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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3615218
· 쪽수 : 116쪽
· 출판일 : 2024-12-10
목차
시인의 말
1부 새벽의 보법
과녁 12
새벽의 보법 13
붕어 14
낡은 찻잔 16
돌멩이의 기억 18
별 19
나뭇잎 지도 20
무화과 21
머슴나무 22
풀 24
패각의 집 26
별상 28
무궁화 30
톱 32
2부 옹이구멍
옹이구멍 34
탱자꽃 기억 36
골무 37
징검돌 38
꽃의 기억 40
냄비받침 42
주름 43
사과 44
나비 45
골목 46
푸른 죄 48
목련 50
매화나무 51
3부 아내의 잠
책 54
변기 55
아내의 잠 56
산행 58
산그림자 60
바람잡이 62
맹감나무 64
나비 집 65
바람도 늙는다 66
초승달 68
그녀 70
여백 72
산벚 한 그루 73
4부 붉은 애첩
환한 귀틀집 76
꽃상여 78
단문 79
붉은 애첩 80
깜박 82
민들레 혼魂 84
아버지 86
연애의 유효기간 87
세미누드 88
연 89
주름꽃 90
가족사진 91
나로호 92
해설
기억의 힘으로 가닿는 지극한 사랑의 미학 |유성호(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새벽의 보법
새벽 발자국 소리 듣는다
언제나 4시보다 한 발 늦게 왔다
어둠에 시선을 잡아먹힌 지금
더 선명하게 들린다
쿵쿵 나를 굴리는 심장처럼
지구를 굴리며 온다
그 회전축에 시침과 분침, 초침이 빗살처럼 돈다
분쇄된 새벽 4시가 어둠에 터널을 뚫는다
빛가루 날리는 산등성이 나무들도 검붉다
4시가 사라진 자리에 5시가 한 포기씩 빛을 심는다
밤새 어둠이 포장된 길 위로
자동차가 환한 빛을 뿌리며 지나간다
6시가 풍선처럼 부풀다 툭 터진다
어둠이 와르르 무너진다
달동네 깨진 유리창 틈새로 스며든
빛이, 드르륵 아침을 연다
패각의 집
꼬막껍질 쓴 집들이 바람을 견디고 있다
저녁이 깊어지면
굽은 등 조갯살처럼 박고
패각의 어둠 속을 파고들었다
한 생을 주름으로 새기면서도
노비문서 같은 논밭 버리지 못하고
피땀 흘렸지만
억새꽃 계절에도
들판은 허기진 그믐달만 내걸었다
그래도 이 땅은 지켜야 한다며
서릿발 틈에라도
씨 뿌려
봄을 잉태시키겠다고
삽날 아래
웅크린 떡잎의 시간 북돋우고 있다
옹이구멍
오랜 지병이 간에 옹이로 박혔다는 김 노인
그것 돌아 빠지면 저승길 환하겠다며
천진스레 웃는다
바람이 식구처럼 들락거리던 이모네 판잣집
옹이 빠진 구멍으로 밖을 보면
동구 밖 훤히 보였듯
저승길도 환할까
간밤 또 암흑의 통증을 견딘 그는
슬리퍼 끌 힘조차 놓았는지
방문 열어 앞산
산벚꽃 눈부신 하강의 시간을 보고 있다
꽃이 열매에게 자리를 내어주듯이
그도 세상 문 잠그려는지
콜록콜록 생을 놓고 있다
옹이구멍 밖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