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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비평론
· ISBN : 9791193166802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24-12-02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문제적 여성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
1장 K-장녀의 존재론
― 《나목》의 이경
2장 ‘여아 살해’ 주문과 탈주술의 서사
― 《도시의 흉년》의 수연
3장 성(聖) 처녀와 성(性) 처녀
― 《겨울여자》의 이화
4장 여성은 성장할 수 있는가
― 《레테의 연가》의 희원
5장 중산층 가정의 데모하는 딸들
― 김향숙 소설의 ‘언캐니’한 딸들
6장 ‘문학 여공’과 ‘소설가’ 사이
― 《외딴방》의 희재언니와 열여덟의 나
7장 90년대식(式) 연애, 90년대산(産) 사랑
―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의 진희
8장 ‘절대’와 ‘환영’ 사이, 어느 중년 여성 예술가의 불온한 사랑
― 《그녀의 여자》의 현석화
9장 ‘건널 수 없는 강’은 결코 건너지 않는 사랑
― 《밝은 밤》의 여자들
참고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 책에 실린 여자 주인공들은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보았을 흔
한 이름과 독특한 이름이 섞여 있다. 이경, 수연, 이화, 희원, 희재, 진희, 석화, 지연……. 장마다 일부러 여자 주인공을 힘주어 호명하는 듯 그 이름을 눌러썼다. 여러 이름을 가진 복수의 인물이지만 이 책을 다 쓰고 난 내게는 마치 단 하나의 여자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 여자는 이 책을 쓴 나이기도 하고, 이 책을 읽을 여성 독자들이기도 하고, 남성 독자들에게는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녀이기도 할 것이다. 그 이름들을 하나씩 불러보는 것에는 공모와 저항 사이, 그 문제적 여성 인물들을 통해 여성소설사를 재구하겠다는 나의 큰 욕심도 담겨 있다.
_ 책머리에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한 가지 구체적인 궁금증을 갖게 된다. 아버지의 조력 없이 혼자 세상을 헤쳐나간 장남의 자수성가 이야기 말고, 장녀의 이야기는 왜 없는가? 전쟁통에 죽거나 사라진 아버지와 오빠 대신, 홀어머니를 모시고 생계를 책임져야 했고 동시에 그 아수라장에서 스스로 성장해야 했던 장녀의 이야기는 어디 있다는 말인가? 실제로 전후에는 직간접적으로 전쟁에 참여한 많은 남성들의 사망과 부상으로 생긴 경제적·물리적 공백을 여성들이 메꾸는 경우가 많았다. 전쟁으로 인한 남성의 부재와 실업 증가는 여성들에게 가족을 부양하는 책임을 부과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것이 ‘한시적인 일’인 것처럼 비가시화되어 정당한 노동으로 대우받기 어려웠을 뿐, 8 많은 딸들이 아버지와 오빠를 대신 하여 생계를 부양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부재하는 아버지와 오빠의 그늘에 가린 채 고독하고 외로웠던, 자신이 속한 세계로부터 위성처럼 겉돌 수밖에 없었던 장녀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 전후 한국 현대소설에서 장녀 성장 서사의 원형, 가장 원천적인 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 박완서의 《나목》에서부터 이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자.
_ 1장 K-장녀의 존재론
이 천명에는 남녀 쌍둥이는 상피 붙는다는 저주의 예언이 놓여 있다. 그렇다면 “남매 쌍둥이를 그대로 기르면 자라서 상피 붙게 돼 있다는 항간 일부의 끔찍한 속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동시에 태어났을 때, 살려야 하는 아이는 남아고 그 남아의 보존을 위해 여아는 죽어야만 한다. 여기에서 ‘저주받은 여자아이’를 실제로 저주하는, 그러한 속설을 현실에서 실현하는 존재는 이 남매의 할머니이다. 모두가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기, 한정된 재원 속에서 남자아이만을 골라 대를 잇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경제적 셈법이 ‘율법’이라는 외피를 쓴 것이리라. 그리고 그 율법의 내부에는 여자아이는 언제든지 공동체의 도덕을 흩트리고 오염시킬 수 있는 위험한 존재일 수 있다는 인식이 놓여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기에 그것을 강제하는 할머니는 공동체의 생존과 대의라는 큰 목표 아래 집단의 도덕을 통솔하는 이상야릇한 권력을 행사하며 주인공인 수연과 수빈에게 저주의 운명을 내리고 궁극적으로는 수연을 축출함으로써 공동체의 유지를 도모하고자 한다.
_2장 ‘여아 살해’ 주문과 탈주술의 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