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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3963548
· 쪽수 : 218쪽
· 출판일 : 2024-10-24
책 소개
목차
차 례
작가의 한마디 _4
01. 두 아이의 만남 _8
02. 서로를 위하는 마음 _56
03. 오직 한 사람을 위해 _113
04. 진영과 수희, 수희와 진영 _165
작가 기록 _216
저자소개
책속에서
“너 이제 내 옆에 오지 마. 나 이제 너 안 볼 거야.”
청천벽력 같은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화낼 줄은 알았다. 다만 이렇게 나올 거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던 터라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이대로 영영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수희야,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제발 이번만 봐주면 안 돼?”
주저앉은 수희 시선에 맞춰 자세를 낮춘 진영은 빌었다. 그러나 수희는 화를 풀지 않았다.
“안돼. 너 이제 내 친구 아니야. 나한테 아는 척하지 마. 도시락 싸지도 말고 당연히 우리 집 오는 것도 금지야. 우린 처음부터 모르던 사이였어야 했어. 네가 날 만난 것 자체가 잘못이었어. 이건 잘못된 거야.”
“왜 그렇게 되는 건데?”
“네 인생에 나는 걸림돌이야. 내가 분명히 하지 말랬지? 왜 네가 나 때문에 싸움해야 해. 안 해도 되는 거잖아. 나 따위가 뭐라고?”
자신을 비하하면서까지 화를 내는 모습에 진영은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차라리 방어만 할 것을 말이다. 그랬다면 학생회장 자리는 내놓을 필요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 수희가 이렇게 화내지도 않았을 거고, 병원 며칠 입원하고 나오면 되는 거였다. 지난 시간을 후회하고 있을 때 수희는 내 앞에서 사라진 후였다.
“수희야.”
아무리 불러도 뒤돌아보는 법이 없었다. 그날 이후 수희는 진영 앞에서 사라지려 노력했다. 쉬는 시간 교실로 찾아가도 보이지 않았고, 점심시간에는 도대체 어디서 뭘 하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방과 후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를 보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하교하자마자 바로 뛰어가 그녀 집으로 가는 유일한 길인 산 입구에서 기다리는 것이었다.
- 내 옆에 앉은 아이 중에서 -
담임이 시킨 일이 생각보다 많아서 수희를 오래 혼자 두고 말았다. 진영은 뛰듯이 실습장으로 갔다. 막 코너를 돌았을 때 종호와 딱 마주친 진영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일단 수희가 안전한지가 더 중요했다. 종호는 그다음이다. 그를 지나쳐 가려는데, 종호가 붙잡았다.
“나하고 잠깐 얘기하자.”
전과 달리 무례하지 않은 말투에 진영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수희가 안전한지 확인하고, 너는 그다음에.”
“수희한테는 아무 짓도 안 했어. 그냥 얘기만 했어.”
“그건 네 얘기고, 나는 수희를 봐야겠어.”
“알았어. 그러면 운동장 벤치 있는데로 와라.”
진영은 대답도 하지 않고 종호를 지나 실습장으로 뛰어갔다. 문이 열린 실습장에 수희가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수희야.”
그녀의 시선이 천천히 내게로 향했다. 진영을 보던 수희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어디 갔었어? 나 무서웠는데!”
진영은 그녀를 품에 안았다.
“미안해. 미안해. 수희야. 널 혼자 둬서 미안해.”
수희는 진영의 품에 안긴 후에야 진정할 수 있었다. 그의 사과는 들리지도 않았다. 종호와 있을 때 만일 생길지도 모르는 위험에 긴장하고 있던 몸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이까지 부딪히는 떨림에 진영은 쉴새 없이 등을 쓰다듬었다. 지난 번에 그 일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자신을 의지하는 수희에게 감사했다. 자신의 품에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던 수희는 한참 지나 품에서 떨어졌다.
“나, 이제 괜찮아. 고마워. 진영아.”
“응. 다행이다. 나 종호 그놈이랑 잠깐 이야기하고 올게. 그때까지 혼자 있을 수 있어? 아님, 교실로 가 있을래?”
- 내 옆에 앉은 아이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