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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채로 두기

모르는 채로 두기

(사철제본)

김겨울 (지은이)
세미콜론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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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채로 두기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모르는 채로 두기 (사철제본)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91194087984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26-01-26

책 소개

3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을 운영하며 작가, 북튜버, 라디오 DJ 등 자칭타칭 ‘독서 유발자’로서 책과 관련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김겨울. 그가 첫 사진책 『모르는 채로 두기』를 펴낸다.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하며 사유와 언어를 다듬어온 그는 이번 책에서 사진과 글을 나란히 놓고, 세계를 바라보는 자신의 태도를 한층 또렷하게 드러낸다.
“세계는 빛의 사각형 안에서 변형된다.
사진은 변형된 빛의 사각형이 세계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서 탄생한다.”
<겨울서점> 김겨울 첫 사진책

★ 정재완(북디자이너, 영남대 교수) 해설
★ 이훤(시인, 사진가) 추천

알 수 없음을 남겨두는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본다는 것


3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을 운영하며 작가, 북튜버, 라디오 DJ 등 자칭타칭 ‘독서 유발자’로서 책과 관련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김겨울. 그가 첫 사진책 『모르는 채로 두기』를 펴낸다.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하며 사유와 언어를 다듬어온 그는 이번 책에서 사진과 글을 나란히 놓고, 세계를 바라보는 자신의 태도를 한층 또렷하게 드러낸다.
김겨울에게 카메라는 책만큼이나 가까운 존재다. 이동할 때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오래 간직하고 싶은 순간 앞에서 셔터를 누른다. SNS 사진 계정을 따로 운영할 만큼 꾸준히 쌓아온 그의 작업은 2025년 라이카 스토어에서 전시되었을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모르는 채로 두기』는 그렇게 축적된 시간 속에서 길어 올린 90여 장의 사진과 15편의 글을 엮은 결과물이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서 포착된 것은 우연히 마주친 타인의 순간들이다. 말없이 존재하는 장면들이 김겨울의 뷰파인더를 통과하며 고요한 빛을 얻는다. 사진과 글을 관통하며 스며드는 깊은 사유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마음의 결을 은근히 흔들어놓는다. 한 장면, 한 문장이 겹겹이 쌓여 독자로 하여금 오래 머무르고 싶은 책으로, 단정하고 단단하게 탄생했다. 그야말로, ‘김겨울’이 ‘김겨울’ 했다.

이해하려 애쓰는 대신, 오래 바라보는 일에 대하여

이 책은 어떤 질문에도 쉽게 답하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이해해야만 안심하고, 규정해야만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배워왔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반대편에 가만히 선다. 알 수 없는 것을 성급히 해명하지 않고, 아직 언어가 되지 않은 감정과 사건을 ‘모르는 채’ 두는 일이 어떻게 한 인간을 지탱하는가를 묻는다.
김겨울의 사진은 세계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착각을 경계하며, 오히려 ‘모르는 상태’ 자체를 존중한다. ‘모르는 채로 두기’라는 제목에는 이해와 해석의 욕망 앞에서 한 발 물러서려는 작가의 윤리가 담겨 있다. 확정된 의미 대신 여백을, 섣부른 단정 대신 머뭇거림을 선택하는 문장들은 우리를 해답이 아닌 상태로 초대한다.
그러므로, 『모르는 채로 두기』는 사라지는 순간을 붙잡기보다, 사라짐 그 자체와 함께 머무르려는 시도다. 이 책에서 사진은 세계를 설명하거나 해석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세계 앞에 있었음을 조용히 증언하는 흔적에 가깝다. 빛은 스쳐 지나가고, 순간은 결코 완전히 머무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가는 셔터를 누른다. 그것이 붙잡을 수 없음에 대한 선언이 아니라, 붙잡을 수 없음과 함께 있으려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순간과 영원, 이해와 불이해, 붙잡음과 놓아둠 사이를 오간다. 김겨울은 사진을 통해 순간을 붙잡으면서도, 그 순간을 완전히 소유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사진이 지닌 불완전함과 한계를 자각하며,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했다고 서둘러 말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견지한다. 이는 철학을 공부해온 작가로서의 사유와 사진가로서의 감각이 맞닿는 지점이기도 하다.

사람의 뒷모습과 그늘, 그리고 사람이 남긴 것들을
모르는 채로 두기


김겨울의 사진에는 사람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프레임 안으로 들어가 개입하거나 말을 걸지 않는다. 거창한 사건이나 극적인 장면을 향하지도 않는다. 순간순간의 사람의 뒷모습과 그늘, 그리고 그들이 남긴 것들을 조용히 바라볼 뿐이다. 스쳐 지나간 빛과 그림자, 말없이 존재하는 풍경들이 김겨울의 뷰파인더를 통과하며 고요한 정조를 획득한다.
각기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 촬영한 사진들이 조형적, 정서적 유사성을 따라 맥락을 이루고 자연스러운 시퀀스를 형성하며 독자를 이끈다. 작가가 제안하는 흐름에 몸을 맡기고 유유히 흘러가다가 글이 배치된 페이지에서는 잠시 멈춰 서서 호흡을 고르기를 반복하며, 시간을 들여 오래 감상하는 책이 되었다. 또렷하고 절제된 구성, 여백을 존중하는 디자인 또한 이 책의 인상을 단단하게 만든다. 빠르게 소비되는 숏폼의 시대에 『모르는 채로 두기』는 속도를 늦추고,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보는 경험을 제안한다.

사진 사이사이에 놓인 글 또한 이 책의 중요한 축이다. 김겨울 특유의 감도 높은 문장들은 사진을 설명하거나 규정하기보다, 이미지와 긴장 관계를 이루며 독자의 사유를 확장시킨다. 사진과 글은 서로를 보완하거나 종속시키지 않은 채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나란히 걷는다. 글은 단순히 사진에 대한 설명이나 증거 자료가 아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추상적이면서도 구상적인 서사의 재료가 된다. ‘사진’이라는 주체 자체에 대한 단상도 있다. 어엿한 아마추어 사진가로서 견지해온 사진의 의미에 대한 사유는 깊고 넓다.
이 책은 유명인의 사진집도, 감상용 아트북도 아니다. 사진과 글을 통해 세계를 대하는 한 창작자의 태도를 밀도 있게 담아낸 결과물이다. 쉽게 사라지는 것들 앞에서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놓아둘 것인가. 이 사진책은 김겨울이라는 창작자가 사진과 언어로 도달한 하나의 깊은 응답이다.

사진과 문장이 서로를 밀어주는 방식에 대하여

이 책의 디자인은 사진책 전문 출판사 ‘사월의눈’을 운영하는 정재완 북디자이너가 맡았다. 국판의 폭을 조금 더 잘라내 세로로 조금 길쭉한 판형은 한 손에 쉽게 잡히며, 3:4 비율의 사진이 가장 안정적으로 배치되고 아래 여백이 풍성하게 살아난다. 텍스트 원고는 덤덤하고 넉넉한 인상을 가진 서체 ‘지백’을 사용하여 중립적인 느낌을 주고자 했으며, 그 외의 글은 AG최정호체 한 가지로만 적용하여 복잡한 위계를 만들지 않았다. 순백색의 표지는 몽글몽글하고 촉촉한 촉감을 지녔으며, 본문의 모든 사진을 지면 바깥으로 잘리지 않도록 배치하여 제본되어 완성된 책의 배면 역시 새하얗게 연출되도록 의도했다. 여기에 실로 꿰매는 사철제본 방식을 사용하여 책이 180도 부드럽게 펼쳐지도록 했으며, 헤드밴드와 가름끈 역시 순백색으로 디테일까지 챙김으로써 새하얀 눈송이의 심상을 지닌 책으로 탄생했다.
책의 말미에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기도 한 정재완의 해설 <모르는 채로 두고 사진책 디자인하기>를 수록하여 작품에 대한 보다 풍부한 이해를 돕는다. 단순히 사진을 ‘강독’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 책을 직접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김겨울의 사진과 글을 그가 어떻게 읽고 이해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책은 이전 쪽과 다음 쪽의 연속적인 흐름으로 구성된다. 그 흐름은 시작과 끝이 있지만 선형적일 수도 비선형적일 수도 있다. 앞쪽의 문장 하나가 뒤쪽의 사진을 특별한 ‘무언가’로 만들기도 한다.”(159쪽)
사진 스튜디오 ‘작업실 두 눈’을 운영하는 이훤 시인의 추천의 글 <이어 쓴 지도>를 통해서는 시각 언어(사진)와 활자 언어(글)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균형을 잡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김겨울의 사진기는” “편견 없으며 호기심으로 반짝”이고, “문장은 보폭이 크”지만 “정교하고 탄력적이어서 이미지에 밀착”한다는 평은, 책장을 넘기다 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사진산문집에서 움직임을 주도하는 건 사진이다. 그리고 거기, 오른발을 묶은 선수는 사진을 읽는 인간이다. 그러니까 이미지만큼 중요한 건, 자기 반대편 발과 망막을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자, 곧 독자다. 읽는 주체가 걷기로 하는 만큼만 사진은 이동한다. 그 둘을 묶는 끈은 산문이다.”(165-166쪽) 산문이 수반된 사진집 읽기를 ‘이인삼각(二人三脚)’에 비유한 이훤 시인의 문장 역시 몹시 유려하고 세련되어 짧은 산문을 읽은 듯 긴 여운이 남으니, 마지막 페이지까지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읽기를 권한다.

저자소개

김겨울 (지은이)    정보 더보기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 과정 중에 있다. 에세이 『겨울의 언어』, 시집 『우화들』을 비롯한 여러 권의 책을 냈다.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을 운영 중이며, MBC 표준FM <라디오 북클럽 김겨울입니다>를 4년 반 동안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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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시간을 끝까지 쪼개본다. 느리게, 더 느리게, 점점 더 느리게, 정지에 가까운 찰나가 될 때까지. 가장 작은 시간의 거품 안에서 세상은 정지된 화상으로 존재한다. 반대로 시간을 아주 빨리 감아본다. 빠르게, 더 빠르게, 아주 빠르게, 빛의 속도에 가까워질 때까지. 그때에도 세상은 정지된 화상이다. 어느 방향으로든 결국 하나의 멈춘 순간에 이른다는 사실은 늘 나를 안심시킨다. 이 모든 것은 순간이 될 것이다. 이십대의 어느 날 받았던 문자를 떠올린다. “순간을 영원으로 보지 못하는 자는 죽을 수밖에 없단다.”


존재하지 않는 것들로부터 삶을 구할 줄 모른다면 존재하는 것들로부터도 삶을 구할 줄 모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이 순간에 불과하다는 말은 반만 맞다. 모든 것은 순간에 불과하지만, 순간들은 삶을 구하는 유일한 방도이다. 허무할 정도로 손쉽게 사라져버린 노을과 손가락 끝이 서로 닿던 감촉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고 나는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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