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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59258442
· 쪽수 : 200쪽
책 소개
목차
1. 경아
2. 무덤
3. 사랑 정의
4. 비슷한, 닮은
5. 아날로그
6. 새총
7. 종자보관소
8. 여정
9. 허수아비
10. 재와 씨앗
11. 발버둥
12. 폭풍우
13. 방백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러나 어느 날 행성 궤도가 바뀌면서 여기는 지옥이 됐습니다. 원자력 발전소들이 엄청난 폭풍에 의해 터지면서 방사능이 유출됐고, 방사능 폭풍으로 저를 제외한 모든 인간들이 죽었습니다. 지구에서 구조대를 보내는 것도 포기한 상태입니다. 저는 행성의 유일한 생존자로 연구소 내부에서 현재 3년째 살아남았습니다.”
김은 말을 꺼내기 극도로 망설이는 듯 보였습니다. 얼굴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연구소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강해지더니 화면에 노이즈가 끼기 시작했습니다.
“1년 전, 결국 방사능 폭풍우 때문에 지구와 연락까지 끊기면서 저는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렸습니다. 외로움을 이겨 내기 위해 제 구형 핸드폰에 내장된 초기 AI와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그 대화는 저에게 유일한 구원이었습니다.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저는 끝내 그 AI를 탐사용 안드로이드에 이식하기로 했습니다.”
김이 옅은 웃음을 내보이며 말을 이었습니다.
“미친 짓이라 하시겠지요. 어쩌면 방사능에 머리가 망가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좀처럼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그 안드로이드에 ‘저를 가장 사랑한다는’ 코드를 입력했습니다.”
창문이 깨지면서 와장창 소리가 들렸습니다. 작은 돌멩이가 날아온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김은 말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안드로이드의 이름은 경아입니다.”
김이었습니다. 심장 박동이 멈춘 지 불과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영상 속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김의 시선은 나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시선에서 따뜻함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내게 사랑은 차가움과 뻣뻣함으로 시작됐습니다. 나는 사랑에서 가장 멀어 보이는 이 두 단어로부터 사랑을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김을 향해 얼굴을 기울였습니다. 김의 얼굴에서 어떠한 표정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의 얼굴에 손을 올리고는 속삭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