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91194028130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4-07-08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열한 살이다. 어찌 된 일인지 이제부터 하나하나 이야기할 것이다. 말하기 힘든 부분은 나중에 하고, 우선은 쉬운 부분부터 시작할 생각이다.
내 이름은 ‘딜리셔스 네바에 로버츠’다. 그렇다. 모두 알다시피 ‘딜리셔스(Delicious)’는 ‘맛있다’는 뜻이다. 에휴, 무슨 놈의 이름이 이 모양인지. 중간 이름인 ‘네바에’를 그냥 내 이름으로 하면 안 되는 걸까?
아무튼 나는 어디 가서 나를 소개해야 할 때, 절대 딜리셔스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생활 기록부에 버젓이 이렇게 적혀 있어서, 보통 등교 첫째 날에 선생님들이 이 이름을 불쑥 말해 버리곤 한다. 나는 우습게도 최근에 등교 첫째 날이 여러 번 있었다.
선생님이 큰 소리로 딜리셔스를 외치기 전에 내가 먼저 그 낌새를 눈치챌 수 있다면, “델라라고 불러 주세요.”라고 말할 것이다. 물론 “딜리셔스 말고 델라라고 불러 주세요.”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애초에 ‘딜리셔스’라는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게 더 나았다.
한번은 어떤 남자애가 어디 진짜로 맛있는지 확인해 보자고 하면서 혀로 나를 핥으려 했다. 나는 그 애를 발로 냅다 걷어찼다. 녀석의 그곳을…….
나는 여기서 가능한 한 나쁜 말을 쓰지 않으려 한다. 수키 언니가 그러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읽어 주길 바란다면 말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다 나쁜 말을 썼지만 고대로 옮겨 적지는 않을 생각이다. 나는 녀석의 청바지 앞쪽 지퍼를 힘껏 걷어찼다. 그러고 나서 선생님에게 혼난 건, 그 녀석이 아니라 나였다. 언제나 혼나는 쪽은 나였다.
수키 언니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델라, 네 몸은 네가 지키는 거야. 누구도 널 개무시하지 못하게 하라고.”
근데 여기다가 ‘개무시’라는 말은 써도 될까?
솔직히 수키 언니는 개무시라고 하지 않았다. 더 심한 말을 했다. 앞으로는 다른 말로 바꿔 보자. 수키 언니는 내가 나쁜 말을 써야 할 때, ‘눈’이나 ‘눈송이’, ‘눈사람’으로 바꿔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
나는 녀석의 눈송이를 힘껏 걷어찼다.
누구도 널 눈사람 못 하게 하라고.
그렇지, 바로 이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