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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3509326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26-04-30
책 소개
목차
제1부
떠도는 사람들의 바다
제2부
돌아오는 사람들의 해변
에필로그
고요한 격정의 바다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바다를 표류하는 사람에게 바다는 결코 닿을 수 없을 듯 무한히 펼쳐진 공간이라는 것, 하지만 어떻게든 언젠가는 해변에 닿게 되어 있다는 것, 그렇다 해도 살아서 닿든 죽어서 닿든 정작에 바다는 아무 마음도 쓰지 않는다는 것.
(…)
“왜 그래?”
나란히 걷고 있던 항만청 주사 박창익(朴昌翼)이 자신보다 키가 한 뼘이나 큰 지량을 올려다보았다. 의아한 눈이었으나 까닭 모를 안쓰러움이 배어 있었다. 저 형이 또 왜 저러나, 또 무슨 생각이 들었나, 싶었다.
“응? 뭐?”
되묻는 지량의 얼굴에 어색한 웃음이 떠올랐다.
자신이 들은 말을 설령 창익이 들었다 해도 무슨 뜻인지를 알지 못했을 터였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이 저렸다. 무슨 일이냐는 듯 괜히 어깨까지 으쓱해 보이며 입가에 좀 더 환한 미소를 그렸지만 어색함이 씻길 리 없었다. 지량은 창익에게 자신이 들은 말의 뜻을 옮겨줘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얼른 골목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잠깐!”
서둘러 골목 안으로 옮겨놓은 지량의 걸음이 납작 붙들렸다. 채 두어 발짝도 떼지 않았을 때였다. 재바르게 뒤따르던 창익이 지량을 향해 황급히 한쪽 팔을 뻗었다. 창익의 높다란 소리에 덜미라도 잡힌 듯 지량의 움직임이 멈췄고, 고개를 트는 그의 얼굴에 핏기가 없었다. 어줍은 미소조차 보이질 않았다.
(…)
“형한테 공산주의자냐고 그랬다고?”
“징집영장 받기도 전에 게이샤츠(경찰)한테 먼저 잡혀갈까봐 겁나더라. 그래서 점잖게 얘기해줬지. 서양 철학자들은 이런 걸 암비바란스라고 그런다고.”
“암비바……가 뭐요?”
“보통학교를 일등으로 졸업한 우리 똑똑이 아우님도 모르는 게 있구먼.”
지량의 말에 창익이 헛웃음을 날리며 고개를 비딱하게 기울였다. 지량은 와리바시 한 짝을 집어 끝에다 오뎅 국물을 찍은 뒤 술탁 위에 카타카나로 アンビバレンス라고 썼다.
“암……비바……란스? 꼬부랑말?”
지량의 고개가 위아래로 끄덕였다. 그의 젓가락이 이번엔 꼬부랑글자들을 써나갔다. 물기 머금은 영어 알파벳이 하나씩 나타날 때마다 창익이 옮겼다.
“에이, 에무……브이……에르……시, 이.”
창익이 읊는 속도에 따라 술탁 위의 알파벳이 머금었던 물기가 마르며 하나씩 사라졌다. 지량이 능숙한 알파벳 필기체로 쓴 것은 AMBIVALENCE였다. 하지만 창익의 고개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듯 좌우로 흔들렸다. 지량을 치어다보는 그의 두 눈에 의문으로 가득했다.
“양가감정(兩價感情)이란 말은 알지 않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