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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3963258
· 쪽수 : 202쪽
· 출판일 : 2024-07-22
책 소개
목차
차 례
괜찮아, 잘하고 있어 _08
달에서도 안녕 _40
밸브 _70
추가 토핑 _98
사랑하지 않던 _130
원터치 _158
저자소개
책속에서
노트북과 프린터와는 달랐다. 정말로 온 힘을 다해 주먹을 갈기고 발바닥을 찍어 눌렀다. 냉장고와 심장이 쿵쾅거렸다. 냉장고와 부딪힌 부위가 빨강 물감을 찍어 바른 것처럼 달아올랐다. 더 지나자, 벌에 쏘인 것처럼 띵띵 부어버렸다. 냉장고는 실로 튼튼했다. 하얀 모습 그대로 어디 붓지도 않고 찌그러지지도 않았다. 발길질에 밀려 아주 살짝 삐딱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눈은 다시 간이탁자로 간다. 차마 냉장고에 넣을 수 없었던 마지막 소설. <무지개떡>의 원고가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소설다운 소설을 썼더라면…
다시 냉장고의 문을 열었다. 안에 있던 모든 걸 꺼내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김치통, 밀키스 캔, A4 종잇값 12,000원. 그것들을 전부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쭈그리고 앉아서 냉장고 안에 있는 플라스틱 선반들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냉장고 안에는 이제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그 안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허연 불빛만이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 불빛에 점점, 점점 더 다가갔다. 하얗게 감싸진 얼굴엔 울음도, 웃음도, 불안함도 없다. 그는 아무런 사람도 아니었고
- 괜찮아 잘하고 있어 중 -
들키지 말아야 하는 걸 들켰던 날
“대부분은 이런 식으로 프라이버시가 지켜지도록 주문하십니다.”
그가 말했다. 도대체 토핑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여기에서 어떤 재료나 맛을 기대할 수가 있다는 건가.
“가장 간단한 방식은 색깔을 이용하는 겁니다. 기억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색이 있을 테니 말이죠.”
그가 적은 주문지를 다시 내려보았다. 들키지 말아야 하는 걸 들켰던 날… 단번에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하지만 생판 남인 사람한테 구구절절 밝힐 순 없었다.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은 대개 수치스러운 법. 그래도 제대로 된 빙수를 먹어보고 싶었다. 이 가게에서만 먹어 볼 수 있을 것 같은 최고의 빙수. 어느 정도길래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빙수인지 알고 싶었다. 주희는 그에게 받은 주문지에 그대로 주문할 것을 적었다. 그가 적은 문장 바로 밑에 이렇게 적었다.
온통 빨갛게 된 날
- 추가 토핑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