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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93024973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25-05-15
책 소개
목차
며느리·40p
루명·126p
그림자·166p
문어·208p
작가의 말 · 246p
프로듀서의 말 · 252p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곳처럼 바다를 가까이 둔 마을에선 종종 문어가 사람 사는 집 안까지 들어오기도 한대. 신기하지? 먹을 걸 찾아 들어오는지, 그냥 재미로 들어오는지는 알 수가 없어. 그 문어가 어느 날은 타지에서 시집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며느리의 방에 들어갔던 모양이야. 며느리는 호롱불을 켜 둔 채로 잠들어 있었고 말이야.”
오래전 누군가가 들려준 이야기였다. 그다음이 어떻게 되었더라. 서천댁은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머리가 떠올리기 전에 입이 먼저 움직였다.
“그런데, 문어가 호롱불 앞을 지날 때 그 그림자가 문에 비쳐 보인 거지. 문어의 머리는 매끈하고 동그래서, 밖을 지나가던 하인의 눈엔 그게 꼭 중의 머리처럼 보였던 모양이야. 그래서 중과 내통한 것으로 오해받은 며느리는 쫓겨났단다.”
사람들은 새 신부가 귀신의 질투를 사기 쉽다고 믿었다. 그래서 신부의 가마는 신랑 집에 들어가기 전 불 위를 지남으로써 신부에게 붙은 귀신이며 액운을 모두 떼어 내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젠 많은 이들이 생략하는 미신적인 의식 중 하나지만 이 집안에서는 챙겨서 할 모양이었다. 그런데, 병신 소리 듣는 신랑에게 아무것도 모르고 시집가는 신부를 대체 어느 귀신이 질투한단 말인가?
달이 차오르면 몸이 점점 나른해지고 둔갑한 상태로 지내기가 어려워진다. 모든 영물들이 그렇다. 수면 아래를 환하게 비추는 달빛에는 숨긴 본모습을 내보이는 힘이 있다. 보름밤에는 뿌연 기운 하나 없이 맑아진 바다에서 집채만 한 게가 집게발을 움직여 엉킨 파도를 풀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기다란 산갈치가 헤엄치고, 거대한 암초인 듯 가만히 있었던 거북이가 몸을 뒤집어 색색깔의 산호 군락을 드러낸다. 그야말로 장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