감옥 안 보낼 방법을 알고 있단 기가?”
난영은 여유롭게 웃으며 마 여사에게 물었다. 예전에도 가게에 도둑이 든 적이 있지 않느냐고. 마 여사는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좀도둑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는 것이다. 난영이 반색하며 대답했다. 재판에서는 바로 그 점을 어필해야 한다고.
가장 사랑하는 딸에게마저 이해받지 못하는 현실은 새삼 쓰라렸다. 물론 딸은 승기처럼 난영을 비난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었다. 엄마를 걱정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이었다.
“누가 인간 변호사한테 자기 문제를 맡기고 싶겠어?”
모래는 걱정이 가득 담긴 눈으로 난영을 바라봤다. 너무 무모한 도전이 아니냐는 의미가 담긴 눈빛 이었다. 그러나 난영은 애써 딸의 걱정 어린 시선을 회피했다.
“이번 사건만 잘 해결되믄, 우리도 같이 살 수 있을 기다. 그니까 니는 암시롱 걱정 말고 딱 기다리고 있어라.”
“엄마가 혼자 기술을 혐오한다고 세상이 바뀌는 걸 막을 순 없어. 프레임으로 투표하는 사람들은 전부 엄마가 멍청하다고 생각할 거야.”
조숙한 딸은 속상한 마음에 괜히 더 독하게 말했고, 난영은 그저 씁쓸하게 웃으며 딸의 머리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엄마…. 나 할 말이 있어.”
난영은 뭐든 말만 하라는 듯, 애써 미소 지으며 모래를 바라봤다. 그러나 이어진 딸의 발언은 더없이 충격적이었다.
“뭐라꼬? 니 지금 자살을 하겠단 기가?”
“자살 아니야. 내 뇌를 클라우드에 이식하겠다고.”
자신의 의식은 클라우드에 이식하고 고통뿐인 육체는 버리겠다는 딸. 모래의 폭탄선언에 난영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어떤 부모가 자식의 안락사에 선뜻 동의할 수 있겠는가? 지금 이 순간, 난영은 그 어느 때보다 진심으로 이 새로운 기술이 혐오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