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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3740088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24-08-0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0.
1부
2부
3부
4부
저자소개
책속에서
앰뷸런스를 기다리는 그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수경은 꺼져가는 의식 속에서 더듬어 잡은 내 손을 간신히 들어올려 자기 머리 위에 힘겹게 얹었다. (…) 살려달라고 애원하듯 하늘을 향해 소리치는 내내 수경의 몸은 기운이 빠져나갔다 돌아오길 반복했다. (…) 흔들리던 입술에 힘이 바짝 들어가고 감기는 두 눈을 힘겹게 들어올리더니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외쳤다. “살려줘! 진휘야, 살려줘!” 그 순간 내 입에서 일순간도 망설임 없이 답이 튀어나왔다. “응! 내가 반드시 살려줄게! 걱정하지 마!”
의식 없이 축 늘어진 그녀의 상태보다 누군가가 그녀를 끊임없이 지켜보며 돌봐야 한다는 것이 당장 피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였다. 연로한 수경의 부모님, 특히 소아마비로 걸음을 제대로 딛지 못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누군가는 수경의 곁에 남아 그녀를 돌봐야 했다. 나는 내가 그 일을 맡기로 했다. 살려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수경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내 안에 깊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 나 자신을 속죄하기 위한 결심이었다. 또한 그렇게 해야 언젠가 잔인한 현실에 짓눌려 수경을 떠나게 되더라도 후회하지 않고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는 그것 외에는 이 무거운 마음의 짐에서 벗어날 방도가 없어 보였다.
누군가의 흐느낌과 의사들이 긴박하게 지시하는 소리로 혼잡했던, 그 새벽의 응급실. 생과 사의 갈림 사이 절박함만이 가득한 그곳에서 나는 무심코 이 말을 내뱉었다. 언젠가 멋들어진 장소에서 수경에게 전해주고 싶었지만 이제는 결코 꺼낼 수 없으리라 여겼던 말. 죽음이란 어둠의 통로를 뚫고 이 세상에 이제 막 다시 돌아온 그녀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 “죽지 마, 수경아! 나랑 결혼해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