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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71714926
· 쪽수 : 104쪽
· 출판일 : 2025-09-03
책 소개
목차
그냥 두세요
작가의 말
권혜영 작가 인터뷰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도 몰라. 오라니까 가는 거야.”
넌 대체 아는 게 뭐야?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내 입만 아프겠지. 대신 병무청에 전화해서 물어봤다. 거길 왜 가야 하죠? 날 선 민원인의 목소리로 캐묻자 병무청 직원은 말했다. 저희들 선에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중앙신체검사소에 가서 정밀 검사를 한번 받아보시죠. 나는 생각했다. 그러게 음경부터 절단했으면 일사천리였을 텐데……. 윤서는 아직 돈을 모으지 못해서 가장 중요한 수술을 하지 않은 것이다.
윤서는 자신의 육체와 성별에 불쾌감을 느꼈지만 고수해오던 스타일에 대해선 불쾌한 마음이 없었다. 윤서는 그냥 윤서였다. 윤서는 손톱을 바짝 깎는다. 헐렁한 티셔츠와 펑퍼짐한 바지를 즐겨 입는다. 컨버스의 척테일러와 아디다스의 가젤을 매 시즌 사들인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국가의 평가를 대비해서인지, 평소라면 돈 준다고 해도 안 입을 그런 옷차림을 하고 나타났다.
구구절절 응석 부릴 뒷말을 생각하며 요즘 피곤하다는 말로 운을 떼자 엄마는 말했다. 그건 다 네 살 때문이다. 내가 뚱뚱하기 때문에 쉽게 체력이 고갈되고 피곤해지는 거라고 했다. 엄마는 내 모든 문제의 원인을 살로 돌렸다. 나는 대화의 전의를 잃었다. 대충 알겠다고 말했다. 그 후 물어오는 말에도 듣는 둥 마는 둥 건성으로 대꾸했다. 전화를 끊을 때에도 마지막 인사는 하여튼 살 빼라, 였다. 엄마와 연락을 주고받는 날에는 유난히 속이 허전했다. 피자 한 판을 시켜 전부 먹어치웠다. 새카매진 마음을 총천연색 음식으로 덧입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