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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입술

모르는 입술

장무령 (지은이)
청색종이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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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입술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모르는 입술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3509104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24-11-15

책 소개

독특한 감각으로 역설적이면서도 새로운 감각의 세계를 펼쳐 왔던 장무령 시인이 19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1999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다양한 스펙트럼의 시적 상상력을 펼쳐 왔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의미를 해체하는 또 다른 변용의 세계를 탐색하고 있다.

목차

5 시인의 말


13 만찬
15 사실-이다


21 순례
23 드라이플라워
25 고해성사
28 기도
30 카르투시오
34 벌초
37 가수면 2
39 슬픔은 극복되지 않는다


43 꽃의 변주에 대하여
45 야곱의 물
47 nothing
50 거식
51 707동 1701호
53 염(殮)
55 인터스텔라
58 나를 부르지, 유령
61 나의 육식동물


67 시간의 에피소드 : 始
68 장수요양병원 가는 길
69 나를 만지지 마라
71 접(椄)
73 굿 바이, 코끼리
76 마당
79 갈매못 성지
81 피정(避靜)
83 영면은 파─란 역등(驛燈)을 켠다
85 종장(從葬)


89 하구의 박물관
91 여행을 떠나요
93 비상
95 무르만스크에서 피다
97 철거
99 이사
102 모닝커피
104 가수면 1
105 실크 목도리
106 밀키트 조리법
108 카페 간다
111 입술


117 해변 없는 바다
120 연(緣)
122 구경(究竟)
124 김종삼 1
125 약탈 게임
127 UFC 오디세이
130 호모 사피엔스
133 계몽의 시간
135 게재불가


139 바라밀(波羅蜜)
141 나마스테

해설
147 차브 라차브, 차브 라차브, 카브 라카브, 카브 라카브, 제에르 샴, 제에르 샴 | 김대현(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장무령 (지은이)    정보 더보기
충남 홍성 출생. 홍익대학교 국어국문학과·동대학원 졸업. 《작가세계》(1999)로 등단. 대산문화재단창작기금(2004) 수혜. 시집 『선사시대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다』(2005)가 있음. 현재 호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재직(장동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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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저기, 살덩이가 길 건너편 빌딩 앞에 매달려 있다
나의 생각은 나와 나의 살덩이 사이를 팔 차선으로 가로지른다
생각이 출근 시간처럼 가지런히 줄지어 꽉 막혀 있는 것도
생각의 저편 살덩이가 전시품처럼 다듬어져 반값으로 할인되는 것도
특별한 것 없는 돈벌이의 규칙이다

누구나 지나면서 보지 않는 빌딩 앞 공공조각처럼 굳기 전
나는 살덩이에 닿아
살덩이와 함께 불량기 가득
온갖 거리를 건들거리며 활보하고 싶었다

생각이 무단 횡단하는 나에게 경적을 울린다
가속 페달을 밟은 생각이 나를 송곳처럼 꿰뚫는다

악! 단발의 비명, 나는 살덩이 속으로 데굴데굴 굴러떨어졌다
전등을 켜자 이불이 피로 흥건했다
어둔 새벽 어린 지네가 나의 급소를 물었다

오로지 살덩이와 나, 하나의 생각도 끼어들지 않는 순수의 통각(痛覺)
지네를 찢는 나의 손가락
찢기는 본능으로 나를 더욱 세차게 물어뜯는 지네, 절명의 반작용

119 응급대원이 박차고 들어와 무슨 일이냐며 이유를 물었다
응급차에 실릴 때 옆에 앉아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는 생각
타당성은 어이없이 만들어진다
남자 구실을 못하는 걸까
어린 의사의 눈동자는 어떻게 호기심을 감출까
오전 수업을 휴강해야 할 텐데
거기를 지네가 물었다는 것은 사실일까

나는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보잘것없어졌다

― 「호모 사피엔스」


살아 있다는 것은 몸을 요구한다

비대한 몸을 관람하는 산티아고 대성당 당신, 도륙(屠戮)의 축복

욕실 통유리 밖 적목련 손끝, 낙화 직전의 응혈
스파 욕조에 콸콸 쏟아진 뜨거움
땅이 다시 시작되는 곳으로 흘러 내장 없이 뼈 없이 물결만 남아

불쑥 나타나 ‘묻지 마’의 미소로 옆구리를 꿰뚫어
오물로 범벅된 몸을 차가운 길바닥에 풀어 주시기를

기필코 들어주지 않는 인자한 당신

투명 유리관 속 거죽만으로 전시된
도살의 날짜 선명한 검푸른 낙인의 몸을
점심 후의 가벼운 산책처럼 지나치는 관람객 속 당신
포정해우의 솜씨로 뼈와 살을 발라내면서 감각만은 끝내 살려 놓는
섬세한 당신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도서관에 들어가기 위해
아무도 앉지 않는 저녁 테이블에 앉기 위해
떠나기 전
성당 광장을 한 바퀴 돌 때
유리관 속에 앉아 있는
썩어 가는
생생하게, 당신

―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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