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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책] 법의학자의 서재](/img_thumb2/9791193946206.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학 > 사회학 일반
· ISBN : 9791193946206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4-07-1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죽음을 읽는 시선
나는 지금도 죽음이 불편하다 / 결코 사소한 일상은 없다 / 죽음이 우리에게 오는 순간 / 췌장의 병이 사인일까
2. 존엄한 날들을 위한 시간
육체를 잃은 정신, 정신이 빠진 육체 / 인간과 사람, 그리고 톨레레 리베룸 / 타인과 나의 죽음 / 더 나은 삶을 위하여 / 인간은 존엄한가 / 지속적인 식물인간 상태
3.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좋은 죽음이란 무엇일까 / 타인에 의한 나의 죽음, 나에 의한 나의 죽음 / 죽음을 잘 준비하기, 그리고 Memento mori / 청장년급사증후군에 대하여
4. 그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할 수 없는 것 / 내가 할 수 있는 것 / Mortui vivos docent / 설명의 의무
5. 부검에 대하여
내가 나에게 만족하는 삶 / 여우와 신 포도 / 부검은 꼭 해야 할까
6. 그날을 이야기하기 좋은 때
죽음을 이야기하기 좋은 때 / 나의 장례식 / heart와 kerd
7. 애도의 시간을 건너
죽음에 대한 전형적인 슬픔 / 죽음, 그 이후 / 그림과 함께 시작하는 죽음 강의
8. 나는 죽음을 생각하며 산다
죽음으로 완성되는 삶 / 죽음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 / 죽음으로 완성되는 삶, 검시제도 / 간단한 사인, 간단하지 않은 죽음
9. 우리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나는 스스로 존재하는가 / 보라매병원 사건 / 김 할머니의 마지막 시간 / 연명의료결정서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 내가 존재하는 이유
10.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오늘 내가 살고 있다는 것 / 행복한 삶을 사는 것 /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에필로그
참고자료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의대생들과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에게 법의학을 가르치고 있다. 내 전공이 ‘법의학’이니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과 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법의학을 강의하는 것은 당위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죽는 것처럼 삶과 죽음, 그리고 법의학 이야기는 의학과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도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으로 현재는 〈법의학자와 읽는 호메로스 이야기〉라는 교양 수업을 개설해 강의하고 있다. _ 프롤로그 중에서
관계가 없는 사람의 삶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관계의 단절이 죽음을 의미한다면 죽음이 없을 때 삶 역시 없으며, 처음부터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는 삶도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인도에서 혼자 살다 죽은 사람을 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과 사람은 다른 말이고, 그도 부모님으로부터 태어났을 것이다. 그리고 죽음을 정의하는 관계를 반드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한정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 사이에서의 삶은 다른 문제이지만, 무인도에 혼자 살던 사람도 자연과 관계하며 살았을 테니 그의 삶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_
그는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왔다. 터미널의 CCTV가 그 날짜와 시각과 장소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한동안 행적이 불분명했고, 어느 날 도토리를 줍던 사람이 인적이 드문 야산에서 그를 발견했다. 그는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자세였다. 허리를 굽혀 얼굴은 땅에 닿아 있었다. 긴 소매 옷과 점퍼를 입고 있었고, 바지를 입고 있었으며,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옷과 운동화에 가려져 있던 부분은 부패했어도 형태는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노출되어 땅에 닿아 있던 얼굴과 손은 그렇지 않았다. 얼굴뼈와 손뼈와 질긴 인대가 있을 뿐이었다. 그의 주위에는 그의 것으로 보이는 가방이 있었다. 물통과 약통이 있었다. 잡다한 물건들이 흐트러져 있었다. 왜 편하게 누워 있지 않았을까? 어려서부터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을 싫어한 속 깊은 아들이었는데, 마지막까지 죄송한 마음이었을까? 왜 앉은 자세로 먼 길을 떠나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