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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59258961
· 쪽수 : 282쪽
· 출판일 : 2024-10-02
책 소개
목차
피클보다 스파게티가 맛있는 천국
프레임
에코카보니스트
코스믹 오리가미
궁극의 답
악마와 함께 춤을
턴 스핏 도그
코리아 닉테이션
적정한 신뢰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해가 안 돼서 그런 거예요. 만나서 무역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존재만 확인해서 대체 뭘 하겠다는 거예요? 발전된 기술을 받으려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거길 점령하려는 것도 아니고요.”
최는 말없이 피클만 씹어댈 뿐이었다. 희는 얼굴을 찡그렸다. 우적우적, 최의 피클 씹는 소리가 흉하다고 생각했다. 희는 소리가 나게 포크를 내려놓고는 말했다.
“돈 때문이에요? 그 시뮬레이션 기계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요? 예측해서 주가나 로또 번호, 뭐 그런 것도 맞힐 수 있어요?”
“아뇨. 우리 미래는 못 맞혀요. 모니터에 나오는 미래는 무한에 가까운, 있을 수도 있는 무한의 세상 중 하나를 집어내는 것과 같아요. 확률적으로 우리 세상이랑 같을 수가 없어요.”
“그럼, 대체 그런 걸 왜 하는 거예요? 누가 노벨상이라도 줘요?”
“아뇨.”
“그럼 뭔데요?”
최는 의자를 책상으로 밀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버렸다.
누구에게 말하기 위해 저리 서 있던 걸까. 이만하면 되지 않았나 싶었다. 그도 고객이 죽고 한동안 슬퍼했으며, 장례식에 간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그가 아내에게 다가가더니 어깨를 덥석 잡아챘다. 아내는 흠칫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말했다. 이렇게 해도 뭐, 뭐라도 해줄 것 같습니까? 그는 침을 튀겨가며 말을 이었다. 저 새끼들이 더 빼먹었으면 빼먹었지, 더, 더 줄 놈들입니까?
아내는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입이 떨어졌다.
그렇게 부서지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는 순간적으로 맥없이 부서져버린 차의 프레임을 떠올렸다. 고객이 당한 사고처럼 그의 눈앞에 그가 판 차의 금속들이 다가오는 듯했다.
그대로 끓는 물에 넣으려 했을 때, 새끼 문어는 말을 한 마디 더 얹었다.
살려주세요.
머리가 드디어 이상해진 것만 같았다. 나는 가만히 새끼 문어를 바라보았다. 입맛이 실시간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그러다 번뜩 생각이 떠올랐다. 주먹을 불끈 거머쥐고는 작은 플라스틱 찜기에 문어를 넣고 수돗물을 틀어주었다. 문어가 고통에 몸을 비틀었다. 퇴마라도 당하는 것 같았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문어는 바다에서만 산다고 했다.
문득 속이 뒤집혔다. 냄비를 들고서 밖으로 나섰다. 새벽녘 바닷가는 한산했다. 모래사장을 가로질러 파도가 닿는 곳에 쪼그려 앉아서는 바닷물을 펐다.
“뭐 하십니까?”
해양경찰이었다. 순찰 중이었는지, 손에는 손전등이 들려 있었다. 나는 그에게 냄비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바닷물 뜨러 왔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