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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3093382
· 쪽수 : 138쪽
· 출판일 : 2024-01-29
책 소개
목차
1부
검은 은화
반점
내화벽돌
까치살모사
빛을 탕진한 자목련
크리스 보티
거미줄
해바라기의 후예
사라진 시대
맑은 수프
레몬 시폰
관음증
볼셰비키, 다수파
빨대
낟알
아이스 블루
코카인
사월
2부
플로럴 화이트
스프링 그린
라임 그린
파이어 브릭
로열 블루
다크 그레이
핫 핑크
다크 바이올렛
미드나이트 블루
레드
골드
골드 2
인디언 레드
로즈 핑크
화이트
다크 블루
3부
다크 레드
로열 블루 2
딥 핑크
골든 로드
페루
카키
스틸 블루
다크 레드 2
딤 그레이
앨리스 블루
다크 블루 2
스테이트 그레이
다크 오렌지
크림슨
카데트 블루
다크 그린
고스트 화이트
라이트 그레이
아즈레
레드에서 스틸 블루까지
해설 _ 색채의 향연, 혹은 색채의 상티망sentiment
황치복(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레몬 시폰
늘 폭포처럼 쏟아지는 모래, 레몬 시폰 속으로, 그 환幻 속으로 쓸려 들어가 파묻혀야 잠에 빠져들 수 있다 레몬 시폰은 무게가 없고 향기가 없고 자세히 바라보면 색깔도 점점 희미해져 사라지고 있다
눈을 뜰 수 없었던 사막폭풍 속에서 웅크리고 있었던 적 있다 폭풍이 지나가길, 길이 다시 드러나길 기다린 적 있다 나는 환幻 속을 거닐 만큼 어리석거나 얇은 여자는 아니다 모래폭풍은 살아 있는 오늘처럼 한 가지 색깔로 몰아치고 있다 생애는 뭔가를 내놓아야 할 때가 찾아오고 만다 온몸에 힘을 주고 그 존재에 화인火印으로 지지듯 나를 인식시켜야 할 때가 찾아오고 만다
소유주를 위한 제사, 제祭를 마치면 모래폭풍이 가라앉고 카키가 빛을 머금고 허공에 떠 있다 그때 비로소 잠은 나를 거두어 준다 잠 속에서 카키에서 레몬 시폰으로 나의 색깔이 사막 본래의 건조한 영토를 넓혀가고 있고 나를 봉헌하듯 배꼽 위에 가지런히 두 손을 모으고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나의 색깔엔 본래 주인이 없다
* 헥스표 #FFFACD, 투명에 가까운 연한 노란색.
관음증
오르막길에서 브레이크가 고장 난 화물차, 과적된 바디 백, 차가 뒤로 밀리는 순간 터져버린 지뢰, 그가 떠올랐다 전쟁이 끝난 줄 알고 꽃처럼 피어난 그 사람, 짧은 봄의 폭발음에 갇혀 그는 공중에 자욱하게 흩어져 있다 그해는 봄비치고 너무 많이 쏟아졌다 난초의 꽃대처럼 꼿꼿한 도시가 휘어질 만큼, 모든 도시의 창문들이 포연에 흐려지고 있다 폭음에 예민하지 않은 도시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