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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3055243
· 쪽수 : 246쪽
· 출판일 : 2023-04-28
책 소개
목차
서문 - 4
1부 - 바람떡
어느 멋진 주말에 - 13
내 생애 최고의 드라이브 - 19
하쿠나 마타타 - 22
바람떡 - 26
전화는 사랑을 싣고 - 29
웃는 얼굴에 침 뱉지 못한다 - 34
잠옷 - 38
백설 공주 - 41
옛날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 44
정월 대보름 - 48
2부 - 나는 걷는다
인연의 고리 - 55
나는 걷는다 - 59
머리 쪽 찐 나이팅게일 - 67
문패 - 72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 - 75
되돌려 받을 수 없는 사랑 - 79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인가 - 83
밭에 떨어진 콩 줍듯이 - 87
연리지 친구 - 92
그리운 잔소리 – 96
3부- 내 마음속 북극성
어느 봄날 - 101
쥐가 고양이 코빼기를 - 105
살아서 전설이 되다 - 109
내 누이의 봄 - 113
전생에 나라를 구한 여인 - 118
내 마음속 북극성 - 122
원더풀 - 126
아프리칸 바이올렛 - 130
어떤 집 풍경 - 134
한 번 천사는 영원한 천사 – 138
4부 - 혼자 사는 즐거움
낮술 한 잔 걸치다 - 143
혼자 사는 즐거움 - 149
실수도 가지가지 - 153
그 여자 - 157
백제의 미소를 만나다 - 161
詩펄 - 165
쫑파티 - 171
먼 바다 외딴섬 유배기 - 175
또 한 해를 보내며 - 183
비단 위에 꽃이 피다 – 188
5부 - 그리움을 흘려 보내다
착한 바보 나의 형 - 195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하셨습니까? - 199
‘영화의 거리’를 서성이며 - 205
짜장면 한 그릇 사주랴? - 210
즉결심판을 받다 - 214
이별의 부산 정거장 - 218
그리움을 흘려보내다 - 222
사랑, 치즈와 국화로 피어나다 - 228
고놈 - 234
《그루터기 서간집》 출간에 즈음하여 - 2396
저자소개
책속에서
할머니는 불교 신자가 아닌데도 늘 염주를 굴리며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을 외우셨다.
“누구를 위해 기도하세요?”
“아들 손주 잘되라고.”
그런데 우리 집에 오신 후에는 염주가 보이지 않고 기도도 하지 않으셨다.
“왜 염불하지 않으세요?”
“네 집은 천주교 집안 아니냐. 하면 안 되지.”
“괜찮아요. 하세요.”
“싫다. 내 집에 가서 할란다. 네 집안 법도를 지켜줘야지.”
할머니는 초등학교 문턱에도 가본 일이 없고, 당연히 평생을 문맹으로 살아 지식은 짧았지만, 삶의 지혜만큼은 어느 지식인 못지않으셨다. 할머니는 어머니이자 내 인생의 큰 스승이셨다. 나이 드는 것이 유쾌하지는 않지만, 할머니를 뵐 날이 가까워지는 건 행복한 일이다. 할머니 뵙는 날, 우리 오남매에게 베풀어주신 사랑과 깨우쳐 주신 삶의 지혜에 감사드려야겠다.
내가 떠나면서 자형께 “완쾌해서 오래 사시면 좋고요, 혹시 건강이 좋지 않아 곧 세상을 떠나시게 된다면 저승에서 누나와 알콩달콩 재밌게 사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자형이 “암, 그래야지. 이제 아무 미련 없어. 여러분 모두 고마워. 잘 살다 가네.”라고 대꾸하셨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자형은 아이들의 따뜻한 품속에서 이승을 떠났다. 그분과의 이별은 슬펐다. 그러나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지도 않았고, 고슴도치처럼 숱한 주삿바늘을 달고 고생하지도 않은 채, 편안하게 누나를 만나러 떠났다는 것에 안도했다.
내 마음속 등대 같았던 두 분을 모두 잃은 지금, 마음이 허허롭다. 그러지 않아도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은 요즈음인데 마음의 들보 하나가 내려앉은 기분이다. 그나마 정월 대보름날 모임이 위안이 된다. 자형을 뵐 수 있도록 수고해 준 누이의 인정이 잔설의 추위에 떨고 있는 내 가슴에 봄볕처럼 온기를 더해 준다.
자형 또한 누나처럼 내 인생의 한 표상이었다. 그분은 일을 바라보는 안목과 직장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몸으로 가르쳐 주었다. 그뿐이 아니다. 예술의 세계를 내 눈앞에 펼쳐 보여 주셨다. 일 너머 인생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주신 것이다.
친구와 대화를 마치고 나오려니 사장님이 내게 선물 하나를 주었다. 당신이 키우려 했던 화분이라며 키우는 요령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일러준 대로 키웠다. 낯선 사람 손에 들리어 낯선 곳으로 옮겨 왔음에도 꽃은 무럭무럭 자랐다. 내가 처음 받았을 때는 아직 피지 않은 꽃대 하나가 수줍은 듯 막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왠지 외로워 보였다.
바이올렛을 받아 안았을 때 느낌이 참 묘했다. 보통의 꽃 선물과 달랐다. 보라색이 아니던가. 보라색은 내가 평소 흠모하던 분을 연상케 하는 색깔이다. 그분을 마주하듯 화분을 안았다.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난리가 났다. 꽃이 다투어 피어나는 것이었다. 마치 팝콘이 터지듯 하였다. 어안이 벙벙하였다. 그동안 많은 꽃을 키워 보았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거실이 환해지고 집안의 품격이 달라졌다. 세상에 꽃처럼 아름다운 것이 몇이나 될까? 거실의 한가운데서 도도한 자태를 자랑하는 ‘아프리칸 바이올렛’은 이제 우리 집 ‘작은 숲’의 중심이 되었다.
인연은 늘 우연히 그리고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찾아오나 보다. 무슨 인연이든 소중히 여기고 가꾸어 아름다운 꽃으로 피워내고 튼실한 열매를 맺는 것은 각자의 몫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