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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3412527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4-09-30
책 소개
목차
대리인
팝업창
기억의 침몰
상식적인, 너무나 상식적인
덕봉 송종개
중첩
딥페이크
해설
통증의 그림자
—한영인(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서류 봉투를 뜯었다. 같은 서류인데도 목적이 바뀌어 있었다. 적발하는 것이 아니라 감추기 위해서였다. 눈은 서류를 보고 있는데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한글인데도 읽히지가 않았다. 나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글자가 보였다. 아니, 정확하게는 글자의 그림자였다. 글자에서 그림자가 떨어져 나와 안개처럼 글자 위에 떠 있었다. 떠다니던 그림자들이 먹구름으로 변했다. 금방이라도 그림자들이 비로 변해 사무실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대리인」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 이것은 진흙탕에 빠지는 심청이와 같습니다. 아버지의 눈처럼 국민들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사람들은 몸을 던집니다. 하지만 심청이는 연꽃을 타고 세상에 다시 나오지만 내부 고발자는 그냥 진흙탕에서 질척거려야 합니다.”
공익신고센터 관계자와 통화한 내용이었다. 나는 짐을 챙겨 호텔 정문으로 나왔다. 예약된 택시가 내 앞에서 멈췄다.
‘연꽃도 진흙탕에서 피잖아요.’ 나는 혼잣말을 하면서 택시 문을 열었다. 갈라파고스로 가서 핀치를 볼 것이다. 새로운 종의 기원이 되었다는 핀치가 너무 보고 싶었다.
―「대리인」
주기적으로 머릿속의 통증이 나를 괴롭혔다. 생각이 생각을 만들고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생각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내 뾰족한 해결책은 찾을 수 없었다. 대출금과 대출 이자에 공금까지,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했지만 내게는 소화기조차 없었다. 휴학, 개인 회생, 파산 등의 단어가 어지럽게 머릿속에 떠돌아다녔다.
―「팝업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